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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리튬에 승부수 던진 포스코 필간구라 광산 세계 최대 매장량…JV로 리튬정광 24만톤 확보 계획

필간구라(호주)=심희진 기자공개 2018-11-30 08:34:42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9일 18: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튬은 포스코를 먹여 살릴 성장동력이다." 경영진의 의지는 단호했다. 호황이었던 철강업이 주춤하기 시작한 2010년 승부수를 던진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염호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리튬은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쓰이는 핵심 자원이다. IT(정보통신) 기술 발전과 맞물려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포스코가 걸어온 도전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기술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원료인 염호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 상업생산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대안으로 폐배터리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지난달엔 광석으로도 리튬 제조가 가능하도록 모든 설비를 구축했다.

8년이 지난 지금, 희망의 씨앗이었던 리튬사업이 하나 둘 성과의 열매로 거듭나고 있다. 본격 양산에 앞서 포스코는 올초 세계 최대 리튬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호주 필바라미네랄스와 원료 공급계약을 맺었다. 포스코의 미래가 담긴 필간구라 광산을 찾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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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주 필바라 지역의 포트헤들랜드에서 남동쪽으로 120㎞, 포스코가 투자한 로이힐 광산에서는 북서쪽으로 120㎞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필간구라 광산(출처=필바라미네랄스)

◇필간구라 광산, '세계 최대' 매장량…6%대 리튬 함유

지난 21일 서호주 로이힐(Roy Hill)에서 북서쪽으로 120㎞ 이동해 필간구라(Pilgangoora) 광산에 도착했다. 약 470㎢ 규모의 필간구라 광산은 6개 구역으로 나뉜다. 현재까진 2곳만 개발된 상태다. 이날 방문한 곳은 몬스터(Monster)라 불리는 구역이었다. 몬스터 구역의 길이는 2㎞, 너비는 1.2㎞다.

리튬원광을 얻으려면 먼저 드릴링(drilling)으로 지표면을 10m가량 뚫어야 한다. 이후 폭파 작업을 거쳐 원료를 긁어낸 뒤 이를 운반하면 된다. 이날 몬스터 구역에는 필간구라 직원들이 여러대의 굴삭기를 이용해 리튬원광을 파내고 있었다. 폐기물(waste)은 버리고 리튬원광만 프로세싱플랜트(processing plant)로 가져가는 것이 굴삭기 운전자의 주요 임무다.

켄 브린스덴(Ken Brinsden) 필바라미네랄스(Pilbara Minerals) 사장은 "350m 깊이까지 구역을 파 광산을 캐낼 계획"이라며 "아직은 광산개발 초기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목표치만큼 파려면 20년에서 25년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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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간구라 광산 내 몬스터 구역에서 몇몇 굴삭기가 리튬원광을 채굴하고 있는 모습(출처=포스코)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프로세싱플랜트다. 프로세싱플랜트로 운반된 리튬원광은 두세번의 파쇄과정을 거쳐 지름 30~35㎜의 분쇄광으로 다듬어진다. 분쇄광은 터널을 지나 HMS(Heavy Media Separation) 공정을 거친다. HMS에서 분쇄광은 다시 한 번 지름 3.5㎜ 이하로 잘게 부서진다. 이후 용액을 사용해 리튬 함유랑이 많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한다. 리튬이 많은 분쇄광일수록 용액 위로 뜬다. 이를 리튬정광(Spodumene concentrate)이라 부른다.

이날 프로세싱플랜트 한켠에선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온 새하얀 리튬정광이 한데 쌓이고 있었다. 이렇게 모인 약 9000톤의 리튬정광은 인근 제품창고로 옮겨진다. 이곳에 보관되는 동안 HMS 공정에서 사용된 용액이 모두 건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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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된 리튬정광이 컨베이어벨트로 이동해 야적되고 있는 모습(출처=포스코)

중간에 회수되지 않은 리튬정광은 별도의 공정을 한번 더 거친다. 분쇄(grinding), 비중선별(gravity), 부유선별(flotation) 등을 통해 지름 0.5㎜ 이하의 미세제품으로 재탄생한다. 지름 크기와 상관없이 필간구라산 정광은 모두 6%의 리튬을 함유하고 있다.

