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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재무적 버퍼 축소 일로…美 수출까지 강행군 [Earnings & Credit]내부 현금흐름 한계, 순차입금 급증…IVIG, 미국 공략 플랜 변경

양정우 기자공개 2020-03-04 15:14:2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2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녹십자(AA-, 부정적)가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로 신용도 하락에 무게를 더했다. 수년 째 수익성이 하락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분기 영업적자라는 부진을 겪었다. 매출 볼륨의 수준을 바꿔줄 '아이비글로불린(IVIG)' 미국 수출에 목매고 있지만 허가 절차가 뒤로 미뤄지고 있다.

해외 수출에 집중하는 사이 매우 우수했던 재무 구조가 서서히 약화하고 있다. 수년 째 잉여현금흐름(FCF)의 마이너스가 누적된 탓에 순차입금 규모가 대폭 늘어났다. 등급하향 트리거로 설정된 커버리지지표는 하향 기준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향후 미국 수출의 물꼬가 트이기 전까지 신용등급 하향 압박을 거세게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4Q '어닝쇼크', 수년째 수익성 둔화…혈액·백신제제, 국내 성장 한계

녹십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으로 17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실적 대비 적자 전환이고 2018년 4분기와 비교시 적자 규모(56억원)가 3배 가까이 늘었다. 매출액(3536억원)은 전년보다 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실적 역시 저조하다. 매출 규모(1조3697억원)는 2.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403억원)은 19.7% 급감했다.

이번 '어닝 쇼크'는 녹십자의 수익성 둔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한때 10% 안팎을 고수하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9%로 추락했다. 물론 마케팅 비용과 상여금 등 일회성 비용이 지난해 부진을 부추겼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지속된 수익성 하락 추세를 단발성 이벤트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무엇보다 해외 진출에 성공하고자 연구개발(R&D) 비용을 꾸준히 늘려왔다. 여기에 2017년 말 오창공장 내 PD2관(혈액제제2관)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고정비 규모가 한층 커졌다. 매출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어 고정비 부담을 낮추지 않는 한 과거 수준의 수익성을 회복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연간 매출 성장률은 2016년(13.2%)을 정점으로 오히려 둔화 추세(2019년 2.6%)가 역력하다.

녹십자의 핵심 포트폴리오인 혈액제제와 백신제제의 경우 국내 시장이 한정돼 있다. 비록 두 영역에서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성장성이 매우 낮다. 진퇴양난의 타개책으로 결국 해외 수출에 초점을 맞춰온 이유다.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수출을 늘리면 수익성까지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목매온 IVIG 미국 수출이 지연되고 있다. 당초 5% IVIG를 대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 허가 절차를 밟아왔다. 그러다 지난해 중순 10% IVIG로 타깃을 재설정했다. 본래 계획대로 라면 올해부터 매출 증대에 힘이 실릴 예정이었으나 이제는 내년에도 수익 창출이 불확실해졌다.

◇현금 창출력 지지부진, FCF 마이너스 기조…CAPEX·운전자본 부담, 순차입금 껑충

크레딧 리스크가 촉발된 불씨는 역시 현금흐름이었다. 수년 간 수익성이 둔화된 탓에 매출 성장 속에서도 영업현금흐름이 좀처럼 늘지 않았다. 지난 10년 간 매년 800~1200억원 가량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잉여현금흐름(FCF)은 자금 부족 상태가 지속됐다. 현금 창출력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자본적지출(CAPEX)과 운전자본 부담은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오창공장 PD2관 신축과 화순공장 증설이 이어졌고 현재 오창공장 통합완제관에 대한 신축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매출 볼륨이 커진 만큼 매출채권과 재고자산도 매년 늘어났다. 영업현금흐름만 정체된 터라 FCF는 2015년부터 매년 마이너스 흐름을 기록했다.

사업 모델상 운전자본 부담을 낮추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혈액제제 사업은 원재료인 혈장의 수급이 관건이다. 전세계 30여곳의 혈액센터로 원재료 수급 기반을 닦아 국내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다만 이런 혈액제제의 특성상 매출 증대에 맞춰 혈장 재고를 안정적으로 쌓아놓아야 한다. 혈액에서 혈장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나머지 부산물도 재고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내부 현금흐름으로 쓸 돈을 마련하지 못하자 결국 외부 차입을 대폭 확대했다. 2015년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194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분기 말 3599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녹십자는 등급하향 트리거(녹십자홀딩스 연결기준 순차입금/EBITDA 3.5배 초과)를 2018년부터 충족하고 있다. 녹십자의 재무상태를 반영한 녹십자홀딩스의 순차입금/EBITDA는 이미 5배를 웃돌고 있다. 녹십자의 등급 아웃룩이 '부정적'으로 바뀐 데 이어 하향 압박을 받고 있는 이유다.

◇재무적 버퍼 소진, 외부 차입 무게…수출 플랜 완수, 신용도 관건

녹십자는 2013~2015년 유상증자(1069억원)와 보유지분 매각(일동제약 주식, 1309억원) 등으로 현금흐름 부족분을 자체적으로 조달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부족 자금의 대부분을 외부 차입에 의존했다.

아직 재무적 버퍼를 모두 소진한 건 아니다. 현금성자산과 유형자산, 시장성 주식 등을 8000억원 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재무적 융통성에도 향후 차입금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예정된 CAPEX를 감안할 때 FCF 마이너스 기조는 한동안 지속된다는 게 신용평가업계의 중론이다.

앞으로 IVIG 미국 수출을 비롯한 해외 진출 플랜이 차질을 빚지 않는 게 신용도 사수의 관건이다. 그 때까지 한 단계 저하된 수익성은 전성기 시절로 회복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미국 시장의 물꼬를 트기 전에 신용평가사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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