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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성장의 그늘…다운사이징 외 답 없었다 자산 효율화 방점, 콜라보 점포 통해 신규 아이템 선뵐듯

최은진 기자공개 2020-02-18 11:16:27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4일 1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덩치를 키우며 성장해 온 롯데그룹에게 위기극복 방법은 결국 다운사이징 밖에 없었다. 점포 구조조정을 통해 그간 키운 몸집을 가볍게 하는 한편 사업부문별로 흩어졌던 비효율 및 중복 자산을 일원화 시켜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줄어든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은 '콜라보'다. 사업부문별로 자산을 공유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각각의 강점을 살려 융합시키는 방식으로 새로운 전략을 선뵌다는 계획이다. 결국 롯데쇼핑 입장에선 쓸 수 있는 '구조조정 카드' 최대치를 쓴 셈이다.

롯데쇼핑은 1979년 백화점 사업을 시작으로 꾸준히 다각화를 하며 성장을 이뤄냈다. 현재 백화점·마트·슈퍼·e커머스·롭스 등 5개 사업부문으로 구성 돼 있다. 더 넓게는 종속 및 관계기업 등으로 분류되는 하이마트와 롯데홈쇼핑 등도 롯데쇼핑의 카테고리에 묶여있다.

소공동에 국내 최대 백화점을 만들어 유통공룡의 기반을 다진 롯데그룹은 그간 유통사업의 전략을 외형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덩치를 키우면 키울수록 고객이 몰렸고, 이는 곧 트렌드를 만들고 선도하는 리딩기업으로서의 입지로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는 생소한 '대형 백화점'을 만들어 고객몰이를 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꽤 혁신적인 사업전략으로 받아들여졌다. 고객은 몰려왔고 소비는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실제로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은 몸집을 키우면 키울수록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낳았다. 더 넓은 공간을 곳곳에 만들어 고객의 집객력을 높이면 매출이 늘어나고 이는 자연스레 규모의 경제를 이뤄 수익성이 높아지는 결과가 됐다. 백화점에서 시작한 사업을 마트·슈퍼·롭스 등으로 다각화 한 것 역시 타겟고객을 달리 잡아, 더 많은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덩치를 키우는 전략이 변화한 유통 패러다임 시대에는 오히려 짐이 됐다. 온라인으로 간편결제하며 구매를 하는 시대에 오프라인 점포는 고객이 잠시 머물다 갈 뿐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더욱이 오프라인 및 부동산 자산 등에 자금이 거의 집중되다 시피 한 만큼 유동화 시키는 데도 부담이 따랐다. 무거운 몸집에 과도한 부동산 자산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게 만든 셈이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전국의 700개 오프라인 점포는 혁신의 발목을 잡는 부담으로 이어졌다. 고객이 소비를 하지 않아 매출이 줄어드는 데 고정비 부담은 여전한 상황에서 적자기조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위기의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몇가지 없었다. 고객이 점포에 와서 소비할 수 있게 하거나 점포를 없애는 방법 두가지로 압축됐다.

롯데쇼핑은 다운사이징 전략, 후자를 택했다. 고객을 단기간 내 움직일 수 없는 만큼 불가피 한 선택이었다. 우선 불필요하거나 부진한 자산을 줄여 몸집을 가볍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정비 부담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조급함도 담겨 있다.

정리기간은 3년으로 잡았다. 700개의 점포 중 30%인 200개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장기임대를 해 놓은 자산들을 임대인과의 협의는 물론 어떻게 정리할 지 전략을 세우고 추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에비타(EBITDA)가 정리대상 기준이다. 1차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정리한 결과 80%가 임대점포였다. 롯데쇼핑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구조조정 마지노선이 200곳인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먼저 문을 닫을 곳은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인 롯데슈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17개 점포가 줄었다. 현재 전국에 약 521개 오프라인 점포 가운데 70여곳이 폐점될 것으로 관측된다.

할인점의 경우에도 국내 125곳 중 절반 가량이 폐점될 것으로 점쳐진다. 적자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칼날을 최근까지 피해왔다는 점에 더 높은 강도로 구조조정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롭스 역시 130개 점포 중 약 30%인 20여곳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의 경우에는 흑자를 내고 있고 있는데다 이미 점포 10곳을 매각 및 폐점 등의 방식으로 효율화 시킨 만큼 큰 폭의 정리는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그 이외 사업부의 오프라인 점포 중심으로 정리가 이뤄진 후 약 3~4곳 정도가 구조조정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프라인 점포 등 자산의 다운사이징 전략으로 롯데쇼핑의 영업망이나 고객접점이 축소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스토어 리빌딩' 전략이다. 특정 점포 형태가 아닌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점포를 만들겠다는 게 롯데쇼핑의 생각이다. 강희태 대표이사 부회장도 IR 컨퍼런스콜에서 믹스(Mix), 융합, 경계 파괴, 새로운 포맷 등의 발언을 활용하며 기존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 중심의 점포를 선뵈겠다는 목표를 공언했다.

강 부회장은 "급변하는 고객 라이프 스타일 못 따라갔다"며 "각 사업부 별 핵심 강점을 효율적인 방법으로 믹스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업태의 경계를 파괴하는 점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스토어 리빌딩 전략을 통해 오프라인 구매가 많은 식품부문을 매장에 확대하고 비식품을 압축해 유휴공간을 다른 아이템으로 채우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백화점과 다른 사업부의 결합이 예상된다. 또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풀필먼트(fullfillment)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상품 소싱부터 고객 배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처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이는 3월 말경 공개될 예정이다.

롭스의 경우에는 부진점 구조조정과 함께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다. 특히 다양한 유통채널과 협업을 통해 차별화 된 매장을 구상 중이다. 뷰티 상품 외 건강기능식품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운사이징과 콜라보 전략은 결국 모두 효율화에 방점을 둔 것"이라며 "외형을 축소하며 몸집을 가볍게 해 변화에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고민이 묻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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