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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료 진출 도전기]국민소득 5.4만달러…글로벌 각축장 된 '상하이'①하버드병원 등 미국·싱가포르 자본도 투자…한국 자본도 특화 영역으로 도전

상하이(중국)=조영갑 기자공개 2019-10-08 08:21:42

[편집자주]

중국 의료시장은 매년 20% 성장률을 보이는 거대시장이다. 특히 국민 소득 5만4000달러를 기록하며 중국내 부자들의 절반이 모여 사는 상하이 의료시장은 글로벌 자본의 '테스트베드'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 의료 산업은 중국 시장에 번번이 실패했으나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의료시장이 새로운 시장이 될지, 또 다른 무덤이 될지, 상하이 현지에서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1일 11: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대도시는 서울은 한참 뛰어 넘었다. 글로벌 수준으로 다시 경쟁해야 한다."

15년 간 상하이에서 거주한 정해범 서울리거병원 법인장(총경리)은 중국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상하이에서 IT관련 사업을 하다가 현재 상해서울리거의료미용병원(이하 서울리거병원)의 총경리를 맡고 있다. 서울리거병원은 세인트바움성형외과가 전신으로 2014년 개원했다. 미용성형 분야에서 최초의 한중합자 병원이다.

상하이는 중국의 '경제수도'로 불린다. 중국의 대외개방 창구이자 금융, 과학, 정보기술의 중심지다.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중국법인이 모두 상하이에 집결해 있다. 홍차오중심업무지구(홍차오CBD)만 해도 글로벌 기업의 중국본사 100여 개가 밀집해 있다. 상해 외곽의 신도시로, 우리의 판교와 비슷하다.

홍차오CBD는 상하이 시정부가 조성한 '비즈니스 시티'다. 나이키, 쉘(Shall), 로슈, 알리바바 등이 입주해있다. CJ도 중국법인을 이곳에 두고 있다. 총 555만 평방미터에 지하면적만 260만 평방미터다. 여의도가 지하에 있는 셈이다. 이곳에는 올 3월부터 진료를 시작한 척추관절전문병원 나누리병원이 개원하고 있다. 정형분야 최초의 한중합자 병원이다.

상하이는 충칭(3200만 명)에 이어 2500만 명으로 중국 내 두 번째로 인구가 많다. 인당 GDP는 5만4000달러 수준이다. 중국 전체 평균인 1만5175달러의 3배가 넘는다. 포브스가 발간한 중국 부유층 백서에 따르면, 자산규모 1000만 위안(17억원)이 넘는 '천만장자' 400만 명, 1억 위안(168억원) 이상의 억만장자가 15만 명이다. 이들 부자들 중 절반이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다. 상주 외국인은 20만 명, 그 중 3~4만 명이 한인이다.

부유층이 몰리면 그만큼 필요한 것이 의료산업이다. 건강에 투자를 아낄 사람은 없다. 서울리거병원을 비롯한 한국병원과 글로벌 의료기관들이 중국을 주목하는 이유다. 중국의 의료 산업은 한국 의료산업이 놓치기 힘든 블루오션이다.

상하이야경
상하이 푸둥 일대. 현재 주요 외자 투자병원이 도심을 중심으로 10개 이상 운영되고 있다.

◇ 2500만 인구, 100억대 자산가만 수만 명 고급의료 ‘테스트베드'

상하이는 금융, 산업을 넘어 세계 의료시장의 거대한 각축장이 되고 있다. 풍부한 배후수요와 높은 소득수준, 고도의 글로벌화라는 조건을 바탕으로 고급의료 시장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의료수준이 가장 높은 상하이 역시 여전히 의료는 발전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면서 "상하이에서 성공하면 중국 전역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의료서비스 지출액은 매년 15% 이상 증가하고 있다. 총 지출액만 5조3000억 위안(890조원, 2017년 기준)이다.

중국 정부는 2014년 베이징, 텐진, 상하이 등 7개 지역에 외자독자 의료기업의 설립을 허용하는 파격적인 안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는 중외 합자형태로 자본금 200만 달러 및 중방(중국파트너) 지분 30% 이상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글로벌 자본이 상하이를 통해 합자병원을 세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자본이 투자한 American-sino(산부인과, 소아과 전문)와 Promed cancer center shanghai(암 전문), Shanghai United Family Hospital(종합병원) 등과 글로벌 금융합작 투자병원인 Delta-Hospital, 싱가폴이 투자한 Healthway Medical(3개 전문과) 등 약 15개 이상의 외자 병원이 있다. 2017년에는 출자 형태가 아니라 합작형태로 하버드대학 메사추세츠 병원이 화원(花園)병원 컨셉으로 '상하이 쟈후이국제병원'을 개원하기도 했다. 500병상에 400명의 규모다.

전역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2007년 소프트뱅크가 상해 런지의료그룹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으며, 메릴린치가 아이캉궈빈검진센터에 300억원, KPCB VC가 루이얼치과체인에 240억원, Warburg pincus PE가 AMC CARE 모자병원에 1200억원을 투자하면서 중외합자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의료법인의 외자유치와 상장도 가능하다. 아이얼안과(Aier Eye Hospital Group Co.,Ltd.)와 퉁처의료(Top Choice Medical Investment Co.,Inc.)는 각각 3조원, 1조2000억원의 시총을 기록하고 있다.

비영리기관으로 분류되는 한국 내 의료법인의 직접적인 중국 투자는 불가능하지만, 개인투자나 홍콩법인 설립식 간접투자 등을 통한 중국 진출은 10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됐다. SK가 출자한 최초의 한중합자병원인 SK아이캉병원은 2004년 베이징에서 ‘최고급 의료기관'을 표방하면서 개원했지만, 현지화 실패로 5년 만에 중국 이매얼체인에 인수합병됐다. 예치과네트워크 역시 비슷한 시기 상하이에 진출했으나 합자형태가 아닌 브랜드 수출에 그치면서 결국 실패한 바 있다.

최근에는 서울리거병원(성형), 나누리병원(정형), 오라클피부과 등이 특화된 전문서비스 분야를 공략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중 서울리거와 나누리는 중방(중국파트너)와 함께 공동출자해 독자적 경영권을 보유한 합자병원형태다. 서울리거는 한국 51%, 중방 49%, 나누리는 한국 70%, 중방 30% 형태로 출자했다. 오라클은 공동출자가 아니라 브랜드를 수출하는 합작형태다. 서울리거 측은 "지난해 200억원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올해는 350억원 수준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들 병원은 홍콩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료지출
중국 의료서비스업 지출 현황 (자료 : 중국 위생부 위생발전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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