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위기 선진국금리 DLS]한도차면 타증권사가 상품복제, 손실규모 더 키웠다파생상품 손쉽게 복제 가능, 은행권 한도제한 장치 '미흡'
최필우 기자공개 2019-09-05 07:58:29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3일 13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손실 위기에 노출된 선진국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이 우후죽순 판매된 것은 파생상품을 손쉽게 복제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기존 DLS 발행사가 리스크 한도를 이유로 추가 발행을 멈추면 은행이 타증권사에 동일한 구조의 상품 발행을 요청할 수 있다. 증권사가 파생상품별 발행 한도를 관리하는 것과 달리 시중은행은 리스크 관리 체계가 미흡한 탓에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발행사 추가확보로 판매 확대 가능
이달 19일 일부 만기가 도래하는 독일 10년물 국채금리 연계 DLS를 발행한 곳은 총 3곳이다.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 3곳이 각각 600억원, 400억원, 200억원 규모로 DLS를 발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중 가장 큰 규모로 발행한 하나금융투자는 IBK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가장 늦게 발행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가 이 DLS를 모두 발행하지 않은 것은 파생상품별로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파생상품 구조와 기초자산별 위험성을 감안해 특정 상품이 무한정 발행될 수 없게 제한하는 식이다. 결국 투자자가 손실 확정을 눈앞에 두면서 리스크 점검이 보수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사별 발행잔액이 수조원에 달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비하면 규모가 적은 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이 DLS를 펀드에 편입해 판매한 후 추가 발행을 타진했다. 하지만 기존 발행사는 추가 발행에 난색을 표했다. 내부적으로 허가받은 독일 금리연계 DLS 발행 한도를 채웠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은행은 발행사를 추가 확보하는 방식으로 판매량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발행사는 백투백헤지, 발행 한도 등을 활용해 각자의 위험을 제한했지만 은행 고객에게 전가되는 리스크 규모는 계속 늘어난 셈이다.
이같이 우리은행이 발행사를 추가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파생상품 복제가 손쉽게 가능해서다. 배타적사용권이 부여되지 않은 경우 같은 구조와 기초자산이 사용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이 개발한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이 흥행한 후 타증권사가 잇따라 동일 상품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독일 국채금리 DLS의 경우 단일 기초자산을 쓰는 데다 기초자산 접근이 용이해 복제가 쉬웠을 것이란 평가다.
증권사들은 파생상품 핵심 고객인 우리은행의 발행 요구를 수용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각사의 리스크관리 기준이 허용하는 범위라면 발행을 거절한 명분도 부족하다. 특히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미국 달러 CMS 금리연계 DLS 발행과 판매로 합을 맞춘 우리은행의 발행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리스크관리 체계 '전무'
시중은행은 최근 수년간 파생상품 판매를 늘려왔다. 꾸준히 판매량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 주가연계신탁(ELT)이 대표적이다. 반면 특정 파생상품의 판매잔액을 의도적으로 낮춘 경우는 드물다. 새해 판매 목표치를 정할 때 전년도 판매량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초자산 흐름과 전망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시중은행은 증권사처럼 파생상품별 한도를 제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상태다. 영업점 PB는 물론 본사 상품개발 담당자들도 개별 상품과 기초자산 흐름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이다. 시중은행은 파생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증권사 출신 인력을 영입하고 있지만 리스크 관리를 전담하는 인력은 사실상 전무하다.
나름대로 리스크 관리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곳도 판매량 조절에 힘을 싣는 데 한계가 있다. 비이자수익을 바탕으로 실적을 평가받는 담당 임원이 판매 전략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 성과를 바탕으로 승진 여부가 결정되는 담당 임원이 본인의 실적 부진을 감소하고 판매에 제동을 걸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은 손쉬운 복제가 가능해 은행이 마음만 먹으면 판매량을 과도하게 늘릴 수 있다"며 "시중은행이 파생상품별 한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어 손실 규모가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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