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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퇴진]금호그룹, 자구안 제출…핵심은 5000억 추가지원"자율협약 요청에 가까워"…매각 3년 유예, 정권 교체기 맞물려

고설봉 기자공개 2019-04-11 14:22:49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0일 1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공을 다시 산업은행으로 넘겼다. 산은의 MOU 연장 발표가 있은지 일주일 만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방안을 두고 산은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자구안이다. 그만큼 금호그룹 차원에서 추진 가능한 모든 방안이 담겼다. 자구안이 반려되면 금호그룹으로서는 내놓을 카드가 없어진다. .

시장은 산은이 금호그룹의 자구안을 전격 수용하고, 추가 자금 및 신용 지원에 나설 지 주목하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금호그룹을 살릴지, 아시아나항공을 떼어내 경영정상화에 매진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자구안이 '자율협약'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차입금 상환에 대한 일정 및 자금 마련 방안 등의 내용 없이, 채권단에 추가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 자구안이 반려되면 금호그룹에 대한 매각 작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차입금 상환' 방법 없어…"자율협약 요청에 가까운 자구안"

금호그룹은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부인과 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13만3900주(4.8%)를 산은에 담보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외 박 회장이 내놓을 추가 담보는 없다. 금호고속 지분 가치 등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담보가치다.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나머지 금호고속 지분은 이미 산은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박 회장과 박세창 금호그룹 사장의 지분 42.7%는 산은이 금호타이어에 빌려준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묶여 있다. 산은이 기존 금호타이어 차입금에 대해 설정한 금호고속 지분 담보를 풀고, 새롭게 아시아나항공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설정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산은이 MOU를 맺어줄 근거가 부족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호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에는 차입금 상환 등의 일정 및 방안이 부족하다. 금호그룹이 유일하게 제시한 현금 마련 방안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보유자산 매각'이다. 5000억원에 대한 추가 선지원이 이뤄진 뒤, 자산 매각을 통해 이를 상환 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차입금 상환에 대한 뚜렷한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셈이다.

또 자회사 매각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이 5000억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매각할 수 있는 자회사는 에어부산(지분 44.17%)와 에어서울 지분 100%이다. 두 자회사 매각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이 얻을 수 있는 자금은 3000억원을 넘기 어려워 보인다.

에어부산 지분 매각가는 최대 2000억원(10일 종가 기준, 경영권 프리미엄 등) 내외로 추정된다. 에어서울은 상장법인이 아닌 만큼 시장가를 산정하기 힘들지만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해도 1000억원이 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외 자회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사업 영위를 위해 매각하기 쉽지 않다.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세이버 등은 항공권 예약시스템 및 전산관련 자회사다. 아시아나에어포트는 항공운송지원을 위한 자회사다. 모두 아시아나항공과 한몸처럼 연결돼 있는 회사인 만큼 매각하기는 부담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추가로 5000억원을 빌려도 이를 상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다. 단기차입금 상환 등으로 상반기 유동성 위기를 돌파한다고 해도 하반기 및 내년에 도래할 차입금 상환 능력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찍힌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모든 것을 걸고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산업은행과 협의해서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성심,성의껏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매각 3년 미루자" 벼랑끝 제안 통할까

금호그룹은 산업은행과 MOU를 체결하고, 경영정상화 기간(3년) 동안 이행여부를 평가 받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만약, 부여된 목표 달성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M&A를 진행할 수 있으며, 대주주(개인 대주주 및 금호산업)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적극 협조한다"고 했다. 더불어 '금호산업은 산업은행에서 M&A를 진행할 경우 보유지분(Drag-along) 및 상표권 사용 등과 관련하여 매각 절차에 하자가 없도록 사전 조치한다'고 약속했다.

최근 산은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매각설을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우선 발등의 불을 끄고, 시간을 번 뒤 후일을 도모하는 성격의 제안"이라며 "수학문제를 내줬는데, 그림을 그려서 제출한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3년이란 시간은 공교롭게도 정권 교체기와 맞물린다. 2022년 대선이 예정된 만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평가 및 매각 여부 결정은 정권 교체와 맞아 떨어진다. 정권이 바뀌면 산업은행 회장 교체 등이 이뤄질 수 있다. 결국 이동걸 회장 대신 새로운 산은 회장과 다시 협상을 이어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금호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박 회장 일가의 금호그룹 최대주주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한다고 해도 최대주주인 박 회장 일가의 영향력은 지속될 수 있다. 더불어 박세창 사장의 경우 아시아나IDT CEO로 활동하고 있다. 대주주 지위를 지킨다면, 향후 아시아나IDT를 발판으로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도모해 볼 수 있다. 결국 자연스럽게 박 회장에서 박 사장으로 경영권 승계가 되는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자구안 형태보다는 내용상 자율협약 요청에 가깝다"며 "이미 금호타이어 차입금에 대한 담보는 해지가 안 될 것이고, 담보가 없으면 채권단에서 5000억원을 추가 지원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권단이 추가로 자금 지원할 의향이 있었다면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이미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에 자금을 지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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