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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3.0] "은행업 이해못하는 AML IT업체 의존도 줄여라"[thebell interview] ⑫존 사바티니 PwC 리스크 담당 파트너

뉴욕(미국)=손현지 기자/ 김현정 기자공개 2019-11-14 14: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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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해외진출은 단순한 본점지원 성격의 1.0과 현지화에 집중하는 2.0 단계를 거쳐 3.0 시대에 접어들었다. 금융회사들은 이머징마켓과 선진시장으로 투트랙을 전개하며 신남방과 IB영토 확장에 매진하는 중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벌 금융한류.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직접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둘러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7일 16: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금융사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금세탁방지(AML)시스템을 대부분 외부 IT협력업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들 업체가 컴플라이언스와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어 미국 감독당국은 이를 위험요소로 판단해왔다."

미국 뉴욕에서 영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은행 관계자들은 AML시스템 구축에 여러 고충을 토로해왔다. 미국당국 규정상 내부통제의 모범 기준 혹은 준수 가이드라인이 뚜렷하게 명시되지 않은 탓에 현지 감사 기준을 가늠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이같은 점 때문에 외부 IT협력업체를 선호했지만 은행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어 서서히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고 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컨설팅(PwC Advisory Services LLC)에서 금융범죄유닛(Financial Crimes Unit)소속 리스크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존 사바티니(John Sabatini·사진) 파트너는 인터뷰 내내 AML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PwC는 국내 대형은행들을 비롯해 아시아권 금융회사 다수를 클라이언트로 보유하고 있는 컨설팅 업체다. 자금세탁방지, 제재및사기분야의 2,000명이 넘는 글로벌금융범죄전문가들이 속해있다. 이들은 탄탄한 실무 경험을 기반으로 주요 금융기관과 미국 규제기관의 접근방식에 부합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10월말 뉴욕 PwC 사무실에서 AML 시스템 자문을 주로 하고 있는 컨설팅펌이 생각하는 한국계 은행들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나눴다.

사바티니 파트너는 리스크 관련 분야에서 20년 가까운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주로 리스크관리,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 재무조직들이 테스트를 통해 분석시스템과 기술을 사용·재정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계 은행들의 AML 시스템 구축과 관련된 문제점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존 사바티니 변호사
존사바티니 PwC 파트너

◇"AML, 비용·시간 부담 상당해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

미국당국에서 현지은행들의 AML과 관련해 가장 중점을 두는 사항은 3가지다. 구체적으로 고객신분확인절차(KYC, know your customer), 모니터링 시스템 정교화(enhanced surveillance system), 제재 필터링 시스템(sanctions filtering system) 등이다. 시간, 비용, 인력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시키는 것은 비용적으로 상당히 부담되는 부분이다. 약점 보완차원에서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을 적용시켜야 하는데 대규모 컴퓨터 시스템이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운영하기 위한 기반 시설 등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사바티니 파트너는 "은행마다 어떤 금융상품, 어떤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AML에 요구되는 사항들이 천차만별"이라며 "이러한 점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들이 AML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혼란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혼란과 대규모 비용에도 불구하고 AML 시스템은 필수적이라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사바티니 파트너는 "PwC는 주로 현지 검사당국과 감사당국의 지적사항들을 축적, 종합적으로 분석해 도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솔루션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국계 은행들도 종합감사에 대한 대비책 마련, 운영 규정 등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PwC에서 접근하는 방법은 현지은행에서 진행하는 규정, 절차를 비교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도출된 결과를 통해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하는 계획을 세우고 자체적인 시스템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특정 과정에서 인력 문제라고 경고를 하게 되면 인력을 충원해서 투입시키는 등 문제점을 즉각 해결토록 유도하고 있다.

◇"한국계 은행, 제재 필터링 시스템 부실...외부 의존도 줄여나가야"

사바티니 파트너는 그동안 한국 금융사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배경에 대해 외부 용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점을 짚었다. 단순 전산시스템 용역 뿐 아니라 내부통제 전반적인 의사결정까지 맡기다보니 독립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부족했던 것이다.

골드만삭스처럼 자체 개발 시스템이 우수해 모범사례로 꼽히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상 대부분 금융사들은 경험치가 부족하다. 자체개발로 데이터관리나 시스템세팅 조차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내부통제 시스템구축 과정에서 상당부분 외주를 맡길 수 밖에 실정이었다.

다만 외부 용역 사용에 따른 우려감도 컸다. 용역업체 구성원들이 대부분 은행 근무 경험이 없다보니 은행업 고유의 리스크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사바티니 파트너는 "용역업체들은 대부분 컴플라이언스 전문가가 아니라 AML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 감독당국도 은행이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고 이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행태에 대해 위험 요소로 판단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계 은행들은 이를 인식하고 평판이 좋은 컨설팅 회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자체준법팀을 고용하고 교육하는 등 준법책임 의식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 외부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도 감소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미국 내에서 한국 금융사들의 제재 필터링 시스템에 대한 지적사례도 상당했다. 고객 거래에 대한 정보가 원활하게 움직이는지 등 데이터에 대한 적정성 수준도 미국 감독당국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미국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경계·위험국가·기관 리스트를 선정한다. 그리고 리스트 대상에 오른 국가에 자금줄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 사람들과 관련된 거래내역, 의심스러운 송금 정황을 집중 검사하고 제재를 가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필요에 의해 의심스러운 송금 정황을 끄집어낸다. 제재 관점이 다르다보니 고객신분확인절차에서 다루는 데이터의 성격도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사바티니 파트너는 AML 관련 인력 확보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AML 경험이 풍부한 인력이 부족했던 점도 지적 사항으로 자주 등장했었다"며 "최근에는 한국계 금융사들도 미국당국의 검사기준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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