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1월 01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께서 결정하시기에 달린 거죠"사람이 아닌 사명에 다소 어색한 높임말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경영진이다. 이들에게 최근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스마트폰 ODM(제조사개발생산) 확대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중국시장에서 판매할 100달러 내외 스마트폰을 현지업체에 제품 기획부터 생산까지 모두 맡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 ODM 물량은 올해 3000만대 수준에서 6000만대로 약 2배 증가할 전망이다. 부품업계에선 벌써부터 타격을 입을 후보기업의 이름이 거론된다. 주로 저가형 모델에 카메라모듈과 통신모듈, 기판 등을 공급하는 업체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모임인 협성회는 이례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협성회에 속한 부품업체 대표는 "여러 업체가 모여 내부적으로 원가절감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며 논의 중"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부터 중저가 스마트폰 수익성 우선 전략을 강화한 삼성전자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을 위한 ODM 확대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라인업 중 출하량이 가장 높은 가격대가 90~250달러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방침 덕에 지난해 1분기 3조7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6분기만에 처음으로 지난 3분기 3조원에 육박한 2조9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다만 삼성전자가 2011년부터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데에는 고성능 부품을 개발해 납품한 협력업체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하드웨어의 삼성'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삼성전자는 혁신에 나선 협력업체를 격려하기 위해 매년 상생협력데이를 개최해 시상할 정도로 국내 기술 생태계를 인정하고 중시한다. 부품업계에서 삼성전자가 ODM을 무한정 늘릴 수 없을 것이라고 내심 기대하는 이유도 여전히 중국업체보다 앞선 기술력에 있다.
부품업계 입장에선 아직 실낱같은 희망도 남아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1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ODM 확대에 대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내년 시황, 제품 경쟁력 등을 보고 방향성을 결정하겠다"고 답한 뒤 "협력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도 협력사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늘 강조하는 상생협력의 가치가 다시 한번 주목받는 내년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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