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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3.0]하나은행, 랜드마크딜로 런던 PF시장 공략'실버타운·베아트리스' 빅딜 성사로 두각…과감한 현지인 기용

런던(영국)=원충희 기자/ 이장준 기자공개 2019-10-11 11:38:14

[편집자주]

금융의 해외진출은 단순한 본점지원 성격의 1.0과 현지화에 집중하는 2.0 단계를 거쳐 3.0 시대에 접어들었다. 금융회사들은 이머징마켓과 선진시장으로 투트랙을 전개하며 신남방과 IB영토 확장에 매진하는 중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벌 금융한류.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직접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둘러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8일 08: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EB하나은행 런던지점은 올해 실버타운 지하터널과 베아트리스 풍력발전 등 2건의 랜드마크 딜에 참여하면서 현지 시장에서 이름을 알렸다. 투자확약 규모가 각각 1200억원, 2600억원으로 한국계 은행 최대 수준이다. 내로라하는 금융기관들이 모여 있는 런던 프로젝트파이낸스(PF) 시장은 이 작은 한국계 은행 지점의 공격적 행보를 주목했다.

하나은행의 런던 PF시장 공략법은 굵직한 딜에서 대규모 투자약정을 따낸 뒤 다른 금융회사들에게 분산 매각하는 이른바 '언더라이팅 앤 셀다운(Underwrite & Sell down)' 전략이다. 이런 전략이 가능했던 이유는 과감한 투자와 현지인력 기용에 있다. 유럽 투자은행(IB) 전문가를 키맨으로 영입한 게 현지 PF시장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됐다.

◇'지하터널·풍력발전' 2건으로 LOC 3800억 체결

하나은행이 7500만파운드(약 1200억원) 규모의 투자확약서(LOC)를 제공한 런던 실버타운 터널 프로젝트는 템즈강 하부를 통과하는 총 길이 1.4km, 직경 12.4m의 편도 2차선 도로터널 2개를 신설하는 사업이다. 공사비 규모가 13억파운드(약 1조9100억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서유럽에서 보기 힘든 민관협력사업(PPP)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베아트리스의 경우 스코틀랜드 북쪽에 위치한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해상풍력발전소로 총 사업비가 23억파운드(약 3조원)에 달한다. 지난 7월 리파이낸싱을 성료했는데 여기에 하나은행이 제공한 LOC는 1억7500만파운드(약 2600억원) 규모다.

하나은행 주요딜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선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아 이런 종류의 딜에는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대형 딜에는 우량기관들의 LOC 혈투가 벌어지는 게 다반사다. 이런 경쟁을 뚫고 거액의 약정을 따낸 하나은행은 런던 PF시장에서 주목받는 존재가 됐다.

박성진 하나은행 런던IB데스크 팀장은 "실버타운 건은 사실상 영국에서 마지막 대형 PPP 딜로 시장의 많은 관심을 끌어 경쟁이 치열했다"며 "베아트리스 역시 한국에서도 쉽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LOC를 끊어 넣는데 성공하자 시장에선 작은 한국계 은행이 어떻게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뚫을 수 있었는지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과는 하나은행의 과감한 의사결정과 현지인력 기용 덕분이다. 박찬범 하나은행 런던지점장은 "지난 5월 프랑스계 메이저 금융사 '크레디트아그리콜 CIB'에서 27년 근무했던 현지 시니어 인력을 영입했다"며 "PF, 신디케이션, 셀다운 전문가라 실무자 네트워크가 중요한 IB시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의사결정, 현지인 네트워크 활용 '통했다'

하나은행도 초반에는 세컨더리 마켓에서 메이저 은행들이 셀다운하는 것을 주로 받았다. 하지만 '하도급'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메이저로 도약하기 위해선 IB데스크를 만들고 런던을 거점으로 '이미아(EMEA, 유럽·중동·아프리카)' 시장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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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하나은행 런던지점. 왼쪽부터 박찬범 런던지점장, 박성진 런던IB데스크 팀장, 조영화 부지점장.

특히 유럽 PF시장은 프랑계와 일본계 금융사들이 주도하는 곳이라 한국계 은행이 공략하기 어려웠다. 잘 구축된 실무자 네트워크가 필요했다. 하나은행은 IB 네트워크가 풍부한 유럽시장 전문가를 채용하는 방법으로 이 난관을 넘었다.

브릿지 역할을 할 현지인력을 기용한 후 하나은행은 시장 접근법을 언더라이팅 앤 셀다운으로 바꿨다. 큰 액수의 LOC를 따내 세컨더리 마켓이나 신디케이션을 통해 파는 모델이다. 큰 티켓을 써서 딜에 참여하고 셀다운을 통해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박 지점장은 "유럽에서도 톱티어 은행들만 하는 모델이지만 하나은행은 과감하게 이런 전략을 채택했다"며 "리스크에 대해 꼼꼼하게 체크하나 딜이 할 만하다고 판단될 경우 과감하게 베팅하는 게 하나은행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런던지점은 이 같은 사업모델을 확대하기 위해 PF시장의 플레이어 네트워크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유럽시장의 은행들은 PF 분야별로 전문화 돼 있는데 여신을 발굴해서 승인을 내주는 오리지네이션팀이 있고 이를 시장에 재매각하는 신디케이션팀이 따로 있다. 이런 마켓에 유입하려면 궁극적으로 현지직원들을 보강하고 실무자 네트워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박 지점장은 "지점 대출자산이 13억7000만달러 정도 되는데 그 중 45%가 IB관련 자산으로 3년 반 전에 왔을 때 6억5000만달러 정도였는데 현재 2배 수준 늘었다"며 "앞으로도 IB자산 규모나 비중이 기업대출에 비해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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