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25년 한 우물 판 최양하, 한샘에 무엇 남겼나 가구업계 최초 매출 2조 달성…샐러리맨 출신 최장기 CEO '신화'

양용비 기자공개 2019-10-31 07:39:09

이 기사는 2019년 10월 31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양하 전 한샘 회장(사진)이 25년 샐러리맨 신화의 마침표를 찍었다. 구멍가게 수준이었던 한샘을 매출 2조원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최 전 회장이 명예로운 은퇴를 선언하면서 25년 업적이 회자되고 있다.

최양하 회장
샐러리맨 신화, 한샘의 산증인, 최장수 CEO. 최 전 회장을 소개할 때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1979년 한샘에 입사해 1994년 대표에 오를 때까지 걸린 시간은 15년으로 그의 나이 45세 때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최 전 회장의 첫 직장은 사실 한샘이 아닌 대우중공업이었다. 한샘으로 이직한 것은 1973년 대우중공업 첫 입사 이후 6년 만이다. 당시 생산부문 과장으로 입사해 공장 자동화의 공을 들이는 등 활약이 눈에 띄어 조창걸 명예회장이 신임했다는 후문이다.

최 전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한샘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최 전 회장 입사 초기엔 말 그대로 구멍가게 수준이었던 한샘은 25년 만에 매출 15배, 영업이익 14배, 시가총액 50배나 뛰어올랐다. 최 전 회장이 대표에 오를 당시 한샘의 매출은 1000억원 안팎이었다.

그 사이 한샘은 브랜드 가구를 취급하는 가구 회사에서 글로벌에서 활약하는 종합 인테리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샘을 명실상부한 국내 인테리어 업계 '톱' 반열에 올려놓은 장본인이 바로 최 전 회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한샘의 미래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렸다면, 최 전 회장은 그 청사진을 한 단계씩 실현해 완성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choi

◇가구에서 공간으로…한샘의 패러다임 전환 '견인'

가구업은 비브랜드 상품이 전체 가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산업군이다. 구체적으로 집계된 통계는 없지만 가구업계에선 비브랜드 사제 가구의 비중이 전체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최 전 회장의 한샘 브랜드에 대한 고민도 이같은 시장 상황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한샘은 1980년대 규격화된 부엌 설계를 바탕으로 주방 가구 대중화를 이끌었지만, 비브랜드의 개별 가구가 난립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한샘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 전 회장이 1994년 대표이사가 된 이후 얻어낸 해답이 '공간'이었다. 대부분 가구업체들이 가구를 개별 판매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샘은 소파와 장, 테이블을 모두 합친 '거실 상품'을 선보였다. 매장은 침실과 거실을 통째로 꾸며 놓으며 공간 전체를 세트로 판매했다.

"포드가 자동차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집 전체를 한 번에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그의 판단은 주효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주택 리모델링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주거 공간 창출의 개념을 보다 구체화했다. 상담에서 설계, 시공, 애프터서비스까지의 전 과정을 일원화했고, 부엌과 욕실, 창호, 마루, 도어 등을 한 데 묶어 규격화된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냈다.

한샘 관계자는 "'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이라는 한샘의 기업 모토는 최 전 회장의 주거 공간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한샘 실적

◇위기에서 빛 발한 과감함…업계 '최초' 이끌다

한샘은 매출 측면에서 가구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2013년 매출 1조 클럽을 달성한 데 이어 2017년에는 매출 2조원 기록했다. 모두 가구업계 최초였다.

한샘이 이같은 과실을 얻는 과정에는 적재적소에서 빛난 최 전 회장의 결단도 한 몫했다. 시장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최 전 회장은 신성장 동력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한샘 관계자는 "컴퓨터의 개념도 생소하던 시절 최 전 회장은 건축과 중장비 설계 등 일부 분야에서만 사용하던 캐드(CAD) 프로그램을 부엌가구 설계에 도입했다"며 "수십 년간 '모눈 종이'에 연필로 설계도를 그리던 관행을 깨 공정 시간과 생산력, 오차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했다.

대외적인 경제 불안 상황에서도 최 전 회장은 '전진 앞으로'를 외치며 위기를 정면돌파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투자에 위축됐던 경쟁업체와는 달리 최 전 회장은 기존 주방가구에서 인테리어 영역을 거실과 욕실로 확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전국의 인테리어 사업자들과 협업해 제품을 유통하는 ‘한샘IK'와 사무가구 전문인 ‘비츠' 등 가구·인테리어 브랜드를 대폭 확대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한샘이 2001년 2분기부터 2019년 2분기까지 73분기 동안 연속 흑자 타이틀을 지켜낸 것도 최 전 회장의 승부사 기질 덕이 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 전 회장은 한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은퇴한 이후 후진 양성을 위한 교육 사업에 매진할 예정이다. 그는 "퇴임 후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전수하는 것이 마지막 역할"이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는 게 한샘 측의 전언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