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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을 다시 보다]상생협약 이후 6년, 약속은 지켜졌을까③본사-대리점, 유기체 인식 확산…권익 개선안 이행률 94%, 동반성장지수 '우수' 평가

박상희 기자공개 2019-08-06 07:35:00

[편집자주]

20년 넘게 건실하고 우량한 기업으로 칭송받던 기업이 2013년부터 갑질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잘못은 비판 받아야 하고, 그룻된 관행과 시스템은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6년 넘게 '갑질'이라는 프레임으로만 기업을 바라보는 잣대는 공평하지 않다. 2013년 사태 이후 더 나은 기업이 되기 위한 남양유업의 노력과 시스템의 변화를 살펴본다. 그간 갑질 프레임에 갇혀 간과됐던 기업의 본질 가치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1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진이 됐든 오너일가가 됐든 실수나 잘못이 발생했을 때 국민과 소비자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는 것은 국내 경영 풍토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사과문 발표에 이어 재발방지책 및 향후 미래발전방안 수립 등도 잇따른다. 표면적인 사과와 반성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 여부와 지속성을 향한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남양유업도 갑질 사태 이후 비슷한 절차를 밟았다. 2013년 5월 사태 발발 이후 대표이사 등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고 7월 피해대리점협의회와 상생협약을 맺었다. 6년 전 상생협약은 허울뿐인 말에 불과했을까. 진정성 있는 약속으로 이행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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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업계 최초 '대리점 상생회의' 도입…2013년 이후 21회 개최

남양유업은 상생협약을 맺은 지 2개월이 지난 2013년 9월 곧바로 대리점 상생회의를 도입, 개최했다. 비록 불미스런 사태 이후 열린 것이지만 대리점과의 상생회의 도입은 남양유업이 유업계 최초였다.

이후 상생회의는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총 21회에 걸쳐 상생회의가 열렸다. 가장 최근 상생회의는 6월 말 열렸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상생회의가 열리는 시기를 콕 집어 특정할 순 없지만 통상적으로 매 분기 말 열린다"면서 "일년에 4번 꼴로 개최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상생회의에는 남양유업 대표이사 및 영업지점장들을 비롯해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리점주와 전국대리점 협의회 집행부 등 총 40여명이 참석한다. 가장 최근 열린 6월 회의에는 이광범 대표이사, 양영일 영업부문장, 이태언 유통부문장 등 남양유업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석했다.

회사 관계자는 "상생회의에는 대리점주와 업무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임원이 모두 참석해 대리점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서 "지역 대표 대리점주와 협회 집행부가 참석하는 만큼 대표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상생회의
*남양유업 최근 상생회의

상생회의가 갖는 의의는 개최 자체보다도 그 자리에서 논의되는 내용에 있을 것이다. 2013년 당시 상생 협상안 주요 내용은 △ 불공정 거래 행위의 금지 △ 상생위원회 설치 △ 고충처리 위원회 설치 △ 대리점 발주 시스템 개선 △ 반송 시스템 구축 △ 물품 대금 결제 시스템 보완 △ 대리점 상생 지원책 등이 포함됐다.

남양유업은 상생협약 발표 당시 밝혔던 대리점 권익 개선안 32건 가운데 대부분을 이행했다. 현재까지 대리점 복지정책, 영업지원 개선사항 등 이행률은 94% 수준이다.

가장 주목할만한 건 사태 이후 업계 최초로 밀어내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주문·반송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2013년 사태가 발생했던 근본 원인이 '제품 밀어내기'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꾼 것이다.

◇상생결제시스템 도입, 동반성장지수 승급

그밖의 권익 개선안도 대부분 이행됐다. 2015년 이후 신제품의 경우 3개월 동안 발생하는 반품을 무상으로 환급하고 있다. 2017년 1월부터는 유통납품 대리점에 유통업체 사용분 기획팩 부자재를 무상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 이전에 대리점이 구매한 부자재의 경우 이벤트 기한 만료 등으로 사용하지 않는 기획팩에 대해선 지난해 3분기 전량 환급 조치했다. 대리점주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들이다.

자녀 학자금 및 출산 장려금 정책도 꾸준히 실시되고 있다. 지난 6년간 누적 514명의 대리점주 자녀에게 장학금 6억6000만원을 지원했다. 17개 대리점에 출산장려금 총 5000만 원을 지급했다.

학자금 및 출산 장려금은 남양유업이 사태 직후 밝혔던 대리점 생계자금 100억원 및 상생 자금 500억원과는 별도로 대리점 복지를 위해 추가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상생자금 500억원은 판매 촉진을 위한 자금 지원, 신규 거래처 개척 지원, 각종 인센티브 등으로 이미 집행됐다"면서 "학자금 및 출산 장려금은 상생자금과는 상관 없이 별도로 집행되는 자금"이라고 말했다.

상생회의는 본사와 대리점이 '갑을 관계'가 아닌 '상호협력'해야 하는 유기체임을 확인하는 자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앞서 상생회의에 참석했던 대리점주는 "상생을 위한 노력과 품질 좋은 제품들이 기존 회자되고 있는 악성 루머 때문에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남양유업 대리점으로서 당당하게 현장 영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등급

남양유업은 지속적인 상생 노력 결과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하는 동반성장지수에서 최근 우수등급을 획득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남양유업의 동반성장지수 등급은 '양호'였다. 올해 처음으로 우수로 승급했다.

동반성장지수 승급에는 '상생결제시스템 도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상생결제시스템을 도입한 대기업은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가점을 받는다.

상생결제시스템은 협력사가 결제일에 현금지급을 보장 받고, 결제일 이전에도 구매기업(대기업 등)이 지급한 외상매출채권을 대기업의 신용으로 은행에서 현금화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남양유업 협력업체는 낮은 이자 비용으로 납품 대금 등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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