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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할인율 70%…불붙은 '몸값' 낮추기 경쟁 공모주 시장 침체 여파…마케팅 위한 꼼수 행태도

전경진 기자공개 2018-10-08 09:57:37

이 기사는 2018년 10월 02일 1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IPO 기업들의 몸값 낮추기 경쟁이 한창이다. 공모가 할인율을 최대 70%까지 제시하는 기업까지 나타났다. 공모주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구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마케팅 효과를 보기 위해 눈속임에 나서는 행태도 감지된다. 기업가치를 실제 보다 높게 평가한 후 할인율 폭을 키워 시장 친화적인 가격을 제시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꼼수'란 지적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국 육가공업체 윙입푸드는 IPO에 앞서 주당 희망 공모가격을 2000~3000원으로 제시했다. 주당 평가액 6741원에 무려 70.3%(밴드 하단기준)나 되는 할인율을 적용한 것이다. 이는 통상 IPO 기업들이 20~30% 수준의 할인율을 산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일이다.

2년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에 재도전하는 자동차부품업체 프라코의 경우에도 주당 할인율을 46.01%~ 65.64%로 높게 제시했다. 2016년 10월 IPO 당시 10.13%~22.03% 수준으로 할인율을 제시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연결기준 매출액이 2015년 3598억원에서 지난해 4200억원으로 늘면서 회사 규모는 커졌지만 오히려 '몸값' 측정은 보수적으로 한 것이다.

윙입푸드는 중국기업이란 한계점 때문에 공모가 할인율을 높게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분식회계 문제에 더해 올해도 상장 폐지되는 기업(차이나하오란)이 나오는 등 중국기업 부침이 지속되면서 투심이 얼어붙은 탓이다. 프라코의 경우 첫 상장 도전 당시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를 수용해 상장 재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향후 유망한 업종에 몸 담고 있는 기업들조차 '반값' 할인율 대열에 합류한 모습이다. LG전자가 지분 10.1%를 매입하면서 3대 주주로 등극하는 등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재조명 받고 있는 로보티즈가 대표적이다. 로보티즈는 로봇 개발 전문 기업으로 매출액은 2015년 136억원에서 지난해말 179억원으로 31.6% 성장했다. 또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은 로봇 플랫폼 사업을 영위함에도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총이익률 43.14%, 영업이익률 9.50%, 순이익률 12.07%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IPO에 나서면서 제시한 희망 공모가액은 9200원~1만1300원이다. 주당 평가가액(1만8976원)에서 최대 51.51%에 달하는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공모주 시장 침체가 불러온 기현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 하반기 급속하게 공모주 투자 열기가 사그라들면서 '대어'로 분류되던 기업들조차 수요예측에서 부진했다. 낮은 공모가를 측정 받는 것은 물론 일부 기업은 공모 철회라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올해 상장을 준비해오던 기업들 중 상장 일정을 내년으로 미루는 곳도 등장하는 추세다.

IB업계 관계자는 "실적과 사업성을 인정받은 회사들조차 최근 IPO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할인율 폭이 커진 것은 침체된 공모주 시장에서 어떻게 해서든 상장을 하려는 기업들의 자구책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IPO 기업들이 마케팅 꼼수를 부리고 있단 지적이 제기된다. 유사기업 선정부터 시작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한 후 주당 평가가액을 높게 측정하고 여기에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했단 것이다. 이 경우 기업 가치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공모에 나서면서 시장친화적 태도를 보인 것처럼 기관투자자들에게 보일 수 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높은 공모가를 산정받아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길 원하기 때문에 높은 할인율을 적용했음에도 예상했던 공모 희망가 수준에서 밴드가 구성되기 때문에 이를 수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공모주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기업과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어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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