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SK하이닉스를 움직이는 사람들]진교원 사장, '기술+경영' 팔방미인…전성기 재현 나서①SKT 파견 반도체 시너지 연구…뒤처진 낸드 개발 주도

윤필호 기자공개 2020-03-09 08:16:49

[편집자주]

SK하이닉스는 세계 반도체 시장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국내 쌍두마차 중 하나다. 과거 워크아웃의 아픔을 겪었지만 이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SK하이닉스의 과거와 현재를 겪고, 미래를 책임지는 주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3일 11: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진교원 SK하이닉스 개발제조총괄 사장은 D램(DRAM)과 낸드(NAND) 반도체 모두의 개발 경험을 갖춘 최고의 기술 전문가로 통한다. 동시에 마케팅, 품질보증 등 반도체 산업군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를 거쳤다. SK그룹 내에서 다른 사업 간 융합과 시너지를 위한 작업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갖춘 경영자다.

그는 지난해 정기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하는 동시에 신설된 개발제조총괄 수장으로 올랐다. 새 부서는 오랜기간 메모리 반도체 개발 업무를 통해 노하우를 쌓은 정통 엔지니어 출신 사장을 위한 맞춤형 부서다.

최근 상황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을 겪었고, 올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불확실성이 크다. 단기간 위기에 대응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진 사장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하다.
진교원 SK하이닉스 개발제조총괄 사장

◇정통 엔지니어, 마케팅으로 외연확장

1962년생인 진 사장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와 반도체 업계로 뛰어들었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LG반도체의 엔지니어로 시작해 현대전자 시절을 거쳐 하이닉스반도체로 바뀌는 가운데 꾸준히 메모리 반도체 개발 업무를 맡았다. 현재 내부에서 최고 기술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에 이르렀다.

2008년 하이닉스에서 상무로 승진하면서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당시 연구개발 제조총괄의 플래시(Flash)개발 사업부에서 낸드플래시개발 선임담당을 맡았다. 엔지니어로서 본분을 다하던 그는 이듬해부터 외연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마케팅본부로 이동해 상품기획담당을 맡으며 새로운 분야에서 도전에 나섰다. 그해에 상품기획그룹장으로 지위가 높아지면서 책임과 권한도 커졌다.

2012년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합병(MA&)은 진 사장에게도 전환점이었다. 반도체 시장에 처음 진출한 SK그룹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기존 산업과 시너지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실제 인수를 맡았던 SK텔레콤은 사업개발부문 산하에 SC사업기획본부를 신설했다. 당시 부문장은 지금의 박정호 사장이 맡았다. SC사업기획본부는 SK그룹이 기존에 영위하던 통신사업과 새로운 반도체 사업 간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방향성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

SK그룹은 반도체 개발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마케팅 기획 업무까지 두루 섭렵한 진 사장을 주목했다. 그는 인수 직전 전무로 승진한 참이었다. SK그룹은 새롭게 신설한 SC사업기획본부의 총괄 본부장 자리를 겸직하도록 했다. 파견 2년 동안 양사 간 협업과 시너지 연구를 통한 성장 동력 발굴 작업을 이끌었다.

마케팅 기획을 넘어 이종 사업 간 시너지 업무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고 2014년 다시 SK하이닉스로 돌아와 본업인 개발 업무를 맡았다. 새로운 임무는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인 낸드 경쟁력 강화였다. 그는 낸드플래시 상품기획실장을 거쳐 낸드개발부문장을 역임했다. 진 사장의 기술 전문성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있다.

이 시기 SK하이닉스의 낸드 플래시 기술은 삼성전자와 경쟁에서 한발짝 뒤처진 상황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2013년 3D 낸드 개발, 2014년 3D 낸드 양산을 통해 최초라는 타이틀을 모두 가져갔다. 낸드의 경쟁력을 기존 2D에서 3D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개발과 양산에 몰두하고 있었다.

SK하이닉스는 이보다 늦은 2014년 3D 낸드 개발, 2015년 양산에 성공했는데 이를 이끈 것이 진 사장이었다. 당시 개발진은 3D 낸드 개발 이후 성능을 높이기 위해 회로수를 증가시키는 연구에 몰두했다. 진 사장은 이 과정에서 특유의 리더십으로 다양한 고민과 의견을 수렴했고 결국 셀의 배치구조를 바꾸는 아이디어를 채택해 최적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경쟁력 회복에 주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말 정기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자리도 품질보증본부장으로 옮겼다. 이후 D램개발사업 담당으로 이동했다.

◇'개발제조총괄' 신설…실적 회복 임무

진 사장은 작년 말 진행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고의 기술 전문가이면서 다양한 부서 경험을 갖춘 그를 위해 개발제조총괄이라는 맞춤형 자리를 마련했다. 그동안 D램과 낸드 부문으로 흩어졌던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만들었다. 임원들의 개성과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정태성 낸드개발사업 총괄사장이 경영자문으로 한 발 물러났고 낸드개발사업부는 개발제조총괄 산하로 들어갔다. D램과 낸드 개발 부서가 하나의 총괄 부서 아래로 모인 셈이다.

D램과 낸드개발을 비롯해 마케팅, 품질보증 등 요직에서 다양하게 경험을 쌓은 진 사장은 이 같은 개발제조총괄에 최적화된 인사다. 그는 반도체 사업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진 사장은 스스로 다방면에 경험을 토대로 서로 다른 조직을 하나의 '원팀'으로 이끄는데 장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활용해 취임 직후 조직 간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주력했다.

특유의 유연한 리더십은 SK하이닉스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합리적 성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한다. 내부에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개발, 마케팅, 품질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경험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시각을 갖고 있다"면서 "현장에서는 후배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고민하는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실적 부진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정보기술(IT) 관련 기기 제조사들과 서버 업체들이 생산을 줄였고 반도체 수요 둔화 악재로 작용했다.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7% 감소한 2조7127억원에 그쳤고 당기순이익도 87% 줄어든 2조16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6조9907억원으로 33.3% 감소했다.

특히 낸드 부문의 경우 공급업체 재고 부담에 따라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고용량 제품 판매 비중 증가로 평균판매가격(ASP) 하락폭도 확대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낸드시장 점유율이 9.6%로 하락했고 인텔에 밀려 5위 자리를 내줬다. D램 역시 PC 부품 중심으로 ASP 하락폭이 커졌고 데이터센터 고객들의 보수적인 구매가 발목을 잡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진영을 다시 꾸리고 올해 다시 실적 회복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작년 말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 안정화에 따른 수요 회복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다. 진 사장은 개발과 제조 부문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위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제품 중심의 체계 완성을 위한 로드맵 구축을 진행 중이다. 고객이 제품을 필요로 하느 시기에 맞춰 납품하고, 양산 자체의 시기도 단축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신규 개발 제품이 단기간에 큰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파생된 피해가 산업계로 번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2018년의 전성기 모습을 다시 구현하기 위한 진 사장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