켄 브린스덴 사장은 "보통 원광에는 리튬이 1.5~2%가량 들어있다"며 "여러 공정을 거치면서 리튬 함유량이 6%로 높아지는데 이는 업계 표준치"라고 말했다. 이어 "완성된 리튬정광은 24시간 트럭으로 운송된다"며 "보통은 크기가 다른 두개의 정광을 섞어 판매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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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S 공정을 통해 지름 3.5㎜ 이하로 잘게 부서진 리튬정광


필간구라 광산에 매장된 리튬원광은 약 2억2600만톤이다. 이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필바라미네랄스는 두단계에 걸쳐 개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7월 1단계 프로젝트를 완료해 연산 33만톤의 리튬정광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달 첫 양산품을 포트헤들랜드(Port Hedland)를 거쳐 북아시아 파트너사에 판매했다. 현재 중국 제너럴리튬(General Lithium), 간펑리튬(Ganfeng Lithium) 등과도 판매계약을 맺은 상태다. 내년 말 2단계 프로젝트를 통해 연산 50만톤 체제를 추가 구축할 방침이다.

켄 브린스덴 사장은 "필간구리 광산은 호주에서 가장 큰 철광석 선적 항구인 포트헤들랜드와 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며 "포트헤들랜드의 우수한 항만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독자기술 'PosLX', 탄산·수산화리튬 국산화 시대 열다

포스코가 리튬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파이넥스, 니켈과 더불어 3대 신수종 소재로 거론되는 리튬을 상용화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리튬은 크게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으로 나뉜다. 탄산리튬은 노트북과 휴대폰 배터리에, 수산화리튬은 공정관리가 까다로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에 주로 사용된다. 특히 수산화리튬의 경우 생산기술 미비로 국내 업체들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0년 포스코는 세계 최초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PosLX)을 개발해 첫 결실을 맺었다. 이후 2013~2015년 칠레 마리쿤가(maricunga), 아르헨티나 카우차리(cauchari)에서 PosLX의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6년부터는 염수뿐 아니라 광석, 폐배터리도 원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엔 광양제철소에 연산 탄산리튬 1000톤, 수산화리튬 1500톤 체제를 구축했다.

구본웅 포스코 신사업실 차장은 "PosLX는 자연건조가 아닌 리튬을 인산과 결합시키는 방식"이라며 "기존 기술은 수율이 20~40%인데 반해 PosLX는 80%까지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순도가 높기 때문에 추가 정제공정없이 배터리급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을 병행 생산할 수 있다"며 "불순물 함량도 경쟁사 제품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와 필바라미네랄스의 인연은 올초 시작됐다. 2005년 설립된 필바라미네랄스는 필간구라 광산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포스코는 약 7950만호주달러(한화 약 650억원)을 투입해 필바라미네랄스 지분 4.75%를 인수했다. 동시에 같은 금액의 전환사채도 취득했다. 전환사채는 내년 상반기 필바라미네랄스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한 뒤 행사할 예정이다.

구 차장은 "현재 필바라미네랄스와 연 8만톤 리튬정광 공급계약을 맺은 상태"라며 "JV가 만들어질 경우 리튬정광 조달량은 24만톤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리튬정광 24만톤은 탄산리튬을 3만톤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가격대는 리튬정광이 톤당 800~900달러, 탄산리튬이 1만5000~1만8000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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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브린스덴 필바라미네랄스 CEO가 필간구라 광산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출처=포스코)

포스코는 필바라미네랄스와 함께 2020년 탄산·수산화리튬 공장도 설립할 계획이다. 전라남도 광양 율촌산업단지에 연산 3만톤 체제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가 지분 70%와 운영권을, 필바라가 나머지 지분 30%를 소유하는 구조다. 포스코ESM, 포스코-화유코발트 등을 고객사로 확보해 수익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구 차장은 "지난 4월 광양 PosLX공장에서 국내 최초로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며 "연내 인증절차를 거친 후 배터리 제조사 등에 본격 납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염호·폐배터리·광석을 모두 활용해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지난 8년간의 집념이 또 한번 포스코를 최고의 반열에 올려놨다. 포스코는 2021년 연산 5만5000톤 리튬 생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이는 전기차 약 110만~120만대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철강기업을 넘어 신소재 분야의 선두주자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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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간구라 리튬광산 전경(출처=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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