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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3.0]"런던 만한 곳 없다" 국내 은행들 IB영토 확장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커버…'신디케이션' 위상 확고

런던(영국)=원충희 기자/ 이장준 기자공개 2019-10-08 09:55:00

[편집자주]

금융의 해외진출은 단순한 본점지원 성격의 1.0과 현지화에 집중하는 2.0 단계를 거쳐 3.0 시대에 접어들었다. 금융회사들은 이머징마켓과 선진시장으로 투트랙을 전개하며 신남방과 IB영토 확장에 매진하는 중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벌 금융한류.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직접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둘러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30일 15: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국 런던은 뉴욕과 더불어 세계적인 금융중심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최근에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 탓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허브 위상이 흔들린다는 얘기도 있지만 1694년 영란은행(Bank of England) 설립 후 축적된 수백 년의 은행업 노하우는 쉽게 바래지 않았다.

런던의 노른자위인 '시티 오브 런던'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국계 은행들이 투자은행(IB)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브렉시트 혼돈 속에서도 우리은행은 지난 2017년, KEB하나은행이 작년에,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올 초 IB데스크를 열었다. IB 영토 확장을 위한 선진시장 거점으로 런던만한 곳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미아' 지역 커버하기 좋은 인프라 여건

국내은행들이 런던을 재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금융업은 브렉시트 이슈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과 런던이 '이미아(EMEA,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인프라 여건을 갖췄다는 점이다.

서승현 신한은행 런던지점장은 "금융은 은행만 있는 게 아니라 IT, 컨설팅, 법률, 회계가 장치산업처럼 클러스터로 이어져 있다"며 "브렉시트 이슈가 발생했다고 해서 이런 인프라를 어느 날 갑자기 떠 옮길 수 없고 생길 때도 수백 년 걸렸듯이 그 위상이 없어지는데도 수백 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적 금융거래의 계약서 대부분이 영문으로 이뤄져 있는데다 거래방식도 영국식 절차를 많이 따라간다. 전통적 해상강국답게 국제금융, 건설, 해상법, 보험 등의 분야에서 영국법이 준거법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전통이 길고 글로벌 금융시장을 주름잡았던 런던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런던금융시장
*사진설명 : 런던 금융시장 상징. 영란은행(Bank of England, 좌)과 로이즈(Lloyd's of London, 우) 본점 건물.

뉴욕 금융시장이 증권 위주로 성장했다면 런던 금융시장은 뱅킹 위주로 짜여있다. 영란은행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500여개 금융기관들이 '시티 오브 런던'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을 통해 유럽, 중동, 아프리카의 수많은 딜들이 모인다. 특히 신디케이션(Syndication) 분야에서 런던을 따라올 만한 곳이 없다.

이런 여건 덕분에 비즈니스 기회가 여전히 많다. 뱅크 중심의 시장 구조는 론(Loan) 베이스의 IB사업을 구사하는 은행들이 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FI 네트워크만 제대로 다져놓으면 이미아 지역을 커버하기 충분한 곳이다.

규제나 컴플라이언스(준법) 측면에서도 런던은 뉴욕보다 운신의 폭이 있다. 자금세탁방지, 준법규제 강화는 미국 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이며 유럽 또한 이를 따르는 추세지만 기본적으로 경영의 자율성을 존중한다.

전채옥 국민은행 런던지점장은 "미국이 직접적으로 규제를 세게 한다면 영국은 플렉시블(flexible)한 면이 있다"며 "1~5등급으로 분류해서 관리하는데 HSBC 같은 메이저 은행은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이 강하다고 해서 규제도 센 반면 한국계 은행들은 대부분 5등급에 속해 기본적인 보고만 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브렉시트 영향 제한적, 외자유치 적극

물론 브렉시트 이슈가 아주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런던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금융허브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러던 중에 독일, 프랑스, 아일랜드가 부각됐다. 이 가운데 가장 현실성 있었던 곳이 아일랜드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기 때문에 이쪽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가 좀 있었다. 그러나 아일랜드가 런던 금융시장을 대체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붙고 있다.

브렉시트 시위
*사진설명 :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하는 브렉시트 반대자들.

프랑스는 까다로운 노동법 탓에 고용이 어려운 게 단점이다. 컴플라이언스(준법)나 FI 네트워크를 위해선 현지인력 고용이 필수인데 그런 것이 어려웠다. 한국계 은행 런던지점 대다수는 컴플라이언스 오피서(준법감시인)로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금융당국 규제 변화를 모니터링하면서 어떤 케이스에 어떤 법규를 적용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경험 있는 현지인이 필요했다.

독일의 경우 금융허브인 프랑크푸르트가 기본적으로 작은 도시다. 단일도시 규모로 뉴욕에 비견되는 런던에 비하면 인프라 측면에서 제약적인 게 많다. 이렇다보니 런던의 금융중심지 위상은 아직 유효한 상황이다.

정성진 IBK기업은행 런던지점장은 "파운드화 비중이 적고 달러 베이스로 운용되는 한국계 은행들의 자산구성을 감안하면 브렉시트 불확실성에 대한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국내은행 런던소재 지점과 공동으로 브렉시트 이후 규제환경 변화에 대한 법률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유럽연합(EU) 지역 기업대출 등에 대한 규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영국도 브렉시트 이후 변화된 정세를 고려해 정책적 차원에서 외자유치에 적극적이다. 높은 고층빌딩을 못 짓도록 막아놓은 규제를 최근에 하나둘씩 풀고 있다. 로이드(Lloyd's) 보험마켓 주변으로는 고풍스러운 옛 건물 사이로 현대식 마천루를 솟아나고 있다. 오피스 수요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서승현 지점장은 "영국도 K-머니에 관심 있는데 한국 투자보다 인플로우(외자 유치)에 더 관심있다"며 "브렉시트 이후를 대비해 국제통상부(DIT)를 중심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제도를 열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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