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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의 글로벌 오토게임]포드의 프리미엄 브랜드 역사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7-08 09:59:00

이 기사는 2019년 07월 01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기 전까지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Premier Automotive Group (PAG)을 운영했었다. PAG는 링컨, 머큐리, 재규어, 랜드로버, 애스턴 마틴, 볼보 등 6개 고급 브랜드로 구성되었다. 포브스지의 추산에 따르면 포드는 15년 동안 PAG를 만들고 발전시키는데 약 170억 달러를 썼다.

◇재규어와 랜드로버

포드는 1990년에 재규어(Jaguar Cars)를 인수해서 2008년까지 보유했고 2000년에 랜드로버(Land Rover)를 인수해서 역시 2008년까지 보유했다.

재규어는 1922년에 윌리엄 라이언스(별명이 ‘Mr. Jaguar'다)가 친구와 함께 설립했다. 설립 당시에는 이름이 Swallow Sidecar Company였는데 오토바이 옆에 붙이는 사이드카를 제작했다. 1922년에 자동차를 내놓으면서 이름을 재규어로 바꾸었다.

1965년에 재규어의 바디를 100% 공급하던 철강회사 Pressed Steel이 BMC(British Motor Corporation)에 인수되었는데 BMC는 재규어도 인수하고 싶어했다. 철강 문제도 있었고 마땅한 후계자도 없던 라이언스는 BMC와 합병하기로 했고 1966년에 새로운 지주회사 BMH(British Motor Holdings)가 탄생했다.

1968년에 영국 정부가 BMH에게 레이랜드(Leyland Motor Corporation)를 인수하라고 압박했다. 레이랜드는 버스와 트럭을 생산하던 회사다. British Leyland Motor Corporation이 출범했다. 랜드로버도 여기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합병은 실패작이어서 브랜드 일부를 대처행정부의 민영화 플랜에 따라 분리하기 시작했고 1984년에 재규어가 상장회사로 분리되어 나왔다.

독립한 재규어는 존 이건(John Egan)의 경영하에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건은 판매보다는 품질관리와 인도기일 엄수, 생산성 향상에 주력했고 당시 약 1만 명 인력 중 1/3을 정리했다. 그러나 재규어는 포드가 1990년에 인수한 후에는 이익을 내지 못했다. 포드가 인수한 이후 재규어와 랜드로버 두 브랜드는 소비자 신뢰도 면에서 업계 최저를 기록했다.

레이랜드는 1994년에 랜드로버도 BMW에 매각했다. 랜드로버는 1948년에 출범한 4륜 구동차 전문 회사다. 디자인은 지프를 벤치마킹했다. 영국의 문화 아이콘 중 하나다. 1970년에 세계 최고급 SUV라는 명성을 누렸던 대표작 레인지 로버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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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BMW는 랜드로버를 2000년에 포드에 매각했고 포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도의 타타그룹에 매각해서 2013년에 재규어 랜드로버가 탄생했다. 타타가 인수한 이후 재규어 랜드로버는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는 듯 하다가 2019년에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중국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큰 이유로 꼽힌다.

◇볼보

포드는 볼보(Volvo Cars)를 1999년에 인수했다가 2010년에 중국의 지리자동차에 매각했다. 포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매각하면서도 볼보는 남겨두었는데 위기 탈출 과정에서 결국 매각했다. 스웨덴 정부는 포드가 위기 중에 도산하게 되면 스웨덴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볼보의 구조조정을 계속하던 포드는 60억 달러에 회사를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스웨덴 정부는 볼보를 국영화하든지 GM의 SAAB와 함께 구제금융을 제공할 것인지도 고민했다. 원래 볼보의 주인이었던 AB볼보도 포드와의 제휴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지리자동차가 15억 달러에 볼보를 인수했다.

