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체제 출범 1년]바뀐 '자금 분배' 철학…재무구조 불확실성 없앴다②명확한 '현금활용' 방침 발표…재무구조 안정화, 평가 긍정적
고설봉 기자공개 2019-10-02 08:06:56
[편집자주]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위기론이 커지고 있었다. 글로벌시장에서의 판매량 감소가 장기화하며 상황은 계속 악화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사이에서 미래차 대응 전략의 갈피를 잡지 못하며 성장동력이 꺼지는 듯 보였다. 이대로라면 추락하는 일만 남았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매분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수익성은 뒷걸음질 쳤고, 기아차는 영업손실을 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가 출범했다. 풍랑을 만난 현대차그룹의 키를 쥐고 1년을 달려온 '정의선 체제'는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더벨은 지난 1년 현대차그룹이 겪은 변화를 되돌아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1일 15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계 및 산업계와는 다르게 주식시장에서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신뢰 회복 속도는 더뎠다. 실적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미래 성장성'에 대한 부분에서는 계속해서 의문을 던지는 분위기가 지속됐다. 당장 현대차그룹 계열 3사의 주가흐름은 이러한 시장의 인식을 고스란히 반영했다.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많은 변화가 시도되던 지난해 12월을 전후해 현대차의 주가는 폭락했다. 평균 13만원 중반대를 형성하던 주가는 지난해 11월26일 기점으로 9만5000원으로 주저앉았다. 28조원대 안팎이던 시가총액은 20조원대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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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인적쇄신과 글로벌 생산·판매 체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정의선식 개혁'에 물음표를 던졌다. 실적이 조금씩 나아졌지만, 재무구조는 계속 악화했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완성차 판매 저하'의 여파는 현대차그룹 '곳간'을 바닥냈다. 2014년 6월말 40조원에 육박했던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계열 3사의 보유현금은 지난해 말 26조원대로 줄었다. 이와 함께 부채비율, 순차입금비율, 유동비율 등 재무건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주요지표가 일제히 악화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자산총액을 단순합산한 결과 2014년 6월말 기준 212조9542억원이었다. 지난해 12월말에는 이 금액이 275조5135억원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부채총액 증가로 인해 자산총액이 커진 것으로, 재무구조는 악화했다. 같은 기간 110조원이었던 부채총액은 143조6705억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계열 3사의 자산총액을 단순합산해 산출한 부채비율은 106.85%에서 108.97%로 상승했다.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의 규모도 대거 늘었다. 2014년 6월말 총차입금은 55조266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12월말에는 82조6791억원으로 49.6% 증가했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비율은 15.17%에서 42.79%로 크게 상승했다. 유동비율도 2014년 6월말 192.06%에서 지난해 12월말 155.06%로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했고, 투자여력은 감소했다.
악화된 재무구조를 단숨에 개선할 수 없는 만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실제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V'자 실적 반등을 시작했지만 현대차 주가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올 1분기 실적이 대거 개선됐음에도 주가는 12만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시가총액은 25조원 안팎에서 고정됐다. 시장의 평가를 뒤바꾸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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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외의 발표에서 반전이 시작됐다. 올 3월11일 정 수석부회장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GBC 건축 자금을 외부의 투자자로부터 조달해 공동개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냉랭하던 시장의 기류에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예상한 GBC 건축비는 약 4조원 안팎이었다. 옛 한전부지 매입 때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가 분담해 자금을 조달했던 만큼, GBC 건축에도 3사의 투자가 예정돼 있었다. GBC 건축자금 분담은 가뜩이나 재무구조가 악화한 현대차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추가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주요 계열3사의 보유현금 26조원 가량 중 약 4조원을 투입하면 향후 미래차 신규 투자여력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예상이 컸다. 하지만 정 수석부회장이 나서 GBC 투자 문제를 일소에 해소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종식시켰다.
정 수석부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곧바로 '미래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한 번더 시장에 메시지를 던졌다. 올 3월22일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정 수석부회장은 향후 5년간 미래 기술에만 총 45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경영전략을 내놨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 분야에 대한 집중투자 계획이 담겼다. 행보도 거침이 없었다. 올해에만 현대차그룹은 총 6건의 전략투자를 단행했다.
한 대형증권사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이 '건축'에 '돈'을 쓰기보다, '미래차 기술' 확보에 '투자'를 한다는 인식이 이 때부터 형성됐다"며 "똑같은 4조원을 쓴다고할 때, 사옥을 짓는것과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5년 뒤, 10년 뒤 그 결과물의 차이는 확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무지표 개선과는 별도로 현대차그룹에 대한 시장의 인식을 바꿔놓는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해 12월말과 비교해 올 6월말 현대차그룹 계열 3사의 각종 재무지표는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상황은 변한게 없지만, 한정된 자원을 '미래 성장을 위한 기술 투자'에 집중한다는 믿음이 현대차그룹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바꿔놓은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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