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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체제 출범 1년]'위기의 현대차'서 '미래차 요람'으로④남양연구소 개혁, '자율주행·모빌리티' 투자…'게임체인저' 비전 명확해져

고설봉 기자공개 2019-10-07 09:43:00

[편집자주]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위기론이 커지고 있었다. 글로벌시장에서의 판매량 감소가 장기화하며 상황은 계속 악화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사이에서 미래차 대응 전략의 갈피를 잡지 못하며 성장동력이 꺼지는 듯 보였다. 이대로라면 추락하는 일만 남았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매분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수익성은 뒷걸음질 쳤고, 기아차는 영업손실을 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가 출범했다. 풍랑을 만난 현대차그룹의 키를 쥐고 1년을 달려온 '정의선 체제'는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더벨은 지난 1년 현대차그룹이 겪은 변화를 되돌아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4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위기론이 등장했던 배경 중 하나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내연기관의 종말, 자율주행차 상용화, 모빌리티 태동 등으로 완성차 업체를 넘어 IT기업들의 자동차산업 진출이 가시화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격동기를 맞았다.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을 대체할 새로운 '하드웨어'와 자율주행을 구현할 '소프트웨어'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며 위기론을 더 키웠다.

하지만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출범 이후 약 1년여가 지나면서 미래 비전에 대한 불확실성을 많이 해소했다. 잇따른 미래차 대응 전략 발표로 신성장 동력에 대한 비전을 구체화한 것이 불신을 믿음으로 바꾼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특히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사이에서 이렇다 할 전략을 도출하지 못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각 시장에 맞게 이원화해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불어 최근 일련의 글로벌 자율주행 및 모빌리티 기업에 대한 투자(조인트벤처 설립, 지분투자, 공동협력 등)로 미래 비전을 조금 더 구체화했다. 특히 지난 9월 미국 앱티브와의 조인트벤처(JV) 설립으로 단숨에 자율주행부문에서 글로벌 3위 업체로 도약했다. 앱티브 투자가 고무적인 이유는 소수 지분 투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앱티브가 보유한 자율주행부문 유·무형자산 및 연구인력 100%를 품에 안았다. 이를 계기로 정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업계 '게임 체인저' 도약을 공식 선포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넥쏘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올해 6월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열린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와 연계해 개최된 수소위원회에서 CEO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정의선 수석부회장, 에어리퀴드 베누아 포티에 회장, 도요타 우치야마다 다케시 회장.

◇남양연구소 개혁, 전기차와 수소차 '투트랙' 전략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양산에 있어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은 남양연구소 개혁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남양연구소에 메스를 들이댔다. 핵심은 그동안 남양연구소를 이끌던 양웅철·권문식 부회장을 고문으로 위촉한데 있다. 두 부회장의 빈자리는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알버트 비어만 사장으로 대체했다.

남양연구소는 오늘날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로 탄생시킨 요람이다. 단일 자동차 연구소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연간 약 2조원 넘는 예산을 단독으로 집행할 만큼 독립성도 보장됐다. 하지만 기존 양웅철·권문식 부회장으로 리더십이 양분돼 있던 만큼 운영의 효율성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수면 아래서 경쟁하던 '리더십 갈등'은 최근 2~3년 미래차 비전을 놓고 표면화했다. 두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진영으로 연구소가 나뉘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경영진 인사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 남양연구소 리더십 교체"라며 "양웅철, 권문식 부회장으로 나뉘어 마치 진영논리처럼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 미래차 전략을 확정하지 못한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양연구소 개혁 뒤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된 뒤 전기차로 중·단거리 및 소형승용차 시장을 개척하고, 수소전기차로 장거리 및 대형승용차, SUV, 상용차(트럭, 버스) 시장을 열어간다는 '투트랙 전략'을 확정했다. 이는 2017년 12월 발표한 2025년까지 친환경차 38종을 양산한다는 중장기 승용차 양산계획을 조금 더 구체화 한 것이다. 또 올해 상용차 부문에서도 친환경차 라인업 양산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전기차 7종, 수소전기차 10종 등 17종의 친환경 상용차 전동화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투트랙 전략이 좋은 모델로 꼽히는 것은 미래차 시장의 변동성 때문이다. 미래차는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나 형태가 잡히지 않았다. 내연기관을 대체할 새로운 동력체계의 대안도 뚜렷하지 않다. 현재 글로벌시장에서 가장 활성화된 미래차는 전기차다. 하지만 전기차는 그 자체로 한계가 분명하다. 배터리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하지 않으면 항속거리를 더 늘리 수 없다. 현존하는 전기차의 최대 항속거리는 500km를 넘지 못한다. 충전시간은 급속의 경우 최소 30분, 완속의 경우 최소 10시간이 걸린다. 반면 수소전기차는 항속거리가 길다. 현존하는 최대 항속거리는 넥쏘(2세대)가 기록한 611㎞이다. 충전시간은 5분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앱티브 케빈 클락 CEO가 올해 9월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자율주행 S/W(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래차' 양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 완비

'미래차'는 단순히 하드웨어의 발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차량을 운행하는 주체가 인간에서 AI(인공지능)로 바뀌고, 차량의 활용 방식에도 큰 변화가 예고된다. 이런 측면에서 미래차 기술의 축적은 어느 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없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 및 IT기업들의 기술 개발도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 10월부터 '미래차' 분야에 대한 다양한 투자를 시작했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컨텍티드카, 전기차 등 일정한 패턴 없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 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가 이뤄졌다. 하지만 경쟁사 대비 늦게 시작된 투자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지분을 인수해 해당 기업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갖지 못했다. 단순히 여러 투자자 중 한 곳으로 참여해 일정한 수준의 '공동협력'의 연결고리를 확보하는 차원의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정 수석부회장 체제가 출범한 직후부터 미래차 투자에 대한 조금 더 정교한 계획을 수립했다.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해당 기업을 자회사 수준으로 만들어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투자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올해 투자는 대상 회사의 지분을 의미 있는 수준까지 확보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지난 9월 단행된 앱티브 투자는 미래차 분야 투자의 가장 큰 성공사례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앱티브와 JV를 설립하고, 지분 50%를 확보했다. 이사회 동수 구성 등 공동 경영권까지 확보하며 앱티브의 자율주행 관련 원천기술을 독점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올 4월에는 코드42의 지분 약 35%를 확보하며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에도 교두보를 마련했다. 코드42는 모빌리티 통합플랫폼(UMOS)을 개발한 국내업체로 향후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차량공유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앱티브 투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뤄진 성공적인 투자 사례"라며 "자율주행 관련해서 앱티브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과 특허, 인력을 인수한 것으로, 향후 자율주행차량의 완성도를 높이고 양산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투자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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