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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DGB금융 회장직도 내려놓을까 대구은행장 사퇴 두고 '백기투항vs지키기' 해석 분분

김장환 기자공개 2018-03-27 09:41:32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3일 13: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행장 자리를 내려놓은 이유는 뭘까. 그동안 금융당국의 다방면 압박 속에서도 꿋꿋이 지켜왔던 핵심 자리 중 하나를 내려놓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을 비롯해 사정기관의 압박이 이어지자 마지못해 내린 결정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회장직을 지키기 위한 수단을 꺼내든 것일 뿐이란 정반대 해석 역시 있어 주목된다.

박 회장은 23일 열린 주주총회 자리에 참석해 대구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룹 임직원도 예상치 못했던 깜짝 발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과 새로운 도약, 은행의 안정을 위해 이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DGB금융지주 회장 자리도 올 상반기 내에 거취를 표명하겠다는 뜻 역시 밝혔다.

박 회장의 퇴진 발표에 금융권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비록 회장 자리를 아직 지키고 있으나 퇴진 발표문을 놓고 보면 이 역시 내려놓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박근혜 정권 당시 금융계 '최경환 라인'으로 손꼽힌 인사였던 탓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사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꿋꿋이 자리를 지켜오고 있었다. 경찰과 검찰, 금감원 등 당국의 전방위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 박 회장이 갑작스럽게 퇴진을 결정한 건 당국의 압박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검찰의 비자금 수사 결과가 곧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은 2014년 3월부터 2017년 7월까지 3년 동안 상품권을 대량 구매해 수수료를 공제받아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내사로 시작된 수사를 부산지검 특수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박 회장의 비자금 의혹은 그룹 경영 전략 수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합금융회사로 도약을 꿈꾸며 밀어붙였던 하이투자증권 인수 난항이 이에 따른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금융당국은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승인 심사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박 회장의 비자금 의혹이 전면 해소되지 않는 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비자금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향후 박 회장의 재판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는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 '칼끝'도 박 회장을 직접 겨냥하게 될 가능성이 높게 거론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 전반의 채용비리 검사를 단행하고 대구은행을 피고발 대상 은행에 포함시켰다. 금감원으로부터 채용비리 관련 고발을 당한 은행은 국민·하나·광주·부산·대구은행 등 다섯 곳이다. 박 회장은 이로 인해 비자금 의혹 수사와 별도로 채용비리 관련 수사까지 받게 될 수도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또 다른 압박도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착수한 대구은행 내부통제 검사를 이달 말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애초 지난주 마무리하기로 했던 검사를 2주간 연장하면서 검사 일정이 장기화됐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박 회장 등의 비자금 의혹 역시 집중 점검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혐의가 발견되면 검찰에 추가 고발을 단행할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회장이 자신이 사퇴하지 않는 이상 당국의 압박이 계속될 것이란 판단 하에 대구은행장 자리를 먼저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DGB금융지주 회장 자리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전혀 다른 관측도 나온다. 박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사퇴한 건 금융당국의 최근 요구를 반영한 결과일 뿐이란 해석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지속해 요구해왔고, 그 핵심 방안이 바로 지주사와 은행의 경영권을 분리하는 것이다. 회장과 행장을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로, 올 들어 대다수 은행이 이를 실현하고 있던 중이었다.

결국 박 회장은 행장 자리를 내어주면서 회장 자리는 지속해 지켜나갈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이 경우 금융당국과 DGB금융그룹의 마찰음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박 회장은 대구은행장 자리에 핵심 인사 중 하나를 앉히고, 또 임원들 역시 자기 측 사람들로 꾸려 그룹 장악력 강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박 회장이 만약 회장 자리까지 떠날 생각이었다면 굳이 행장직만 먼저 내려놓는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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