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정몽익 챙기려다…신용 잃은 KCC 인적 분할안 탓 S&P 신용등급 '부정적'…투기 등급 될 가능성도
박기수 기자공개 2019-09-06 08:07:33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5일 16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몽익 KCC 사장(코리아오토글라스 회장, 사진)의 '홀로서기'를 위해 KCC가 생각보다 큰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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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초까지는 BBB 등급이었으나 KCC가 미국 실리콘 제조업체인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모멘티브)' 인수를 결정하면서 차입 부담 증가 가능성이 커져 신용도가 BBB-로 떨어졌다. 여기서 한 등급만 더 떨어지면 KCC의 신용등급은 '투기 등급'이 되는 가운데 '부정적' 전망은 KCC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S&P가 KCC의 신용등급 전망을 조정한 이유 중 하나는 최근 KCC가 발표한 인적 분할안 때문이다.
KCC는 지난 7월 유리 사업 부문과 홈씨씨인테리어 사업 부문, 상재 사업 부문 등 세 개의 사업 부문을 떼어내 신설 법인 KCG(가칭)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KCC가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던 코리아오토글라스(KAC)의 지분을 모두 KCG로 넘기기로 했다.
인적 분할의 이유로 KCC는 "장기적 성장 추구·주주 가치 극대화·책임 경영 체제 확립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KCC그룹의 차남인 정몽익 사장의 독자 경영 무대가 만들어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배경은 이렇다. KCC 창업주인 정상영 명예회장은 슬하에 세 아들(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 사장, 정몽열 KCC건설 사장)을 두고 있다. 정몽진 회장이 '본체'인 KCC를, 3남인 정몽열 사장은 KCC건설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KCC건설은 지분 관계상 KCC의 지배를 받지만 이사회 등 경영 전반적인 모습을 봤을 때 삼남 정몽열 사장의 독자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차남 정몽익 사장은 KAC의 회장으로 있긴 했지만 기업 크기가 애매했다. 2016년 삼부건설공업 등을 인수하면서 규모를 키우긴 했지만 그룹 내 존재감이 비교적 작았던 것이 사실이다. 동생이 경영권을 쥔 KCC건설보다도 자산 규모가 작았다. 그럼에도 업계는 훗날 정몽익 사장이 분리 경영에 나선다면 KAC를 중심으로 할 것이라는 예측을 지속해서 내놨다.
업계 예측과 달리 정몽익 사장은 KAC 외 KCC의 유리·홈씨씨·상재 부문까지 물려받으며 KCG라는 든든한 토대를 얻게 됐다. 물론 인적 분할 이후 정몽진 회장 소유의 KCG 지분(18.32%)과 정몽익 사장이 쥔 KCC 지분(8.8%)을 스와프(swap)하는 등의 후속 작업이 필요하지만 업계는 분할 후 당연히 이와 같은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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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작업이 KCC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점이다.
우선 분할 자체로 재무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KCC-KCG 분할 계획서(계약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CC의 부채비율은 56.5%다. 이 상태로 인적 분할이 단행될 경우 부채비율은 63.7%로 높아진다. 다시 말해 KCG로 떨어져 나가는 사업 부문이 부채는 별로 없고 자본은 풍부한 '우수 자산'이라는 셈이다.
실제 S&P도 이와 같은 이유를 전망 조정의 배경으로 들었다. S&P는 "KCC의 유리 및 인테리어 사업부 분할로 인한 차입금 감소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내년 EBITDA(상각전영업이익) 규모가 약 15~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분할로 인해 덜어지는 차입금은 별로 없지만 수익성은 크게 낮아진다는 얘기다.
주가 역시 KCG 분할 발표 이후 크게 낮아진 상태다. 지난 4일 KCC의 1주당 가격은 22만8000원(종가 기준)이다. 이는 분할이 발표된 지난 7월 11일 주가(26만원)보다 13% 하락한 수치다. 시장 역시 KCC의 인적 분할 자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KCG로 분할되는 유리 사업과 상재 사업, 홈씨씨 사업은 다른 사업 부문과 비교했을 때 현금창출력이 괜찮은 사업이다"라면서 "괜찮은 수익성을 내는 KAC 역시 KCG로 넘어가면서 정몽익 사장을 위해 KCC가 많은 부분을 희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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