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7월 11일 09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주 이런 일이 있어 해당 내용은 애초에 신뢰하지 않습니다."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 원천은 롯데정밀화학의 공장 가동률과 총 생산량에 대한 공시 내용이었다.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는 수치 탓에 더 이상 내용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소리다.
지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정밀화학의 대표 상품군인 염화메탄과 ECH, 메셀로스의 총 생산능력이 지난해 1분기보다 감소했다. 정밀화학 제품군으로 분류되는 ECH와 메셀로스의 경우 올해 1분기 각각의 생산 능력이 3만 3711 MT(메트릭 톤), 9027 MT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4%·21% 감소한 수치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공장 가동률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생산 실적을 낸 롯데정밀화학은 줄어든 총 생산능력 덕에 공장 가동률이 상승했다. 지난해 1분기 염화메탄과 ECH 부문의 평균가동률은 각각 85.03%·92.38%이었지만 올해는 92.28%·97.87%로 상승했다. 메셀로스 부문은 지난해 77%였지만 올해 1분기에는 생산 능력을 뛰어넘는 실적(106%)을 냈다고 공시했다.
문제는 실제로 공장의 총 생산능력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롯데정밀화학은 감산이나 잉여 설비의 최소화 때문이 아닌 단순 계산법을 달리해 총생산 능력을 감소 공시했다. 별다른 노력 없이 공장 가동률을 상승시킨 셈이다. '생산 능력을 산출하는 알고리즘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어떤 기준으로 집계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총생산 능력과 공장 가동률이 기업 주가의 오르내림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기업의 생산 효율성이나 유휴 설비의 유무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인 것은 맞다. 최대한 가동률 100%를 유지하려는 국내 화학사들과의 비교 자료로도 쓰일 수 있다.
제 입맛에 맞춰 작성된 고무줄 공시는 두 자릿수대 영업이익률 달성 등 호실적을 낸 롯데정밀화학에 '옥의 티'가 됐다. 공시의 생명은 신뢰도다. 애널리스트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투자자는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군이나 주요 정보, 실적 내용 등을 공시에서 얻는다. 상장사 사업보고서가 비상장사 감사보고서보다 작은 부분에서까지 상세하게 작성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은 곳에서라도 균열이 생긴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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