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SK이노베이션 이명영 부사장, 비용 최소화 길 갈까맞대응·맞소송 전략 실패…최대 리스크 현실화 경우 미국 사업 차질
박기수 기자공개 2020-02-18 09:40:41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7일 11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초부터 SK이노베이션의 CFO로 일했던 이명영 부사장에게 가장 컸던 경영 리스크는 무엇이었을까. 여러 종류의 리스크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LG화학과의 전기차 배터리 관련 분쟁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양사 간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CFO의 역량 중 하나로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가운데, 이번 분쟁에서 SK이노베이션이 잃은 것과 향후 과제가 업계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SK이노베이션은 리스크 관리 방식에 대한 내용을 매년 발간하는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담아오고 있다. 최신판인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 관련 리스크를 '산업 리스크' 카테고리에 넣고 최고경영자(CEO)와 관련 부서 임원들이 참석하는 리스크 협의체에서 이를 논의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의 주도하에 SK이노베이션의 사내이사진에 포진하고 있는 이명영 CFO 역시 경쟁사 관련 리스크 관리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SK이노베이션의 리스크 대응책 어땠나
분쟁이라는 거대한 리스크가 현실화한 지난해 4월 말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수긍보다는 반박과 역소송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LG화학이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미국 국제무역센터(ITC·International Trade Center)에 제소하자, SK이노베이션은 6월 초 국내 법원에 명예훼손으로 LG화학을 소송하고, 8월 말에는 배터리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LG화학과 LG화학 미시간(Michigan) 법인, LG전자를 ITC에 맞소송했다.
SK이노베이션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미국 내 배터리 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함인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소송 첫 단계부터 현재까지 ITC에 SK이노베이션 미국 배터리 법인의 배터리 원재료 수입 금지 판결을 내려줄 것을 요청해오고 있다. LG화학의 주장을 반박 없이 수긍할 경우 ITC가 LG화학의 이야기를 그대로 들어줄 가능성도 높았고, 국내·외 배터리 업계 내 브랜드 이미지 역시 손상될 여지가 많았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의 배터리 분쟁은 국내 배터리 산업계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온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계속해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LG화학도 이에 '혐의를 인정하고 보상하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며 대응했다. 지난 9월 추석 연휴 이후 양사 CEO 회동은 양사 분쟁이 잦아들 수 있는 최적의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다만 이 회동에서도 양사 CEO는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며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여기에 최근 ITC 판결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분쟁 발생 이후 소송에 불리할 수 있는 증거 등을 고의로 인멸하며 나름의 고육지책을 짰다. 다만 이 역시 LG화학이 문제 삼아 ITC에 조기 패소 결정을 요청했고, ITC가 실제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결정을 내리면서 SK이노베이션의 리스크 대응 전략은 현재로서는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분쟁 관련 리스크 관리 전략은 CFO를 넘어 CEO 범위에서 결정됐을 가능성이 커 전략의 실패를 CFO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면서 "이미 소송 등으로 시간적·금전적 비용이 소모됐기 때문에, 향후 대응 전략에 수정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당 기간' 함의는
다만 실제 ITC가 조기 패소 판결을 내린 상황에서, 향후 미국 사업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이 이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기 패소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별다른 합의가 없다면 올해 10월 ITC가 LG화학이 요구한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수입 금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라면서 "LG화학과 합의점을 찾는 것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분석했다.
조기 패소 판결 이후 SK이노베이션이 밝힌 공식 입장은 아직 크게 바뀐 것이 없다. SK이노베이션은 "결정문을 검토한 후, 법적으로 정해진 이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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