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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초대수장 印 O2O 인수 "커머스 판 바꾼다" [thebell interview]최태원 회장 지시로 시작한 인도 업체…직접 사들여 20억 투자 유치

서은내 기자공개 2018-03-15 08:08:51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4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낙균 대표
정낙균 플래닛일레븐 대표
이커머스 '11번가'의 기초를 닦았던 정낙균 전 커머스플래닛 대표(전 SK텔레콤 11번가 운영총괄, 56)가 SK플래닛 인도 계열사를 인수했다. 퇴진한 CEO가 사업부를 개인적으로 인수한 사례로 눈길을 끈다.

정낙균 대표는 14일 더벨과 인터뷰를 통해 "커머스 업계는 O2O(Online-to-Offline) 비즈니 모델을 통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인도시장에서 제대로 사업을 성공시켜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K플래닛은 인도 시장의 커머스 사업성 타진을 위해 인수했던 인도 '플래닛일레븐' 지분 100%를 지난 연말 MBO(management buy out) 방식으로 정낙균 대표에게 매각했다.

MBO 방식은 그 기업 혹은 사업부를 외부의 제 3자가 아니라 매각 주체 기업 내 임직원에게 매각하는 것을 뜻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사업을 정리하고 동시에 인력조정도 가능한 방식으로 꼽힌다. 인수자 는 우리사주 담보대출 등을 통해 사업을 비교적 쉽게 인수할 수 있다. 퇴직금이 인수자금에 활용되기도 한다.

정 대표는 SK텔레콤에서 오픈마켓 사업을 처음 기획한 11번가 초대 수장이다. SK의 커머스 관련 신사업에는 정 대표가 빠지지 않았다. 2001년 SK텔레콤에서 신사업 발굴을 맡은 이후 2008년 오픈마켓 사업 런칭을 이끌었다. 11번가 사업체인 커머스플래닛 대표로 있으면서 3년만에 11번가를 국내 2위 오픈마켓으로 성장시켰다. 11번가 거래액 규모는 2008년 4000억 원에서 지난해 약 8조 원으로 증가했다.

11번가의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정 대표의 수완이 돋보였다. 11번가 첫 글로벌 진출지는 터키다. 2014년 말 최태원 회장 지시로 정 대표가 터키에서 합작사 도우쉬플래닛 대표를 맡아 오픈마켓 사업을 주도한 후 1년여 만에 11번가는 터키에서 거래액 1위업체로 발돋움했다.

정 대표가 인도와 연을 맺은건 최 회장이 인도 커머스 사업 검토를 지시하면서다. 최 회장은 옥중에서도 두 번이나 정 대표를 낙점해 관련 사업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부터 정 대표는 시장 조사에 들어갔으며 인도시장에서 기존 11번가 오픈마켓과는 구분된 O2O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 대표는 "SK텔레콤에서 11번가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른 후부터 항상 커머스사업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지역 상인과 연결한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 즉 O2O 사업을 구상해왔다"고 말했다.

정대표가 주목한 인도 뱅갈로르시는 IT업체들에 상징적인 도시다. 구글이나 아마존 등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들이 진출해 조 단위의 투자 유치가 이뤄지는 시장이 형성됐다. 그 가운데 기존 오픈마켓 모델만으론 승산이 없다는 게 정 대표의 판단이었다.

정 대표 지휘 아래 새로운 사업을 테스트하는 차원에서 SK플래닛은 초기 투자금 16억 원에 소규모 인도 업체를 인수했다. 시장성이 확보되면 SK플래닛으로부터 증자를 받아 회사를 키울 계획이었다. 회사 이름을 '플래닛일레븐'으로 달고 회사 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했다. 지난해 뱅갈로르 시의 절반 규모인 16개 지역(구)에서 서비스를 오픈했다.

하지만 초기 사업 여견이 녹록치 않았다. 온라인 플랫폼에 3일만에 만명이 몰리며 서버가 셧다운 됐다. 정 대표는 "당시 플랫폼 서버 용량의 한계, 또 지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상의 약점이 물렸다"며 "마케팅비용이 꽤 많이 지출된 상황이었고 한국 본사에선 추가적인 출자 의지가 적어 사업을 키우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SK플래닛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손실이 지속되는 해외사업을 축소해 가는 상황이다. 국내 사업에서도 적자 축소가 과제인 만큼 따로 수익성이 낮고 신규 투자가 필요한 부문은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인도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SK에서 나와 플래닛일레븐의 사업모델을 직접 경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지난해 9월 SK플래닛으로부터 정 대표가 플래닛일레븐 지분 인수가 마무리됐다.

정 대표는 "터키에서 인도로 자리를 옮기면서 월급 체계를 변경해 3년간 보너스 지급이 예정돼 있었다"며 "미리 지급한 회사 운영비, 개인 인수 대금 등 23억 원 가량으로 회사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현재 정 대표는 20억 원의 초기 운영자금을 추가로 외부 펀딩받는데 성공했다. 한국, 미국, 홍콩, 싱가폴 등 9개국의 투자자들이 정 대표의 사업에 뜻을 함께한 덕에 자금을 모았다. 지역 배송 시스템 구축 등에 자금 마련이 필요해 현재 한차례 더 추가 펀딩에 착수한 상황이다.

플래닛일레븐의 사업 전략은 쉽게 표현하면 한국의 '나들가게'와 '배달의민족' 비즈니스를 합쳐놓은 형태다. 정 대표는 B2C만으로는 수익성을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B2C와 B2B 수익과 회사 브랜드인 '키라나(인도어로 가게라는 뜻)11'을 통한 광고수익, 배송 수익 등 총 4가지의 수익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마련하려는 복안이다.

정 대표는 "인도는 삼성 현대 LG 효성 두산 등 국내 대기업이 모두 일찌기 진출해 사업을 펼치고 있고 커머스 성장 가능성도 크다"며 "인도 커머스 시장은 대기업의 유통 채널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기업형 슈퍼가 늘고 있고 반대로 소형 상인들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로를 개척할 필요가 커지는 가운데 O2O 모델이 빛을 발하리라 본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뱅갈로르 시 전체 지역 상인들과 온라인 고객을 연결하는 O2O플랫폼을 만들어 첫해 매출액 20억 원을 기대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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