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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옹립 '일사불란'…KCGI 공세의 역설 [한진그룹 3세 경영 출범]①한진칼 이사회 '만장일치'로 서둘러 가결…지배구조 분쟁 영향

고설봉 기자공개 2019-04-30 08:02:01

[편집자주]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작고로 한진그룹은 지난 3주 동안 그야 말로 '격변기'를 겪었다. KCGI의 공세로 지배구조가 위협받던 속에서 조원태 회장으로 승계는 예고도 준비 과정도 없이 불쑥 찾아왔다. 한진그룹이 처한 현실은 그만큼 다방면에서 안정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다. 한진그룹이 지배구조와 경영구도 등 측면에서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5일 18: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타계 17일 만에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한진그룹 회장에 올랐다. 별도 취임식 없이 곧바로 회장에 취임했다. KCGI와 지배구조 관련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회장 공백' 사태를 조기에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조 회장 선임을 두고 '예정된 수순'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시기와 방식 등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한진그룹이 신속하고, 간결하게 조 회장을 옹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시간을 거슬러 지난해 11월부터 진행된 한진그룹 내부의 일사불란한 조직 정비가 이번 조 회장 옹립을 일사분란하게 진행할 수 있던 원동력으로 꼽힌다.

한진칼은 지난 24일 이사회 열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아버지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하 조 전 회장)이 지난 8일 사망한 이후 17일만에 조 회장이 대권을 물려받았다. 한진그룹은 약 3주간 총수 공백 사태를 맞았지만, 조 전 회장 장례를 마치자 마자 조기에 회장을 선임하며 조직을 가다듬었다. 공정위에 제출하는 대기업집단 총수 지정에도 신임 조원태 회장이 오르게 된다. 이로써 조 회장은 그룹 내부에 이어 외부에도 공식 데뷔한다.

한진칼 이사회는 "조원태 신임 대표이사 회장의 선임은 고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는 한편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그룹 창업 정신인 '수송보국'을 계승·발전시키고, 한진그룹 비전 달성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원태 회장
<올해 1월 2일 진행된 대한항공 시무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당시 대한항공 사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이처럼 한진그룹이 발 빠르게 조 회장을 옹립할 수 있던 원동력은 역설적이지만 KCGI가 제공했다는 평이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이후, 조원태 회장을 제외한 오너일가가 모두 사정당국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경찰 등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진에어, 칼호텔네트워크에서 경영수업을 쌓던 조 전 전무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조 전 회장과 부인 이명희 씨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에 따라 조 전 회장도 경영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이런 틈에 KCGI가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매입을 토대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했다. 그러나 조 전 회장은 건강 상의 이유로 지난해 12월 초 미국으로 떠났고, 미국 체류가 장기화 했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당시 사장)과 석태수 한진그룹 부회장이 지휘권을 각각 잡고 KCGI의 공세에 대비했다. KCGI와의 분쟁에 대비하는 최종 책임자는 형식적으론 석태수 한진칼 부회장이었지만 현실적으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의사결정의 최종 책임을 맡고 있었다.

한진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고 조양호 회장이 미국에 간 뒤로 한진칼, 대한항공 등 주요 계열사 임원들은 이미 조원태 사장을 그룹 총수로 받아들였다"며 "서로 간 신뢰를 바탕으로 KCGI의 공세를 막기 위해 그룹 재정비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조 회장의 사망과 관련 없이 이미 조원태 사장으로 권력이 집중되던 모양새였다"며 "이런 내부정리가 이미 어느정도 돼 있었기 때문에 장례 일정이 마무리 되자마자 발 빠르게 교통정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에는 한진그룹 전체의 '권력 집중도'가 조원태 회장 쪽으로 차츰 기울어졌다. 예전 조 전 회장에게 향했던 '권력 집중도'는 KCGI와의 분쟁을 거듭하며 조 회장에게 조금씩 이양됐다. 특히 올해 초 조 회장이 대한항공 시무식을 주재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대외적으로 한진그룹 대표로서 행보에 가속도가 붙었다. 2월을 지나면서부터는 KCGI와의 분쟁에 대비한 주주총회 준비 과정에서 조 회장의 리더십은 본격 발휘됐다.

그 사이 한진그룹 내 전문경영인들의 움직임도 일사분란했다. 석 부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 등 주요 경영진들은 조 회장을 중심으로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당장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주총 등 그룹의 존립을 위협하는 대규모 이벤트가 연달아 예비된 상황에서 구심점이 필요했다. 한진그룹 지배력의 근간이 되는 한진칼 최대주주로서 유일하게 그룹에 남아 있던 사람은 조 회장 밖에 없었다.

석태수 우기홍
<석태수 한진그룹 부회장(왼쪽)과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

조 회장이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대표이사로 경영 일선에서 보여준 리더십도 이번 회장 선임이 잡음 없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던 밑거름이다. 조 회장은 '물컵 갑질' 사태 이후 조직 재정비에 나서며 조기에 조직을 정상화 했다. 특히 조 회장이 올해 대한항공 시무식을 주재하며 '감사'와 '소통'을 키워드로 들고 나와 직원들을 다독이고, 고객들에 대한 기업 이미지 제고에 힘을 쏟은 데 대한 그룹 안팎의 평가가 좋았다. 이 시무식은 한진그룹 전문경영인 및 구성원들의 마음이 모아진 계기로 평가된다.

한진그룹 고위 임원은 "회장 공백 사태를 조기에 해소하는 차원"이라며 "회장으로 이사회에서 결정된 부분에 여러 의미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룹 전체가 체계가 잡혀 있고, 위계가 있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최고 어른으로 내부에서 완전히 정리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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