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20일 08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상주인력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열흘이면 완성할 증권신고서를 수십 명이 모여 석 달 넘게 쓴다니까요. 상주단의 효율성을 다시 한 번 고민할 때가 됐습니다."최근 만난 증권사 임원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그는 상주단이 증권사 뿐 아니라 해당 기업에도 이익이 안 된다며 고객사에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IPO 준비에 나서는 대기업은 상주단을 꾸린다. 주관업무와 법률자문을 맡은 증권사, 로펌 담당자 몇 명을 자사 사무실로 출근시키는 것. 이들은 석 달에서 여섯 달 정도 머물며 상장심사를 준비한다. 상주 시스템이 의무는 아니다. 관례일 뿐이다.
첫발을 뗀 건 삼성생명이었다. 2009년 12월 주관사, 로펌, 회계법인 등 40여명의 인력을 본사에 상주시켰다. 삼성생명 상장 시점이 2010년 5월이었으니, 파견인력은 반 년 가량 태평로로 출근한 셈이다. 그때부터 대기업들은 IPO 과정에서 예외없이 상주단을 포함시켰다. 연내 상장 추진 중인 SK루브리컨츠와 현대오일뱅크도 올 2월 상주단 사무실을 별도로 마련했다.
상주단의 하루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실사와 재무분석, 상장예비심사 준비 등으로 바쁠 것 같지만 그런 날은 많지 않다. 발행사가 중요한 일을 직접 챙기기 때문이다. 상당 인력이 고객 회사에서 '소속 회사업무'만 하는 웃지못할 광경이 펼쳐진다. 곳곳에서 "고객사 요청에 따라 마지못해 출근한다"는 불평이 들리는 이유다.
장기간 협업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금감원, 거래소 제출용 서류는 사실상 대표 주관사가 작성한다. 약 300페이지 수준의 분량이지만 작성기간은 한 달이면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수 차례 기업실사에서 확인한 내용과 최근 결산보고서 내용을 정리·요약만 하면 된다. 외국계 IB와 로펌 역할도 확실히 구분돼있어 협업보단 분업 위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투입 대비 산출을 고려하면 상주단이 비효율적이란 의견이 많다. 그럼에도 대기업 IPO 주자들은 한결같이 과거 사례를 답습하고 있다. 명분과 실리를 다시 헤아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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