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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엇갈린 등급 방향…지주사 리스크 '키' 한기평-나신평 전망, '부정적-안정적' 평정…캐나다 GCBT 부담, 반영 정도차

양정우 기자공개 2020-03-05 14:08:05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3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녹십자(AA-)의 신용등급에 엇갈린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모회사 녹십자홀딩스의 크레딧 리스크가 미칠 여파를 두고 서로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 탓이다.

녹십자그룹은 '아이비글로불린(IVIG)' 북미 수출의 전진 기지(GCBT, Green Cross BioTherapeutics)를 녹십자홀딩스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 IVIG 수출은 녹십자가 사활을 건 사업이지만 GCBT의 최대주주는 녹십자홀딩스다. GCBT는 2015년부터 캐나다 공장(혈액제제)을 지으면서 투자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녹십자홀딩스의 커버리지지표(순차입금/EBITDA)가 크게 악화된 이유다.

한국기업평가는 '지주사-자회사' 통합도가 높다는 관점(Enterprise Approach)에서 녹십자홀딩스의 재무 악화를 녹십자 신용도의 '키'로 삼고 있다. GCBT 리스크까지 감안해 녹십자의 등급 아웃룩을 '부정적'으로 책정한 셈이다. 반면 나이스신용평가는 녹십자홀딩스의 재무 상태를 지원 가능성 측면에서 간접적으로 반영한다. 여전히 등급 아웃룩이 '안정적'인 이유다.

◇한기평, 녹십자 아웃룩 '부정적'…'GCBT 부담' 홀딩스 지표 반영

한국기업평가는 녹십자의 등급하향 요건으로 '녹십자홀딩스 연결기준 순차입금/EBITDA 3.5배 초과'를 설정했다. 녹십자의 신용도를 평정하는 데 녹십자홀딩스의 커버리지지표를 동원하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지주사에 대한 신용도 도출 방식인 'Enterprise Approach'가 이론적 배경이다. '지주사-자회사'의 통합도가 높을 경우 경제적 단일체로 가정해 평정에 나선다. 녹십자홀딩스에서 녹십자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두 기업을 묶어 진단하는 셈이다. 본래 지주사 신용등급을 책정하기 위한 접근법이지만 이번엔 계열사 녹십자의 신용도를 판단하는 데 활용됐다.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는 커버리지지표 측면에서 격차가 2배 수준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EBITDA(연환산)는 각각 2.9배, 5.3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녹십자홀딩스는 등급하향 척도인 3.5배를 훌쩍 뛰어넘은 반면 녹십자는 아직 안정권에 머물러 있을 정도다.

높은 통합도에도 이런 격차가 생긴 건 녹십자홀딩스가 캐나다 법인 GCBT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GCBT는 녹십자가 목매는 IVIG 북미 수출을 책임질 법인이다. 하지만 GCBT의 투자와 차입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건 녹십자가 아닌 녹십자홀딩스다. 본래 녹십자홀딩스는 순차입금을 1000억원 안팎으로 관리해 왔다. 하지만 GCBT의 캐나다 혈액제제 공장이 착공된 뒤 부담이 누적되면서 지난해 3분기 말 6600억원 규모로 껑충 뛰었다.


한국기업평가는 녹십자홀딩스와의 통합 신용도를 따지는 만큼 녹십자의 신용도에 GCBT 리스크를 모두 반영하고 있다. IVIG 북미 수출을 위한 대규모 투자는 녹십자뿐 아니라 그룹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IVIG의 본격적 북미 공략이 올해에서 내년 말 이후로 미뤄지면서 신용등급 하향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잉여현금흐름의 마이너스 추세를 감안할 때 녹십자홀딩스의 순차입금/EBITDA는 한동안 3.5배 밑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낮다.

그간 녹십자는 5% IVIG를 대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 허가 절차를 밟아왔다. 그러다 지난해 중순 10% IVIG을 우선적으로 허가받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판매 예정 일정도 당연히 뒤로 밀렸다. IVIG는 바이오 신약으로서 1차성 면역결핍질환에 활용되는 치료제다.

◇나신평, '안정적' 아웃룩 여전…녹십자, 홀딩스 지원 가능성 '측정'

반면 나이스신용평가는 녹십자의 신용도를 녹십자홀딩스와 통합적 관점에서 평정하지 않는다. 녹십자 자체 사업위험과 재무위험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 등급하향 트리거 가운데 정량 요건은 '연결기준 순차입금의존도 15% 상회'가 대표적이다. 당분간 녹십자의 순차입금의존도가 15%를 밑돌 것으로 여겨 등급 아웃룩을 '안정적'으로 책정하고 있다.

다만 계열 지원 가능성 측면에서 녹십자홀딩스의 크레딧 리스크를 확인하고 있다. 녹십자홀딩스에 돌발 상황이 벌어질 경우 핵심 계열사 녹십자가 자금 지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명목으로든 유동성이 외부로 유출되면 부채상환능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녹십자가 GCBT에 지급보증(8500만캐나다달러)을 제공한 것을 눈여겨 봤다. 하지만 캐나다 혈액제제 공장이 완공된 만큼 상업 가동에 들어설 경우 지급보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73억원 적자였다. 연간 실적 역시 저조했다. 매출 규모(1조3697억원)는 전년보다 2.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403억원)은 19.7% 급감했다. 한때 10% 수준이었던 영업이익률은 수년에 걸쳐 2.9%까지 추락했다.

핵심 사업인 혈액제제와 백신제제 부문은 모두 국내 정상에 올라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어느덧 성장 한계에 다다랐다. IVIG 미국 수출을 비롯한 해외 진출 플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향후 IVIG의 판매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신용도를 방어하는 게 녹록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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