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투자 늘리는 대형 벤처캐피탈 [VC 격변기 문화콘텐츠]②트랙레코드 훼손 부담, KTB·스마일게이트 등 포트폴리오 조정
이윤재 기자공개 2018-12-13 10:48:44
[편집자주]
창업생태계에 양질의 자금이 쏟아지면서 벤처투자 시장은 초고속 성장을 질주하고 있다. 반면 벤처투자의 한 축을 담당했던 문화콘텐츠 투자는 낮은 운용 수익률과 부진한 출자 수요에 발목을 잡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탈이 키워낸 '방탄소년단'과 '배틀그라운드'가 전세계 콘텐츠 시장을 휩쓰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정책 구현과 수익성 측면에서 모두 비판을 받고 있는 문화콘텐츠 투자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살펴보고 해법에 대해 고민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2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반 벤처투자와 문화콘텐츠 투자를 병행하는 벤처캐피탈들의 문화콘텐츠 접근법이 바뀌고 있다. 프로젝트 투자는 기대수익이 낮아 사실상 지분투자로 전환하는 양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벤처펀드 운용자산 규모가 커지는 곳들에서 더욱 두드러진다.문화콘텐츠는펀드는 영화·게임·공연·애니메이션 등 문화영역을 주목적 투자처로 삼는다. 투자 형태 대부분은 제작프로젝트에 벤처캐피탈이 자금을 투자하는 구조다. 현재 벤처캐피탈협회에 등록된 문화콘텐츠펀드는 119개, 약정총액(AUM) 기준 2조2242억원에 육박한다.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가 10년 넘게 꾸준히 자금을 공급하면서 산업 기틀을 닦았다.
그간 벤처캐피탈들은 일반 벤처투자와 문화콘텐츠를 병행해왔다. 두 영역의 투자 구조가 상이하지만 안정적 수입원인 관리보수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일부 벤처캐피탈을 시작으로 문화콘텐츠 투자에서 손을 떼는 곳들이 나오면서 이러한 공존도 끝나가는 양상이다.
일반 벤처펀드를 운용하면서 문화콘텐츠 투자 명맥을 유지하는 많은 벤처캐피탈들은 투자 전략을 지분투자로 선회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전략적투자자(SI)와 만든 'SG-팜플투자조합'과 모태펀드 출자로 조성한 '애니팡미래콘텐츠 투자조합'을 운용 중이다. 두 펀드 모두 문화산업 기업의 지분투자를 중점으로 하고 있다. 오랜 기간 영화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KTB네트워크도 최근에는 문화콘텐츠 지분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이 문화콘텐츠 투자 전략을 바꾸는 건 저수익 구조와 맞물려 있다. 문화콘텐츠펀드의 주된 투자 구조인 프로젝트 방식은 성장잠재력이 크지 않다. 내수 중심인 문화산업 환경에서 소위 말하는 '대박' 프로젝트가 되더라도 투자자가 얻게 될 이익은 2배 남짓이다. '대박'은 고사하고 원금을 회수하는 수준만으로도 만족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실제 2005년 6월 이후 콘텐츠펀드의 평균 IRR은 0.86%로 일반 벤처펀드(8.71%)를 크게 밑돈다. 최근 10년간으로 범위를 넓혀도 벤처펀드는 IRR 9.05%, 콘텐츠펀드는 IRR 0.93%로 격차는 여전하다.
손실이 나는 상황을 가정하면 부담감은 더 크다. 운용사 전체 트랙레코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일반 벤처펀드 펀드레이징에 있어 운용사 트랙레코드도 중요한 심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운용사 입장에서는 벤처펀드로 운용자산을 늘리는 게 관리보수 확대에도 유리하고, 향후 막대한 성과보수 기대도 해볼만 하다.
문화콘텐츠 지분 투자는 프로젝트 투자와는 상황이 다르다. 흔히 말하는 벤처투자처럼 리스크를 감내한 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단적인 예가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와 덱스터다. 두 업체에 투자한 벤처캐피탈들은 원금대비 3~5배에 달하는 자금들을 회수했다. 모든 지분투자가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우수한 투자처를 발굴할 수 있다면 프로젝트 투자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다.
이러한 벤처캐피탈의 경우 문화콘텐츠 심사역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투자 비히클은 일반 벤처펀드를 활용한다. 일반적인 문화콘텐츠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주목적 투자 비율이 삽입돼 있어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 벤처펀드도 문화콘텐츠 기업 지분 투자에는 제약이 없다. NEW나 덱스터에 투자한 벤처캐피탈들의 펀드의 상당 수도 일반 벤처펀드였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관리보수라는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 건 좋은 요인이지만 낮은 기대 수익률로 인해 일부 운용사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기존에 있는 프로젝트 투자 재원은 소진하고, 신규 문화콘텐츠 투자로는 지분투자만 고집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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