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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 '제2 올룰로 사례' 안 나오려면…

김은 기자공개 2019-02-18 10:11:54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5일 08:5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전 심사역이 투자를 검토하던 '올룰로'와 동일한 사업의 스타트업을 창업해 논란이 일었다. 벤처투자 심사역으로서 최소한의 도덕적 책무를 버린데다 벤처캐피탈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업계의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앞서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대기업에서 도용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벤처캐피탈 심사역이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이번 사건 이후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 간에도 기본적인 '비밀유지협약(NDA) ' 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벤처캐피탈 심사역들은 최근 열린 스타트업 데모데이나 벤처업계 관계자를 만나는 자리에서 NDA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투자 유치에 앞서 NDA를 요구한 스타트업도 있었다고 했다.

NDA는 상호 간에 핵심 아이디어, 사업 전략 등의 '비밀'을 제3자에게 알리지 못하게 하고 활용하지 못하도록 약속하는 기초적인 문서를 의미한다. 하지만 그간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유치를 받기 위해 IR을 하거나 제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밀유지계약서(NDA)'를 체결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창업 생태계 특성상 암묵적인 신뢰관계로 일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을'의 입장에 처한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투자사에게 NDA 이야기를 꺼내고 요구하는 일 자체가 사실상 굉장히 부담스럽고 어려워서다. 혹시나 계약에 피해가 가지않을까라는 노파심때문일 것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 검토 과정에서 NDA를 제안할 경우 투자사 담당자의 표정이 안좋아지거나 분위기 자체가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 있다보니 이를 포기하고 믿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도 NDA 체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시각이 우세했다. 시장이 좁고 투자사나 심사역에 대한 즉각적인 평판 조회가 가능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행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의 정보를 활용하거나 다른 곳에 넘겨준 사실이 업계에 알려진다면 누가 투자유치를 위해 우리를 찾아오겠냐는 이야기다.

그러나 NDA 체결은 스타트업의 존망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다. 그렇기에 창업자는 사업 초기부터 아이디어, 영업 비밀, 지적재산권의 방어 방법을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투자사에게 NDA 체결을 당당히 요구함으로써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 장치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벤처업계는 NDA 체결을 꼭 법률적 문제까지가겠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NDA는 서로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그 믿음을 지켜주는 기본적 안정장치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없다면 창업자들은 앞으로도 회사를 송두리째 잃게되거나 눈 앞에서 사업 아이템을 빼앗기는 위기에 또 한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올룰로 카피캣 논란을 계기로 업계가 다시 한번 NDA 체결 중요성에 대해 고민하고 그간의 안일함에 대해 돌아보길 바란다. 제2의 올룰로 사례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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