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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다양한 주주'가 조원태 태도 변화 이끌었다선 긋던 입장서 선회…"양측이 협의 위해 노력 중"

유수진 기자공개 2020-01-08 13:10:10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7일 12:2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태도를 바꿨다.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에게 먼저 고개를 숙인데 이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말 조 전 부사장이 공개적으로 조 회장의 그룹 경영을 비판하고 나섰을 당시 철저히 선을 긋던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조 회장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낸 주인공으로 조 전 부사장이 입장문에서 언급한 ‘다양한 주주’가 꼽힌다. 직접적인 실마리를 제공한 이 고문을 비롯, KCGI나 반도그룹 등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들이 조 회장에게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조 회장이 약 2주 만에 입장을 바꿔 전향적인 자세로 조 전 부사장과의 협의에 나선 걸로 해석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측은 서로 협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조만간 두 사람이 직접 만나 문제 해결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은 “양측이 협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가 먼저, 어떻게 연락을 취했고 양측 간 어떤 얘기가 오가고 있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 두 사람이 보여 온 태도를 고려하면 조 회장의 태도 변화로 협의가 시작됐을 거란 추정이 가능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 전 부사장은 처음부터 조 회장과 대화하고 싶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다.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간 불협화음을 공론화 하고 나선 배경 자체가 조 회장이 자신과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비롯됐다. 가족 내부에서 해결이 불가능하니 외부로 판을 넓혀 해결책을 찾겠다는 의도였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23일 입장문을 내고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그런 와중에도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 측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외부세력과의 연대를 암시했던 '다양한 주주'에 이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물론 조 회장까지 포함시켜 문제 해결을 위한 여지를 남겨뒀다.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 회장 쪽에서 전향적으로 대화에 임해 관계가 잘 풀리는 게 제일 좋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자 조 전 부사장이 다양한 주주를 언급한 건 조 회장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 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조 전 부사장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동일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조 회장은 달랐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의 주장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다소 거리를 두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진그룹은 오너일가의 일원인 조 전 부사장을 겨냥해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해 행사돼야 한다”며 “최근 그룹이 새로운 변화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금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조 전 부사장의 문제 제기를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으며 회사의 발전을 가로막는 해사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입장은 온도차가 뚜렷했다.

그렇다면 왜 조 회장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조 전 부사장과의 협의에 나선 것일까. 여기에는 이 고문을 포함, KCGI나 반도그룹 등 다양한 주주들의 직간접적인 역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부사장이 실제로 이들과 만나 문제 해결을 논의했는지와는 별개로 추후 이해관계에 따라 현실화될 수 있는 이합집산 가능성에 적잖은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추측된다.

조 회장이 기존 강경한 입장을 풀고 조 전 부사장과의 대화를 고민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12월25일 크리스마스 당일에 벌어진 소동 직후로 추정된다. 이 고문과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집안에서 있었던 말다툼이 고스란히 집밖으로 새어나왔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이날 이 고문의 집에서 있었던 일련의 소동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가족모임에서의 소동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진지 만 하루 만에 공동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해당 사과문에는 “조 회장이 이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했고 이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 회장이 먼저 용서를 빌어 이 고문이 마음을 풀었단 의미다.

최근 한진칼 지분율을 17.29%까지 끌어올린 KCGI도 조 회장에 커다란 압박으로 작용했을 걸로 분석된다. KCGI는 '남매의 난'이 불거진 당일 한진칼 주식 77만4388주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이 기존 15.98%에서 17.29%로 증가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조 회장 입장에선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대척점에 선 KCGI가 지분을 추가 매집하며 단일 최대주주 지위를 공고히하는 모습이 달갑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이날 '남매의 난'이 본격화되며 조 전 부사장과 KCGI의 연대 가능성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도 조 회장에겐 '눈엣가시'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KCGI' 구도로 주주들이 양분돼 표대결을 벌이게 될 수 있단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이 입장 발표에 앞서 KCGI와 접촉했다는 이야기까지 돌며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대한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됐다. 심지어 남매 싸움으로 KCGI가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고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주식을 법정비율대로 분할상속 받은 조 회장(6.52%)은 조 전 부사장(6.49%)과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다. 따라서 두 사람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누구와 손을 잡고 연대하느냐에 따라 추후 경영권의 향방이 달라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현재 한진칼의 주요 주주로는 이들 외에도 조 전무(6.47%)와 이 고문(5.31%), 델타항공(10%), 반도그룹(6.28%) 등이 있다. 하지만 남매 대결이 현실화됐을 경우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꼽히는 델타항공조차 어느 편에 설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표심 예측이 어려운 상태다.

조 회장은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일단 조 전 부사장과의 협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조 전 부사장이 언급한 ‘다양한 주주’들이 직간접적으로 조 회장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낸 셈이다. 다만 한진그룹 관계자는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오너일가와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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