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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롬, 첫 적자…'원액기 Only' 원칙 접고 다각화 시동 [중소형가전사 경영분석]①제조사 손실 지속에 600억 영업권 손상, 도문휴롬전자는 자본잠식

서은내 기자공개 2018-05-02 07:58:46

[편집자주]

생활가전 산업은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고착화돼 있다. 하지만 틈새수요를 파고들며 가전 시장을 키우는 소형 가전사들의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독특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으로 한국판 '다이슨'을 꿈꾸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도 주목하는 중소형가전업체들의 경영 상황을 짚어보며 업계의 변화상을 함께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4월 25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영기 휴롬 회장
김영기 휴롬 회장
김영기 휴롬 회장(69)이 지켜온 휴롬의 '원액기 외길' 경영 방침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원액기 중심의 사업 성적이 해마다 크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방가전제품으로 영역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휴롬의 매출은 2000억원대에서 지난해 1000억원 아래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25일 휴롬에 따르면 올해 김영기 회장은 현재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새 비전으로 건강가전브랜드를 제시했다.

휴롬 관계자는 "기존 경영 방침과 마찬가지로 지나친 사업 확장을 배제하는 흐름은 유지한다"면서도 "지난해 대내외 리스크 대응과 새 전략 수립을 위해 내부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했으며 가치 체계를 재정립하고 2020년까지의 성장 계획을 만들어 원액기 단일 제품의 주방가전기업에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글로벌 건강가전브랜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기 회장은 그동안 제품이나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빠르게 회사의 외형을 확장하는 것을 지양하고 원액기에 집중하며 보수적인 경영방침을 유지해왔다. 김 회장은 1974년 창업 이래 40여년 간 착즙 분야만 연구개발했다. 휴롬의 대표 제품인 원액기 역시 원칙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김 회장은 2005년 저속으로 지그시 눌러짜는 스크루 방식의 원액기 원천 기술을 개발했고 이 기술을 담은 제품을 2008년 처음 선보였다. 과일, 채소 등 식재료를 가능한 강하고 빠르게 갈아내는 방식의 '블렌더'와 차별화하며 되도록 천천히 즙을 짜냄으로써 재료의 영양소를 유지하는 원액기에는 휴롬의 '슬로우' 철학이 담겼다. 이후에도 원액기 자체의 기술력이나 편의성을 높여 제품 개발에 몰두했을 뿐 다른 종류의 제품은 없었다.

그렇게 공들여 키워온 원액기 사업은 이제 시장성 하락을 맞이했고 그 결과가 부진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대대적인 전략 변경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동아산업주식회사에서 휴롬으로 이름을 바꾸고 재무제표를 공시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로 지난해 휴롬은 첫 영업적자를 냈다. 매출액은 929억원으로 전년(1622억원) 대비 43% 급감했다. 2년 전 매출이 2300억원을 웃돌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더 크다. 영업이익은 2016년 24억원으로 2015년(157억원)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데 이어 지난해에는 적자로 전환했다.

휴롬 실적

실적 하향은 원액기의 주된 판로였던 중국 시장에서 사드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두드러졌다. 휴롬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수출을 통해 나오며 그 중 중국 비중이 압도적이다. 해외에서뿐 아니라 국내에서 역시 2016년부터 실적 부진이 이미 가시화됐다. 국내 원액기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선데다 매출 채널 다변화 차원에서 주력했던 홈쇼핑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회사의 전체 판매액이 감소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2015년 이후 국내에 빠르고 성능 좋은 블렌더 제품이 출시되면서 원액기 시장 수요를 뺏아갔다"고 설명했다.

영업외 단에서도 지난해 일시적인 회계적 비용이 추가됐다. 휴롬은 지난해 7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휴롬은 2014년 원액기 제조 계열사인 휴롬엘에스를 합병하면서 무형자산인 영업권을 550억원 가량 인식했다. 하지만 이후 관련 사업의 매출감소, 손실 발생으로 영업권을 인식할 당시 셈했던 영업권이나 무형자산의 가치를 그대로 인정해줄 수 없게되자 이번에 대규모 손상 회계처리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총 590억원만큼이 영업외손실로 잡혔다. 추가로 해외 법인인 도문휴롬전자유한공사도 지속된 손실에 자본잠식되면서 회사에 50억원 넘는 손실을 안겼다.

휴롬은 사람이란 뜻의 영어 '휴먼(Human)'과 '이로움'의 합성어로 사람을 이롭게 하는 기술과 건강한 식문화를 통해 인류 건강에 이바지 한다는 기업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만큼 소비자들의 건강에 포커스를 두고 원액기 사업을 전개해왔다.

휴롬은 내부적으로 원액기 이외에 다른 주방가전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사업을 검토 중이다. 그 일환으로 2016년 말 내놓은 제품이 전기 티포트 '티마스터'다. 지난해 6월에는 멀티쿠커 '쿡마스터'도 선보였다.

다만 원액기 사업도 놓지 않고 키워갈 계획이다. 지난 24일 휴롬은 휴롬 원액기 3세대 제품을 내놨다. 2008년, 2013년 각각 2세대 제품을 출시한데 이어 5년만에 다시 한차례 개선된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그동안 원액기가 찌꺼기가 끼고 세척이 어렵다는 불만을 수용해 물에 빠르게 씻어낼 수 있는 필터를 부착한 '휴롬 디바'를 내놓았다.

휴롬 관계자는 "혁신 제품으로 원액기 시장 활성화를 추진할 계획이며 티포트 등 원액기 외의 건강가전제품 개발을 병행할 것"이라며 "지난해 시장 재고를 소진하고 정리하면서 손실 반영까지 마무리했고 중국 시장도 회복세이므로 올해 실적 반등이 기대되며 1분기는 흑자전환했다"고 말했다.

휴롬디바
4월 24일 새로 내놓은 휴롬 원액기 '휴롬 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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