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김화진칼럼]버라이즌은 어떻게 변신할까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8-07-16 10:21:00

이 기사는 2018년 07월 09일 10: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화진
1982년은 텔레콤 산업에서의 글로벌 경쟁이 시작된 해다. 지금은 애플이 미국의 최대 기업이지만 당시에는 AT&T가 미국 최대 기업이었는데 1982년에 AT&T는 여덟 개의 회사로 분할되었다. 독점금지법상의 이유다. AT&T는 벨전화회사의 후신이어서 벨을 로고로 사용했다. 그래서 회사가 여덟 개로 나누어지면서 이른바 일곱 개의 ‘베이비 벨'이 탄생했다. 그중 하나가 벨 애틀랜틱이다. 벨 애틀랜틱은 2000년에 이름을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버라이즌: Verizon Communications)로 바꾸었다.

1990년대 규제완화와 더불어 개시된 텔레콤 분야 M&A는 1993년 영국의 브리티시 텔레콤이 미국 MCI 지분의 20%를 43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00년에는 영국의 보다폰(Vodafone)이 독일의 만네스만(Mannesmann)을 적대적으로 인수했다. 수평결합인 이 M&A는 아직도 사상 최대의 M&A다. 거래 규모가 당시 한국거래소 상장기업 전체 시가총액보다 조금 더 컸다.

보다폰의 만네스만 인수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정보통신 M&A는 2013년에 완결된 버라이즌의 버라이즌 와이어리스(Verizon Wireless) 인수다.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버라이즌과 보다폰이 각각 55%, 45%를 보유하고 있었다. 버라이즌이 보다폰이 가지고 있던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만네스만 딜의 규모가 약 2,000억 달러였는데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딜은 그 절반이 넘는 1,300억 달러 규모다.

버라이즌은 미국 내 4G LTE 네트워크의 선두주자다. 그리고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2013년 기준으로 미국 내 무선통신 시장의 44%를 점유하는 선두주자로 33%의 AT&T, 12%의 T-Mobile에 앞서가고 있었다.

버라이즌이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인수를 결심하게 된 데는 시장 상황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무선통신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되었고 고객들이 3G나 4G 서비스보다는 Wi-Fi를 점차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인수로 버라이즌은 보유하고 있는 유선 웹서비스를 모두 무선모델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이 거래를 위해서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금융이 필요했는데(490억 달러) 회사채 이자율이 점차 상승하고 있어서 버라이즌은 거래를 서둘렀다.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미국 통신시장에 진입한 것도 버라이즌에게는 적지 않은 위협이 되었다.

한편 보다폰은 보다폰대로 유럽시장에서 전략적인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다. 영국과 독일 시장은 견고했으나 다른 유럽시장에서는 보다폰의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었다. 무선인터넷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준비하고 있어서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다. 약 20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다가오고있는 것도 문제였다. 그래서 보다폰은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지분을 처분하고 아프리카와 인도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현재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가입자 수는 1억5천만이 넘는다. 차이나 모바일(9억)과 보다폰(5억 2천만)에 이어 세계 3위다. AT&T가 1억 4천만으로 추격 중이다.

한편 도이치 텔레콤이 대주주인 T-Mobile은 지금 미국 내 4위인 스프린트와의 합병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달 18일에 정부에 승인을 신청했다. 거래 규모는 260억 달러다. 합병이 성사되면 가입자 수 1억 3천만이 된다.

AT&T와 마찬가지로 버라이즌도 장기적으로는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하려고 한다. 콘텐츠와 배급 인프라를 같이 갖추지 못하면 플랫폼 기업들에게 시장과 광고를 뺏기게 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버라이즌은 디지털 콘텐츠를 확장하기 위해 2015년에 AOL을 인수하고 2017년에는 야후의 인터넷 자산을 인수했다. 버라이즌은 현재 AT&T와 타임워너의 수직결합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로 인수할 콘텐츠 회사를 물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CBS 같은 전통 미디어 기업이 아닌 디지털 미디어 기업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본다. 트위터를 거론하는 전문가도 있다.

버라이즌의 새 전략은 8월 1일에 CEO가 바뀌면 본격화 될 것이다. 새 CEO는 회사의 CTO인 한스 베스트버그다. 베스트버그는 에릭슨의 CEO로 있다가 재작년에 버라이즌에 합류해서 5G 개발을 지휘해 온 인물이다. 버라이즌이 아직은 콘텐츠 보다 기술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 버라이즌은 연말경에 5개 도시에서 5G 서비스를 개시한다.

AT&T의 타임워너 인수에 필적할 대형 M&A가 기대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