1927년에 출범했던 볼보는 규모가 나지 않아 항상 고심했던 회사다. 1970년대 말에는 같은 스웨덴의 SAAB와 거의 합병할 뻔했다. 1978년에 노르웨이 정부에 지분 40%를 매각하려고 했는데 기관투자자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1993년에는 프랑스의 르노와 합병을 추진했으나 다시 주주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1999년에는 상용차에 집중하기 위해 승용차 부문을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안전성으로 평판이 높은(볼보는 1927년 창업 시에 안전을 최고 가치로 설정했던 회사다) 유럽의 고급 중형차에 매력을 느낀 포드가 나서서 인수했던 것이다. 이제 트럭, 버스, 건설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는 이름이 볼보그룹이다. AB볼보라고도 쓴다. 즉, 두 회사가 볼보 상표를 쓴다. 볼보는 매각대금 64억5천만 달러 일부를 써서 일본의 미쓰비시자동차 지분 5%를 취득했다가 2001년에 미쓰비시중공업에 되팔았다.

◇애스턴 마틴

애스턴 마틴(Aston Martin)은 007 제임스 본드의 차로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다. 1964년 작 ‘골드핑거'에서 본드는 DB5를 타고 나타났다. 그래서 애스턴 마틴은 영국의 문화 아이콘들 중 하나다. 가격은 약 4억 원대다. 2017년 소더비경매에서는 1956년 형 한 대가 2억2천5백만 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애스턴 마틴의 공동창업자 라이오넬 마틴은 옥스퍼드대 졸업생이다. 대학생 때 자전거동호회의 열성회원이었다. 1909년에 자동차 운전 때문에 부과받은 벌금을 납부하지 않아 면허정지를 받았다. 면허정지 중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그때 만난 동호회 친구 로버트 뱀퍼드와 함께 1912년부터 자동차 세일즈를 시작해서 다음해 결국 자동차회사를 차렸다.

애스턴 마틴은 고생을 많이 한 회사다. 1913년에 설립된 후에 1925년부터 시작해서 20세기 동안 모두 일곱 번 도산했다. 1947년에는 DB(David Brown)이 인수했다. 여기서 DB시리즈가 시작되었다. 1974년에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1975년에 미국과 영국의 투자자들에게 매각되어서 1975년에 공장이 재가동되었다. 장기투자할 계획이 없었던 투자자들은 1981년에 영국의 저명한 석유사업가 말콤 곤틀렛(Malcolm Gauntlett, 1942~2003)에게 회사를 매각했다. 곤틀렛은 자동차 애호가였다. 곤틀렛이 애스턴 마틴을 재기시켰다. 1986년에는 제임스 본드를 다시 불러들이는 수완도 발휘했다.

포드는 1994년에 애스턴 마틴을 인수했다가 최고급 자동차 애스턴 마틴을 볼보와 무리하게 연계시키거나 포드의 부품을 같이 사용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실책을 거듭하다가 결국 2007년에 회사를 사모펀드를 포함한 일단의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회사는 2018년에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고 기술제휴 관계에 있는 다임러가 4.18%를 투자하고 있다.

◇평가

애스턴 마틴의 매각으로 포드의 PAG 브랜드 중 해외 브랜드 4개가 없어졌고 링컨과 머큐리는 포드 본체로 복귀해서 PAG의 역사는 마감되었다.

PAG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포드에서 분리되기는 했지만 원래 상호 관련성도 약하고 포드와의 접점도 별로 없는 해외의 4개 브랜드를 인위적으로 결합시킨 데서 그 패인을 찾을 수 있다. 안전성의 대명사 볼보, 스타일과 스피드의 재규어, 부자들의 지프라는 랜드로버, 그리고 스포츠카 애스턴 마틴이다. 특히 볼보와 애스턴 마틴은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 브랜드들을 한데 묶을 이유가 없고 상호 연계되지만 독자적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했었다.

구 PAG 브랜드는 다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까. 자동차산업은 종래의 산업모델이 디지털 경제에서 환경친화적으로 변모하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다른 어떤 산업에서 보다 기술혁신의 요구가 크고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산업 전체가 미래기술에 몰입되어 있다. 구 PAG 브랜드들처럼 유서 깊은 명성이나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도 그 자체가 미래에도 마찬가지로 경쟁력의 기초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역사적 브랜드보다는 기술혁신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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