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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산업, 현금흐름 악화…빚내서 운영자금 마련 [격변기 중견 철강사]④칼라강판·신재생 적자 '현금흐름 잠식', 금융권서 910억 조달

심희진 기자공개 2018-06-18 08:33:35

[편집자주]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 중심에 이 쌀을 만드는 중견 철강사들이 있었다. 반세기 가깝게 산업의 텃밭을 지키며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무역 마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무차별 가격 공세로 수익성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격변기 중견 철강사들을 둘러싼 각종 변수들을 살펴보고,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등 자체 경쟁력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6월 12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국산업이 전방산업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보수적인 재무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자비용이 들더라도 외부 차입을 통해 운영자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동국산업은 신성장동력 발굴 일환으로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주력 시장인 미국 내 개발 축소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추진한 칼라강판 사업도 중국산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약세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주력 제품인 냉연강판마저 자동차 부품에 대한 수요 감소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동국산업의 사업부는 △냉연강판(CR) △칼라강판 △신재생에너지 등 크게 세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본사에서 냉연강판을 만들고 2008년 인수한 디케이동신을 통해 칼라강판을 제조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2001년 분할설립된 핵심 자회사 동국S&C를 중심으로 풍력, 태양광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동국산업은 올들어 냉연강판 부문의 수익 감소, 칼라강판 및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영업적자 등으로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1분기 동국산업의 냉연강판 부문은 매출액 980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3%, 영업이익은 61% 줄었다. 같은 기간 칼라강판 부문은 440억원의 매출과 1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매출은 258억원, 영업손실은 12억원이다.

냉연강판 부문의 부진은 완성차 시장 침체와 관련이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발주량을 줄인 탓에 2017년 1분기 7만3000톤가량이었던 냉연강판 생산량이 1년만에 6만3000톤으로 감소했다. 고탄소 냉연특수강은 80% 이상이 자동차 부품용 소재로 활용되고 있어 전방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칼라강판 부문은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급과잉으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전 및 건설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칼라강판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년 동기 3만톤이 넘었던 동국산업의 칼라강판 생산량은 지난 1분기 2만9000톤으로 줄었다.

매출의 70~80%가량이 미국에서 창출되는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현지 풍력발전 설비투자 감소로 고전 중이다. 풍력타워(wind-tower)의 주 원재료인 후판의 평균단가가 전년대비 내수 15%, 수출 9%로 상승한 것도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동국산업의 현금창출력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 1분기 동국산업은 마이너스(-)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장부상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이 잡히긴 했으나 실제로 강관 판매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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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동국산업의 곳간엔 현금이 쌓이지 않고 오히려 226억원가량이 빠져나갔다. 현금창출력이 악화된 데에는 재고자산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2017년 말 기준 1560억원이었던 동국산업의 재고자산은 3개월새 1950억원으로 440억원가량 늘었다. 2016년 하반기 이후부터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 기대 등으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탄소강은 100% 주문제작 방식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 일정을 지키지 않는 것도 악성재고 증가에 영향을 준다"며 "동국산업의 경우 시장점유율 1위인 만큼 재고 부담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매출채권이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2017년 말 1060억원이었던 매출채권 잔고는 지난 3월말 1090억원으로 늘었다. 거래처에 대금을 받지 않고 제품을 판매한 규모가 30억원가량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원재료 구입시 약 240억원어치를 외상으로 결제했음에도 자금 유출을 막을 수 없었다. 여기에 선급금이 3개월새 26억원 감소한 것도 유동성 부족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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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사라진 동국산업은 단기차입을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SC제일은행,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포항·시흥공장 부지 및 건물 등을 담보로 올초 910억원가량을 빌렸다. 이 중 약 680억원은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투입했다. 나머지 230억원가량은 신규일감 확보 등 경영활동에 사용했다. 지난 1분기 동국산업이 지불한 이자비용은 약 11억원이다.

자동차 업황이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현금창출력이 회복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정부가 풍력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수익창출원(cash cow)으로서의 역할을 되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풍력타워의 경우 계약 및 물품 선적시 전체 거래금액의 일부를 받고, 현장설치가 완료되면 잔금을 수취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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