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식 개혁' 임원부터 뜯어 고쳤다 '직위체계' 간소화, 경직된 조직문화 타파…사업 구조조정 신호탄
고설봉 기자공개 2019-12-02 08:44:45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9일 15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식 개혁'의 칼날은 한진그룹 '임원'을 정조준했다. 한진그룹 창립 이래 처음으로 임원 직위체계가 축소됐다. 사장 이하 기존 6단계(사장, 부사장, 전무A, 전무B, 상무, 상무보)에서 4단계(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로 간소화 했다. 항공업 구조조정을 예고한 가운데 우선적으로 조직 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한진그룹은 29일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폭은 예상보다 작았다. 2019년 고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 사망 등 대내외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정기 임원이사를 건너 뛴 만큼 올해는 대규모 임원인사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오히려 경영환경 불안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복귀 등으로 어수선했던 '2018년 정기 임원인사' 때보다 규모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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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임원인사는 예년보다 간소화 되고, 승진자 수도 대폭 줄어든 것이 특징이다.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대표이사 우기홍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하고, 이승범 전무 외 2명을 부사장으로, 박정우 상무 외 5명을 전무로 승진시키는 선에서 최고위 전문 경영인들에 대한 인사를 마무리 했다.
㈜한진은 서용원 사장이 퇴임하고 후임으로 현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 노삼석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임명됐다. 공동대표인 류경표 전무는 부사장으로, 주성균 상무 외 1명은 전무로 승진했다. 한국공항은 강영식 사장이 퇴임했고, 현 대한항공 자재부총괄 유종석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돼 대표로 발령 받았다.
한진그룹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하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위기관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원 규모를 축소하고, 변화와 미래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세대교체 단행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사의 특징은 직위체계 간소화다. 이번 인사를 통해 전체적으로 조직을 슬림화 했다는평가가 나온다. 한진그룹은 전통적으로 전무와 상무를 세분화해 'A, B' 2단계로 나누고, 상무보를 둬 임원의 체계를 세분화 해왔다. 조직 내 위계가 확실하고, 입사 순서대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서열화 돼 있는 조직문화는 임원 직위체계에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은 보수적이고 서열 중심적이란 안팎의 비판에 늘 시달려 왔다. 실제 이러한 경직된 한진그룹의 조직 분위기는 사업을 확장하거나, 구조조정 하는 데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한진그룹은 그 동안 인수합병(M&A) 및 신규 사업 진출 등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진그룹 고위 임원은 "그룹 내에서도 대한항공 전무와 계열사 전무는 위계가 서로 다르다. 계열사의 역량과 직위에 따라 임원 간에도 서열이 나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어느 계열사의 어느 직위에 있느냐로 의전 등의 서열도 결정되고, 전문경영인의 역할에도 명확한 선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첫 임원인사를 통해 오랜 관습처럼 여겨졌던 직위체계를 단번에 해체했다. 인사를 통해 가장 먼저 조직 개혁의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지켜져왔던 서열 중심의 경영 체제에 대한 혁식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조직 내 충격도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조 회장이 지난 5월 그룹 총수로 올라선 뒤, 지속적으로 조직문화 개선을 주문했던 점에서 향후 조직 재정비에 더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취임 이후 그룹 내에서는 복장 자율화가 실시되고 점심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의 변화가 이뤄졌다.
또 조 회장은 지난 19일 미국 뉴욕에서 진행한 간단회에서도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가르침을 받들겠다'는 점을 피력하면서 동시에 '그룹 문화 개선'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한진그룹이 전체적으로 보수적이며 올드패션"이라며 "조금 더 젊어질 수 있는 게 있다"며 "9월 첫 출근 때 청바지를 입고 출근했더니 직원들이 깜짝 놀라더라. 내년 여름에는 반바지를 입고 출근할 계획"이라며 "아직 멀었다.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사장 이하 임원 직위체계를 축소하고, 불필요한 결재 라인 간소화 등 조직 슬림화를 통해 임원수를 20% 이상 감축하고 젊고 유능한 인재를 중용함으로써, 신속한 의사결정과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조직문화 정착, 미래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원인사은 향후 사업구조 개편의 첫 시작점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미 조 회장이 핵심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한 만큼, 그 첫 단추로 일종의 인적쇄신을 단행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대적인 항공사업 개혁을 앞두고, 인사를 통해 조직 내에 긴장감을 불어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불확실한 경영환경 하에서 변화와 혁신을 통한 효율성 제고와 최상의 운영체제를 확보할 것"이라며 "주력사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세계적인 수송물류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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