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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빈 수퍼빈 대표 "철강맨서 '순환경제' 파수꾼으로" 코스틸그룹 대표 거쳐 소셜벤처 창업…'AI 쓰레기통' 확장성 기대

이광호 기자공개 2020-01-15 08:45:48

[편집자주]

벤처업계의 최근 화두는 '임팩트 투자'다. 사회적 문제를 기업가적 혁신 마인드로 해결하는 '소셜 임팩트'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뜨겁다.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여러 가치들을 충족시켜야만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벤처캐피탈(VC)들은 소셜벤처에 투자하며 '임팩트 투자자'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소셜벤처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4일 12: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퍼빈(superbin)은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다. 빈 병이나 캔 등 재활용품의 재활용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AI 로봇 '네프론'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순환가능 폐기물을 정확하게 선별해 재활용 시장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의 사회적 가치 추구 프로그램 '임팩트업스(ImpactUps)' 1기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노동집약적이었던 재활용품 선별과정이 아닌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 기준 아래 재활용 폐기물을 선별해 '순환경제'의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수퍼빈은 네프론을 통해 수거한 재활용 가능 페트병을 중간 가공물로 만들어 재활용업체에 판매한다. 폐기물 업체를 통해 재활용품을 수거한 뒤 선별하는 방식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이 생활폐기물을 버리는 시점부터 선별을 하는 점이 특징이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사진)는 “네프론은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의 가치를 평가해 재활용한다”며 “이 같은 사업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쓰레기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돈이 될까'를 고민했다”며 “쓰레기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환경부의 재활용 기준이 아닌 석유화학회사 등이 필요한 원재료의 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활발히 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주력 제품은 네프론이다. 노폐물을 걸러내는 콩팥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기본 단위인 네프론에서 이름을 땄다. 모양새는 일반 자판기와 비슷하다. 자판기 화면에서 시작 버튼을 누르고 재활용 할 페트병 등을 넣으면 된다. 이후에는 네프론이 재활용 가능 여부를 판단해 삼키거나 뱉는다. 삼킬 경우 포인트가 적립된다. 쓰레기로 돈을 버는 셈이다. 네프론은 쓰레기를 대가로 돈을 주고받은 쓰레기를 재가공해 석유화학회사 등에 건넨다.

김 대표는 철강회사 대표 출신이다. 미국 오리건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코넬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수재기도 하다. 가장 눈길이 가는 경력은 중견 철강기업 코스틸 최고경영자(CEO) 타이틀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직원 300명, 연매출 5000억원의 중견 철강기업을 이끌던 수장이었지만 회사를 관두고 2015년 창업에 뛰어들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실현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자원이 돌고 도는 순환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활용 쓰레기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창업을 결심했다”며 “수퍼빈의 네프론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쓰레기를 소재화하는 공정 또한 짧고 친환경적”이라며 “플레이크(플라스틱 원재료)를 필요로 하는 석유화학회사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퍼빈은 2021년까지 1000대의 네프론을 전국에 설치할 계획이다. 단순히 설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을 고용한 자체운반 서비스도 실시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플레이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2023년부터는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해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올해부터 유럽연합(EU) 내 납품하는 플라스틱 용기의 경우 30% 이상은 폐플라스틱 제품이어야 한다. 이 같은 정책적 변화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수퍼빈은 재활용 쓰레기 플랫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재활용 문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동안 '재활용도 놀이다'라는 주제로 업사이클 메이킹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 '숲박스', 쓰레기로 거래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신개념마트 '쓰레기마트' 등을 선보였다. 더불어 다양한 전시 장소에 쓰레기 관련 기획 전시를 열면서 쓰레기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

김 대표는 “수퍼빈이라는 자동차의 한 축은 AI 기반 로보틱스, 나머지 한 축은 디자인 기반 브랜딩”이라며 “수퍼빈이 추구하는 가치는 '쓰레기가 돈이 되고 재활용이 놀이가 되는 문화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의 문제를 푸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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