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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오해와 편견 [thebell note]

이효범 기자공개 2019-03-04 08:19:19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8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행동주의 펀드도 결국 돈을 버는게 목적이죠.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보다 단기적으로 펀드 수익률을 높이는데 유리한 요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만난 대기업 관계자는 이같이 호소했다. 오너의 작은 흠결 때문에 주주들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호한다면 기업은 단기적인 목표를 놓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이 기업의 오너이자 대표이사는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대표이사 임기 연장을 위해서는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최근과 같은 분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까 우려하는 눈치였다.

이 기업은 1990년대 개발에 착수한 제품이 2000년대 들어서야 히트를 치면서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제품 개발을 추진할 때만해도 임원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오너가 강력한 추진력으로 밀어 붙였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런데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이 시작되면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 장기적인 개발이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행동주의 펀드를 출시한 운용사의 얘기는 앞선 관계자와 사뭇 달랐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기업과 주주의 '공생'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은 쉽지 않을 뿐더러, 이같은 목표 아래 펀드를 운용하면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된다"며 "기간을 특정할수는 없겠지만 기업가치 개선이 펀드의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에 기업과 주주의 이해관계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행동주의 펀드 사이에는 시각차가 존재했다. 그 간극을 이해하기 위해 해외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대표적으로 홍콩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오아시스매니지먼트가 일본 게임업체인 닌텐도를 대상으로 벌인 주주활동이다. 이 펀드는 2013년부터 닌텐도에게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을 촉구해왔지만, 닌텐도 경영진들은 콘솔게임을 중심의 사업구조를 바꾸려하지 않았다.

오아시스매니지먼트는 그러나 지속적으로 레터를 발송하고 다른 투자자들과 합심해 끊임없이 닌텐도를 압박 혹은 설득했다. 이같은 주주들의 요구에 닌텐도는 결국 모바일 시장 진출을 결정했고, 2016년 전세계적으로 흥행했던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고'를 출시했다. 이후 닌텐도의 주가도 대폭 상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눈엣가시로 여겨지거나, 단기간 내에 '치고 빠지는' 행동주의 펀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행동주의 전략의 일부분에 불과할 수 있다. 기업과 윈-윈(Win-Win)하는 사례를 만든 오아시스매니지먼트와 같은 펀드들도 존재한다. 한국형 행동주의가 태동하는 가운데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국내 액티비스트(activist)들이 스스로를 증명해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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