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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몽구 회장 무게감 유지·후계승계 '묘수' 등기임원 빠져도 역할 지속, 정의선 부회장 주도 이사회 구성

김경태 기자공개 2020-02-20 09:24:07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9일 18: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복잡한 사안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묘수를 꺼내 들면서 투자자와 주주들의 호응을 얻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주총의 핵심 이슈로 꼽혔던 정몽구 회장이 사내이사를 연임하지 않기로 결정함과 동시에 미등기임원으로 회장의 역할만 계속하기로 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으로의 후계 승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정 회장이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이끈 거인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정 회장을 대신해서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사회에 진입할 예정으로 외부에 공표한 수익성 중심 경영 실현 의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이사회에서 사라져도 산업발전 '거인' 무게감 남아

1990년대 현대차는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부자(父子)가 이끌고 있었고 지속적으로 경영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고 아산 정주영 창업주의 뜻에 따라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의 수장이 됐다. 그는 1999년 2월 현대자동차 사내이사가 됐다. 같은 해 3월 고 정세영 회장 측 인물들이 물러나던 시점에 대표이사로 올라서면서 현대차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그 후 정 회장은 3년의 임기 만료가 다가올 때마다 연임하면서 현대차를 이끌었다. 올해 3월 임기가 끝날 예정이라 현대차 이사회에서 재선임 안건을 상정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고, 관련 업계에서도 예의주시했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결국 정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21년 만에 등기임원 지위를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이사회 의장도 맡지 않는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미등기임원으로 계속 현대차에 적을 두고 회장으로서 역할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향후 최적의 그림을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일부 주주들이 주총에서 반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했다. 정 회장은 최근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의결권자문사, 증권업계에서는 재선임 안건이 올라오면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재선임 안건 자체가 상정되지 않으면서 딱히 반대할만한 안건을 찾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누구나 예상하고 있는 정 수석부회장으로의 후계 승계를 자연스럽게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그간 정 회장 부자가 함께 이사회 구성원이었지만 정 수석부회장이 오너일가에서는 유일하게 남았다. 주총 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의장으로 올라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사회를 지휘할 것이란 관측이 중론이다.

정 회장이 현대차에서 완전히 퇴진하지 않고 적을 둔 상태에서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맡는 점도 그의 성과를 기억하고 인정하는 재계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적절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재선임 안건 상정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그가 현대차그룹을 넘어 한국 자동차산업을 발전시킨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는데, 무게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정 회장은 카리스마, 속도 리더십으로 대표되는 경영자로 주로 평가되지만 이 외에도 기술에 대해 해박한 엔지니어적인 면모도 갖고 있다. 그는 한양대 공업경영학을 전공했고 경력의 시작도 1970년 현대차 서울사업소 부품과 과장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자동차에 관해 누구보다도 꿰뚫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문구로 대표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켰고, 미국에서는 '10년 10만마일' 보증 실시라는 파격 승부수를 던지면서 판을 흔들었다. 해외에 진출할 때는 협력사들과 동반 진출해, 국내 부품산업 역시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단기간에 성장시키고 산업을 발전시킨 공로로 올해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한국인 최초의 헌액자로 선정됐다.


◇수익성 중심 경영 '재확인'

현대차의 이사회에서 결정한 주총 안건에는 후계 승계와 관련한 것뿐 아니라 향후 경영 방향에 대한 의지도 담겨 있다. 내달 열리는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새롭게 선임될 인물은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CFO, 전무)이다. 그는 현대차에서 회계관리실장, 미국법인(HMA) 재경실장, 재경사업부장을 거친 뒤 작년 12월 CFO가 됐다.

재무통을 새로운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앞으로도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지속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셈이다. 현대차는 작년 12월초 투자자 등을 초청해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CEO 인베스터데이'를 개최하면서 경영과 재무 목표의 핵심으로 수익성 개선을 꼽았다. 2020년 영업이익률 목표는 5%다. 또 2022년에는 7%, 2025년에는 8%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와 현대비앤지스틸을 제외한 모든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들이 CFO를 등기이사에 두고 있는데, 이번에 수익성 개선 추진과 대규모 투자계획에 따른 이사회의 재무적 의사결정 기능 강화를 위해 CFO를 등기임원으로 선임했다"며 "미래 분야 투자를 통한 지속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수익성 최우선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의 경우 새롭게 선임되는 인물은 없다. 사내이사에 중요한 변동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최은수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변호사의 재선임 안건만 상정하면서 안정을 추구했다. 현대차의 사외이사는 다방면에 걸친 전문가들로 이뤄져있다. 공정거래, 법률, 국제금융, 투명경영, 글로벌 비즈니스, 재무 및 세무 등의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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