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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료진출 도전기]SK아이캉부터 오라클까지…14년의 도전②SK 2004년 최초 한중합자병원 투자…제휴 가맹 등 이어 전문병원 진출로 새활로

상하이(중국)=조영갑 기자공개 2019-10-10 08:17:51

[편집자주]

중국 의료시장은 매년 20% 성장률을 보이는 거대시장이다. 특히 국민 소득 5만4000달러를 기록하며 중국내 부자들의 절반이 모여 사는 상하이 의료시장은 글로벌 자본의 '테스트베드'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 의료 산업은 중국 시장에 번번이 실패했으나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의료시장이 새로운 시장이 될지, 또 다른 무덤이 될지, 상하이 현지에서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2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하이의 젖줄' 황푸강(黃浦江)에 인접한 양푸구 북와이탄 지역. 서울로 비유하자면 잠실쯤 해당하는 곳이다. 고층 주상복합 시설이 밀집한 부촌이다. 이 황푸강변에 대형 창고를 개조한 상해서울리거의료미용병원(이하 서울리거)이 자리잡고 있다. 이 창고는 일제 만주국 시절, 대륙에서 수탈한 물자를 바다로 나르던 남만주철도주식회사가 사용하던 건물이다. 상하이 시정부 소유로, 서울리거가 15년 간 임차하고 있다.

서울리거
상하이 북와이탄 지역의 상하이서울리거의료미용병원.
서울리거는 한중합자 의료기관 중 최초의 미용성형병원이다. 전문 과목과 관계없이 통산 호수로 2호 합자병원이다.

1호를 따져 올라가면 14년 전인 2004년으로 거슬러 간다. 중국 베이징에 설립됐던 SK아이캉병원이 한중 1호 합자병원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 자본의 중국 의료 시장 진출의 역사는 짧지 않다. 2000년 초반부터 많은 의사들이 개인적 루트나 합작(인력제휴) 형태로 대륙을 두드렸다. 당시 중국진출 대부분은 제휴나 가맹, 인력수출(진료)에 그쳤다. 이는 국내의 의료법 체계와 관계있다. 국내 의료법인은 해외투자가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를 극복한 케이스가 SK아이캉병원이다. 2004년 베이징에 개원한 SK아이캉병원은 최초의 한중합자병원 케이스다. 당시 SK라이프사이언스 70%, 중국 측 30% 비율로 자본금을 댔다. 약 300억원 규모의 투자였다.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가정의학 파트(소아과, 내과, 산부인과 등)와 뷰티센터(성형, 피부과, 치과 등) 총 11개 전문과를 운영하면서 개원 1년 만에 2만 건의 진료를 기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SK아이캉병원은 2009년 중-싱가포르 합자법인인 에버케어메디컬그룹(EverCare Medical Group)에 인수됐다. 5년만에 중국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초반 고급화 전략이 통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5년 만에 매각을 결정했다. 한 전문가는 "당시만 해도 중국의 빈부격차가 극심하고 의료미충족이 큰 상황에서 고급 뷰티케어 전략은 시기상조였다"고 분석했다.

SK는 하이닉스를 통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까지 3억 달러(6600억원)를 투자해 1500병상 규모의 대형병원을 우시에 짓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우시 병원 건설은 수익사업이라기 보다 지역 환원 정책에 가깝다. SK하이닉스의 중국 비즈니스를 키우기 위한 전략적 투자에 가깝다.

대기업의 상업적 중국 의료 시장 진출은 SK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린 셈이다.

대기업에 이어 전문 병원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약 10년 동안 예치과네트워크(합작형태)를 비롯해 원진성형외과(위탁경영) 등 개별 병원들이 무수하게 중국진출을 도모했다. 한국 의료진의 우수함을 어필했으나 현지화에 실패했다.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식 의료 기술과 성형 기술에 대해 중국인들이 선호할 것이란 기대감은 있지만 중국 현지 시장은 상황이 달랐다. 한국으로 여행을 와서 성형 수술은 해도 현지 한국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었다. 현지화, 고급화 등 전략적 진출이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전문 영역에서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는 곳이다. 상해서울리거 사례가 대표적이다. 상해서울리거는 휴젤의 창업자로 잘 알려진 홍성범 원장이 2014년 설립했다. 홍 원장은 안면윤곽술의 권위자로, 성형 1세대 BK동양성형외과 시절부터 중국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2014년 세인트바움병원으로 개원한 뒤 간판을 바꾼 서울리거는 5년 만에 인구 2500만 상하이에서 '빅3' 미용성형병원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고, 올해 약 350억원의 매출액을 예상하고 있다. 300여 개의 미용성형병원 중 20여 개의 네트워크를 보유한 화메이성형병원과 이라이메이병원에 이어 매출액 기준 3위 권이다.

정해범 상해서울리거 총경리(CEO)는 "서울리거는 순수 중외합자병원으로 상하이 여성들 사이에서 프리미엄 성형병원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5년 간 12만 개의 환자 DB가 쌓일 만큼 고객들 사이에 인지도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중국 성형 전문 어플리케이션 '신양'에 따르면 서울리거는 중국 전역을 통틀어 양악 및 안면윤곽술을 가장 많이 시행하는 병원으로 꼽힌다. 신양은 5개국 6600여 개의 성형병원 고객을 보유한 나스닥 상장사다.

나누리병원도 척추관절 전문이란 특화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상하이 외곽. 홍차오(虹橋)공항의 인근에 홍차오업무중심지구(홍차오CBD)에는 위치한 나누리병원은 건립된지 3개월이 막 지났다. 홍차오CBD는 우리의 판교밸리 격으로 시 정부의 심사를 거쳐 엄선된 기업들 100여 곳이 중국법인을 두고 있다. 나이키, 로슈, 지멘스, 쉘 등 글로벌 회사의 중국본사가 입주해 있다. 나누리병원은 약 3년간의 심사 및 인허가 과정을 거쳐 이곳에 입주했다. 3년 간 법인세 혜택이 있다.

서울리거가 성형미용분야 최초라면, 나누리병원은 정형분야 최초의 한중합자병원이다. 상하이 내 종합병원의 진료과목으로는 무수히 많지만, 중국 내 나누리병원 같은 척추관절 전문병원 모델은 아직 없다. 한국에서 구축한 전문병원의 시스템을 중국에 고스란히 이식하는 실험을 하는 중이다. 한국에는 서울 2곳, 인천 2곳, 수원 1곳의 나누리병원이 있다. 재단을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척추관절 분야에서 우리들병원에 이어 국내 2위권이다.

모형섭 나누리병원 총경리는 "현재 월 1억~2억원 수준의 매출액 수준이지만, CBD내 기업제휴와 중상위층 마케팅으로 매출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적극적인 환자모집 및 알선이 가능하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3만~4만 명의 교민들이 현재 1차 타깃이고 현지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임직원들도 공략 대상이다.

네트워크의 숫자로만 따지면 오라클피부과가 가장 성공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오라클은 현재 선전, 텐진, 홍콩, 마카오 등 중국 전역에 약 30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합자투자를 통해 독자적 경영권을 갖는 구조가 아니라 ‘오라클'의 브랜드를 수출하는 가맹점 구조다. 가맹점으로부터 로열티를 받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한 전문가는 "오라클의 전략은 간판을 늘려 본점(한국)을 찾게 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나누리
홍차오CBD에 위치한 나누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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