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4월 12일 07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화금융센터에서 '디노랩' 개소식을 열었다. 디지털 이노베이션 랩의 약칭인 디노랩은 핀테크 스타트업이 공룡(Dinosaur)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디지털 혁신의 요람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우리금융 임직원들, 장정욱 아마존웹서비스 코리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축하를 위해 찾아왔다.취지는 우리은행의 핀테크 육성 활동과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자리였지만 정작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곳에 쏠렸다. 행사를 마친 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과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한 번 퇴진했다가 복귀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러면 시장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당연히 그날 이슈의 중심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둘러싼 금융위, 산업은행과 박삼구 전 회장 간의 팽팽한 긴장구도였다. 아시아나항공이 연내 상환해야 할 부채는 약 1조7000억원. 오너일가는 이를 갚을 여력이 없다. 자칫 국내 양대 항공사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이 망가지거나 매각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슈 앞에서 디노랩 개소식은 뒷전으로 밀렸다.
11일 신한L타워에서 열린 '신한퓨처스랩' 제2 출범식에도 똑같은 모습이 재현됐다. 최 위원장은 언론 앞에서 금호 측이 제출한 자구개선안에 진정성이 없다며 혹평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도 기다렸다는 듯이 지원불가를 외치며 자구안을 반려했다. 신한퓨처스랩에서 소개된 혁신서비스와 유망 스타트업들은 아시아나항공 이슈에 묻혔다.
뉴스포탈에서 '최종구 디노랩'을 검색하면 10페이지 기준으로 185건, '최종구 신한퓨처스랩'으로 보면 212건이다. 반면 '최종구 아시아나'를 검색해보면 621건에 이른다. 이처럼 아시아나 사태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12일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개최되는 정맥인증 서비스 개시 행사도, 다음 주에 열릴 하나금융그룹의 '1Q 애자일 랩' 8기 출범식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최 위원장은 은행권의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과 협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핀테크랩 행사에 빠짐없이 출석도장을 찍고 있으나 정작 주객이 전도된 양상이다.
혁신 스타트업을 위한 금융 확대는 최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첫 번째로 꼽은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을 통해 강조한 부분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지원사격으로 힘이 실리자 최 위원장은 즉각 은행들을 방문, 스타트업 지원 독려에 나섰다. 그의 노력은 높이 평가될 필요가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빛이 바랬다.
시기가 조금 달랐으면 어땠을까. 그간 유망 스타트업을 찾고 핀테크랩으로 데려와 육성·지원했던 은행의 노고가, 은행의 후원을 받아 혁신서비스를 개발해 상용화하려는 핀테크업체들의 노고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묻히는 것 같아 아쉽다. 누굴 원망할 일이 아니긴 해도 타이밍이 참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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