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24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스닥(NASDAQ) 상장이 대세인 시기가 있었다. 2000년 무렵이었다. 정보통신(IT) 열풍에 힘입어 미래산업, 두루넷, 하나로텔레콤 등이 미국 증시에 입성했다. 너도나도 '기술주(株)의 본고장'에서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외쳤다.그들의 부푼 꿈은 대부분 도루묵이 됐다. 거래량 부족과 비용부담을 이유로 상장폐지를 택한 사례가 잇따랐다. 주가가 1달러 미만으로 곤두박질 쳐, 입성 13개월만에 자취를 감춘 기업도 있었다. 현재 나스닥 시장에 남겨진 한국 기업은 그라비티 한 곳이다. 한화큐셀의 경우 한화케미칼이 2010년 인수한 중국 회사여서 비슷한 사례라 보기 어렵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IB 뱅커들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기초체력이 부족한 기업이 과욕을 부렸다는 것. 코스닥 상장사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치면서, 나스닥이란 상징성에 매달려 소탐대실을 자청한 최고경영자(CEO)가 많았다고 한다. 이름값에 집착한 나머지 실익을 놓친 셈이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났다. 미국과 국내 시장을 놓고 주판알을 튀기는 기업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기업그룹 바이오 회사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외국계 IB와 물밑접촉하며 나스닥 입성을 최우선으로 고려 중이다. 미국에서 시판할 예정이니 현지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논리다.
국내 IB와 한국거래소 생각은 어떨까.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다. △상장비용과 유지 비용 △동종업계 주가수익비율(PER) △예상 시가총액 순위 등 제반 요소를 모두 살펴봐도 국내 상장이 보다 남는 장사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티슈진 등은 국내에 상장하고도 해외 시장을 어렵지않게 확보해가고 있다.
외국계 IB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딜 수임을 위해 미팅은 꾸준히 진행하지만, 이들이 나스닥에 입성할거라 기대하진 않는다. 회사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 나스닥 입성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꾸준히 타진 중인데도 소식이 뜸한 건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어느 시장을 택하는가는 발행사의 재량이다. IB와 거래소는 '판단 기준'을 제공할 뿐이다. 하지만 다수 시장참여자들은 이들의 나스닥 상장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발행사들은 나스닥이 정말 최선인지, 상징성에만 집착하는 건 아닌지 곱씹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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