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퇴진]산은은 왜 자구안을 오픈했나…보도자료 재해석"시장에서 판단해 달라"…'방향 옳다'는 이동걸 회장의 '자신감' 해석도
고설봉 기자공개 2019-04-11 14:23:00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0일 1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이 공개됐다. 산업은행이 10일 오후 '자구계획요약'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의 사인을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산은이 금호그룹이 제출한 자구계획 자체의 결격사유를 외부에 공개해 반려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이란 평가를 내놓는다.산은은 보도자료에서 "4월9일 금호 측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구계획 검토를 위해 채권단 회의를 개최하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 회의 개최" 등의 문구를 두고 희망적인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는 면도 있다. 산은이 금호그룹에서 제출한 자구안을 토대로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지원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자구안 반려의 명분 쌓기라는 평가를 내린다. 향후 매각을 염두에 둔 여론 형성의 의도로도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금호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이 기본 틀도 갖추지 못한, 오히려 자율협약 요청에 가까운 계획이기 때문이다. 금호그룹 자구안에는 차입금 만기 도래에 따른 상환 재원 마련 등의 계획 없이, 5000억원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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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은의 보도자료에 대한 해석을 위해서는 시간을 거슬러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자구안을 제출하고, 산은이 기간 1년 MOU를 맺는 과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4월6일 아시아나항공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내용은 '재무구조 개선 MOU 체결'이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의 주채무계열 소속기업체 평가 실사를 마치고 채권은행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제시한 자구계획 및 재무구조 개선 방안은 ▲비핵심자산 매각 ▲전환사채 및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자본을 확충해 단기 차입금 비중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2019년 운용리스 회계처리(K-IFRS) 변경에 따른 부채비율 증가에 사전 대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시장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자구안을 제출했다는 사실도 알려지지 않았다. 산은이 실사를 하고, 아시아나항공과 MOU를 맺기까지 모든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산은 등 채권단의 실사 및 회의, MOU 체결 등 모든 의사결정 과정이 끝난 뒤, 아시아나항공이 이를 외부에 공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 시키기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월6일 보도자료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의 소속기업체 평가에 따라 '심층관리대상'으로 분류돼 연말부터 진행한 실사가 마무리되면서"라고 밝혔다.
통상 산은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부터 자구안을 제출 받은 뒤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채권단 회의 등을 통해 MOU 등의 입장을 정리한 뒤, 대상 기업을 통해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사전에 관련 내용을 외부에 공개해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다. 또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정보 유출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같은 사안을 두고 똑같은 과정이 반복되는 데, 산은은 왜 지금 시점에 보도자료를 내며 관련 사실을 공개하는 것일까. 금융 전문가들은 금호그룹에서 제출한 자구안이 부실함에 따른 산은의 공개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MOU 불가의 명분을 쌓기 위한 작업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금융권 전문가는 "금호그룹이 낸 자구안을 그대로 외부에 공개하면서, 시장에 평가를 위임한 것"이라며 "자구안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이 봤을 때 자구안 자체가 얼마나 부실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인지 평가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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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금호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은 차입금 상환에 대한 계획 및 방안이 없다. 금호그룹은 자구안에서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자금 마련 방안은 구체적이지 않고, 확보 가능한 자금의 예상 규모도 밝히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보유자산을 포함한 그룹사 자산 매각을 통해 지원자금 상환" 등 애매모호한 표현을 썼다. 또 향후 정상화 계획에 대해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기재 축소, 비수익 노선 정리 및 인력 생산성 제고"라며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했다.
더불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구조조정과 정상화에 대한 산은의 의지를 투명하고 분명하게 시장에 전달하기 위해서 자구안을 공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 바탕에는 이동걸 산은 회장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떤 이동걸 회장의 자신감 같은 것도 묻어난다. 박 회장이 더 이상 시장에서 여론을 형성하려고 해도, 통하지 않는다는 그런 류의 자신감"이라며 "금호타이어 때만 해도 지역 언론, 정치권에서 박 회장에 대한 동정여론이 많은 편이었는데,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안에 대해서는 오히려 산은이 잘 하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데 따른 이 회장의 자신감"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낸 시점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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