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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가 3세 박세창, 그는 과연 순순히 물러날까 [아시아나항공 M&A]항공업과 인연 많지 않지만 부친 애착 물려받아…정의선·조현범·장선우 재계 막강 네트워크

문병선 기자/ 김경태 기자공개 2019-04-17 10:28:04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6일 10: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발표한 후, 이 소식에 가장 회한에 젖을 인물들을 꼽으라면 단연 금호가 후손들을 꼽을 수 있다. 대한민국 국적항공사를 소유하는 가문의 일원, 한때 재계 10위권 그룹의 후손이라는 우월감, 호남을 대표하는 그룹이라는 정서적 자신감을 가진 인물들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라는 가문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이벤트를 접하는 당사자들마다 느낄 회한은 다르고 시간이 흐를수록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호가에는 딸들을 제외하고 총 4명의 아들 3세가 있다. 박재영씨,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다. 올해 한국나이는 50, 45, 42, 42세다.

이 중 장손인 박재영씨는 고 박성용 금호그룹 2대 회장의 외아들이면서도 그룹 경영과 무관한 삶을 살아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벤트와 심리적 거리감이 있는 인물이다.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소수 지분을 모두 팔고 영화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갔고 지금도 영화 관련 일을 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식 외엔 그에 대해서 잘 알려진게 없다.

박재영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3세들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벤트에 모두 다른 감상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경쟁심도 크다. 저마다 앞으로 있을 상황 전개에 대처하고 접근할 셈법이 다르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고 욕심도 달라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물론 미래 범금호가의 지속 가능성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박세창 가계도

우선 박세창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주체이자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 사태의 주인공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로, 영광스러운 날과 치욕스러운 날을 직접 몸소 체험하고 있다. 그는 한때 금호가 3세 중 가장 촉망받는 후계자였다. 부친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해 금호를 재계 10위권 대그룹으로 키울 때부터 2009년 작은아버지와 부친간 형제간 분쟁이 있었던 때, 그리고 그룹 유동성 위기에 뒤이은 기나간 워크아웃 터널 시기, 금호그룹의 재건, 최근 다시 불거진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와 매각 결정이 있기까지의 모든 시간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함께 했다.

한때 그는 더벨과 인터뷰에서 아시아나항공에 애착이 많으냐는 질문에 "타이어(금호타이어)도 많고 아시아나(아시아나항공)도 많고 금호산업도 많습니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뒤이어 특별히 딱 한 곳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아픈 손가락이 있을까요. 물론 회사마다 어느 부분이 바뀌어야겠다, 어느 부분이 좋다 나쁘다의 차이는 있겠죠. 뭐 그런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회사가 더 좋고 이 회사가 더 나쁘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

사실 박세창 사장은 항공사와는 인연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경력을 보면 AT커니에 잠시 몸담았다가 아시아나항공에 잠시 있었고 군대에 갔다. 그 후 항공사에 몸 담은 적이 없었다. 제대 후 금호타이어에 있다가 금호그룹에서 재직했고 다시 금호타이어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아시아나IDT에서 사장을 맡고 있다. 아시아나IDT는 '아시아나항공의 두뇌'라 불릴 정도로 중요한 사업을 하는 곳이다. 이제 막 항공업무를 익히는 때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라는 충격적 변화를 경험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입장이 발표된 15일 오전 부친과 함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박세창 사장은 지난 15일 밤 심정을 묻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한 통화 요청에도 답하지 않았다. 그의 카카오톡 배경 그림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문구가 써 있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의 한자성어다.

지금은 다소간의 당황감과 충격 등이 복합적으로 느껴지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박세창 사장 역시 냉점함을 되찾고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라는 게 금호가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가 바라볼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판'은 일반인들과 다르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부친의 아시아나항공 애착을 물려받았다는 얘기다. 주인 의식은 세월이 흘러도 더 강해지면 강해졌지 사라지지 않는다. 그가 과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약속대로 관망자의 입장을 유지할 지 아니면 모종의 움직임을 취할지는 금호가에서 중요하게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워낙 부친으로부터 야단도 많이 맞고 엄격한 환경에서 자라 혼자서 무모한 일을 벌일 성격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박세창 사장 주변인들을 함께 보면 그가 이 상황을 그저 흘러가는 세월의 흐름으로만 볼 성격이 아닌 호락호락하지 않을 인물일 가능성도 농후하다. 박세창 사장에겐 재계 막강한 네트워크가 무기다. 그는 2015년초 기자와 미팅에서 고등학교(휘문고) 선후배 중 알만한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가깝게 지내는 분들 중에는 윤석민 SBS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이 있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외 극동유화 장선우 대표가 초등학교(이화여대부속초등학교) 동창으로 절친이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과도 친분이 두텁다. 장선우 대표와는 한때 건설사를 설립하기도 했고 이 건설사는 지금도 사업을 하고 있다.

박세창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으로 재기를 노려볼 수 있다는 점이 무기다. 후일을 도모할 시간은 충분하다. 시간이 흘러 정권이 바뀌고 박세창 사장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바뀌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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