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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기술' 인식 변화, 투심 살아난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열전]과기부·KISA 시범사업 속도, 응용산업 무궁무진 '정부 규제 완화'

양용비 기자공개 2020-02-24 08:11:57

[편집자주]

벤처캐피탈업계에게 블록체인은 '예쁜 칼'이다. 소유욕을 불러 일으키지만 제대로 다뤄야한다. 향후 경제적 가치와 전망은 훌륭하지만 자칫 투기판을 조장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블록체인 사업을 키우겠다는 정부 기조와 함께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덩달아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업체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국내에서 떠오르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0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블록체인 산업은 전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미국은 정부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블록체인 진흥 정책을 발표하면서 민간과 함께 협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일본과 영국, 아랍에미리트(두바이) 등에서도 경제활성화를 위해 블록체인 적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지난해 부산을 금융과 항만, 관광 인프라 등을 활용한 블록체인 기술융합 특구로 지정하는 등 블록체인과 산업 연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국내 블록체인 시장의 전망도 밝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블록체인 산업 현황 및 국외 정책 동향에 따르면 국내 블록체인 시장은 지난해 846억원에서 2022년 3562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61.5% 성장하는 셈이다.

자료=정보통신산업진흥원

◇위·변조 어려운 블록체인…산업 적용 효과 ‘기대’

블록체인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응용하거나 접목할 수 있는 산업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선 금융이나 유통 등 중간 절차가 많은 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계약이나 거래내역 등 인증이 필요한 정보가 여러 주체에 분산돼 저장되기 때문에 위·변조가 어렵다. 예컨대 유통업체 A사가 상품 유통을 할 때 ‘제조사→중간유통사→유통사’ 단계별 인증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지 않았을 때는 단계마다 유관기관에 확인을 요청하는 등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제조사와 중간유통사, 유통사가 인증 정보를 모두 공유하고 있어 첫 단계의 인증만 거치면 된다. 많은 절차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여 신속한 거래가 가능해 지는 셈이다. 위·변조가 어렵기 때문에 중개 필요성이 감소한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인증 정보가 바뀌더라도 바뀐 정보가 블록체인 내에서 모두 공유되는 까닭에 정보의 안정성이 보장된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거래 과정의 비효율이 줄어 거래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화하는 블록체인, 중요해진 ‘동맹’

블록체인 산업은 단기간 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1세대 블록체인이 암호화폐 중심이었다면 2세대는 기술 고도화를 통한 스마트 계약 기반의 자동 지급 결제 시스템으로 점철된다. 현재 진행 중인 3세대 블록체인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면서 타 산업과 융합해 활용 분야를 넓히고 있다.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는 산업이 확대되면서 사용자 간의 ‘동맹’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여러 사용자들이 하나의 블록체인을 공유해야 사용처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국내외 대기업끼리 또는 대기업-스타트업 간 블록체인 동맹이 활발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삼성SDS와 SK텔레콤, 한화시스템은 이미 글로벌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얼라이언스(EEA)'에 가입했다. EEA는 기업 환경에서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위해 공동 협력하는 기업들이 모인 조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JP모건 등 글로벌 기업이 회원사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기업형 블록체인의 경우 네트워크에 참여한 구성원만 사용할 수 있어 컨소시엄 형태의 동맹을 통한 확장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투기’와 ‘기술’ 사이서 눈치 본 투자자…기술로서 인식 변화 가속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A사에 투자한 VC가 있었다. 해당 VC는 암호화폐 거래 호황에 따라 기업가치가 상승하자 LP와 함께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암호화폐 거래가 투기라는 오해가 번지자 해당 VC는 출자한 함께 웃던 LP들로부터 질책을 들어야 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과거 LP들은 ‘블록체인 기술=암호화폐’로 동일시 했던 탓에 VC가 블록체인 기술을 가진 업체에 투자하는 것을 곤란해 했다”며 “아직까지 이런 인식은 존재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투자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인식은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모두가 접근 가능한 반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특정 대상만 접근할 수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의 대표적인 예가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퍼블릭 네트워크 참여에 대한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구조다. 비트코인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네트워크에 참여할 동기가 필요하다. 동기부여를 위한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셈이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구성원 내 특정 목적을 가지고 네트워크에 참여하기 때문에 보상이 필요 없다. 암호화폐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다.

초기 블록체인 산업은 비트코인이라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이후 투기처럼 번지면서 ‘퍼블릭 블록체인=블록체인=암호화폐’라는 공식으로 굳어졌다. 이같은 인식이 ‘블록체인은 육성하지만 암호화폐는 안된다’는 정부 기조가 되면서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얼어붙었다.

그러나 최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인식이 ‘투기’가 아닌 기술로 자리잡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블록체인 공공 시범사업을 기존 사업과 연계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블록체인이 기술로서 인정받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규제의 불확실성과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도 “기술이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고 정부가 부산을 블록체인 규제 특구로 지정하는 만큼 관련 산업에 대한 인식 변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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