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31일 09:3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화물이 물류 거점 혹은 판매지까지 이동하는 구간을 '미들마일(middle mile)'이라고 부른다. B2B 물류에 초점을 맞춘 벤처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기관 투자자들도 매력을 느끼고 투자에 나선다. 어느 벤처캐피탈 대표는 "IT를 활용해 화물 배차와 행정업무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데 강점이 있다"며 "개별 기업의 의뢰에 최적화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성장 잠재력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기업을 고객으로 둔 미들마일 물류 스타트업의 지향점은 크게 두 갈래다. 화주와 차주를 매칭하는 플랫폼, 아니면 직접 차주를 확보해 물자를 수송하는 운송사다. 그런데 이들 기업이 꾸준하게 성장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눈에 띈다.
고객사와 운송기사를 이어주는 모바일앱을 만든 A사 대표는 "차주 기반을 확보하는 게 절실하다"며 "시리즈A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마케팅에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플랫폼은 운송 밸류체인에서 주선사와 화물정보망의 역할을 대체하는 데 역점을 뒀다. 2018년 6월 첫 서비스를 내놨지만 기사들이 유입되는 속도는 더디다. A사 모바일앱에 가입한 차주의 수는 현재 3000명을 밑돌고 있다.
화주 측 실무진이 '킹핀'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기존 시스템에 익숙하다. 주선사에 전화를 걸어 "부산, 10대"라고 말하면 뒤의 과정은 일사천리다. 주선사는 화물정보망에 배차 내용을 등록하면 일감이 간절한 기사들이 달라붙는다.
상황이 이러니 차주들도 A사 플랫폼으로 갈아탈 필요성을 못 느낀다. 화주와 차주들을 상대로 '반드시 이 플랫폼을 써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종합운송기업을 꿈꾸는 B사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불리고 있다. 창업 3년차인데 벌써 회사 3곳을 사들였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B사 대표는 "2020년 2분기에 연 매출 100억원대 중견 운송사를 인수하겠다"며 새로운 목표를 드러냈다.
하지만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대형 플레이어들의 견제가 거세질 것이다. B사가 유명 가구 업체와 물류 계약을 맺자 대기업 운송사가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물류 스타트업 업계 이야기도 들린다. B사가 과연 잘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미국 스타트업 '콘보이(CONVOY)'가 우리 신생기업들의 귀감이 되지 않을까. 플랫폼과 운송사를 절충한 사업모델로 올해 4억달러(4700억원) 가까운 투자를 유치했다. 개별 기사 대신 운송사를 화주와 연결한다. 운송권을 대리 수주하는 셈이다. 매칭이 실패할 상황에 대응해 화주의 물량을 소화하는 자체 차량 수단도 확보했다.
B2B 물류 스타트업들이 나아가는 방향은 일장일단이 있다. 초기 성장 과정에서 겪는 진통을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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