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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회계처리 논란]트리삭티 누가 움직였나…도마 위 오른 '실질 지배력'②지분율 51%·이사회 참여 vs 구주 경영 지속·부당거래 의혹 제기

최은진 기자공개 2020-03-10 13:30:09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5일 15:4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G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과 정치권으로부터 분식회계 의혹을 산 가장 핵심 쟁점은 인도네시아 사업이다. 해당법인을 인수하는 초창기부터 무리한 투자라는 잡음이 흘러나왔는데 결국 금융당국이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냈다. '실질 지배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했다는 게 요지다.

사실 지분율 51%를 확보했고 이사회 참여 증빙까지 남아있는 상황인 만큼 KT&G 입장에선 회계기준의 기본원칙을 따랐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트리삭티에 대한 지배권이 여전히 구주에게 쏠려 있었다는 정황증거와 이면계약 등이 발견된 데 따라 금감원은 KT&G에 대한 지배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연결재무제표 작성으로 인도네시아 사업을 과대계상했다는 분식의혹으로 이어졌다.

◇2000억 M&A, '실사 단 한달' 속전속결

KT&G는 2011년 7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PT Trisakti Purwosari Makmur(이하 트리삭티)'를 인수했다. 경영권 인수를 위해 트리삭티의 지배회사였던 싱가포르 소재의 Renzoluc Pte., Ltd.(이하 렌졸룩)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렌졸룩 지분 취득을 위해 투입된 900억원과 대여금 약 600억원, 이외 기타 비용 등 총 인수대금은 2000억원 규모였다. 인수대금에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코파펀드 자금 380억원도 포함됐다.

트리삭티의 인수는 전임 민영진 사장 시절 이뤄졌다. 2010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후 곧바로 KT&G가 트리삭티를 접촉했고 5개월만에 인수를 성사시켰다. 실사기간은 단 한달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인수초창기부터 정권의 영향력 하에 무리한 인수를 추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KT&G는 2000년 초반부터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다각적으로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또 2007년 지사 설립 등 현지 사업 확장을 위한 준비 및 시장조사를 통해 2011년 트리삭티를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단기실적이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도네시아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트리삭티의 담배 판매량은 30억 개비 정도로 인도네시아 6위권 회사다.

201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T&G가 100% 지분을 소유한 렌졸룩이 보유하고 있던 트리삭티의 지분율은 51%이다. 지분율로만 따지면 KT&G가 트리삭티를 연결 재무제표에 작성하는 데 문제가 없다. 더욱이 당시는 '실질 지배력(De Facto Control)'이란 개념이 없었던 때다.

실질 지배력은 2013년부터 새롭게 적용된 기업 재무제표 상의 용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모기업의 종속기업 지분율이 50%를 초과하였을 경우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토록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 지배력의 개념을 적용해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더라도 투자자와 약정 등으로 지배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지분율이 50%를 초과하지 않더라도 실질 지배력이 인정되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트리삭티 인수 관련 내용 / 2011회계년도 감사보고서 발췌

2012년 1분기부터 렌졸룩을 통해 트리삭티 실적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KT&G는 과반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었던데다 렌졸룩에 대한 이사회 참여 증빙까지 있다. 당시엔 '실질 지배력'이 아닌 지분율로 연결 여부를 결정했기 때문에 타당한 선택이었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렌졸록에 참여한 KT&G 이사수도 절반 이상인 4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렌졸록을 통한 트리삭티에 대한 지배력 행사가 충분히 가능한 구조였다고 업계가 해석하는 이유다.

◇금감원, 렌졸룩 이상 상위지배력 인정

금감원 판단은 달랐다. 지분율이나 이사회 참여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트리삭티를 움직이는 게 누구냐에 집중했다고 전해진다. 애초 트리삭티의 최상위 지배기업이 렌졸록이 아니었다는 의혹에 이어 트리삭티의 인수대금이 조세회피처로 흘러 들어간 정황이 파악된 만큼 금감원도 제3의 지배세력이 따로 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KT&G는 트리삭티의 원소유주라고 주장하는 특정 인물과 가격협상을 벌였고 해당인물을 계속 경영진에 잔류시켰다. 나름 현지에 정통한 인물을 통해 법적·세무적 리스크를 줄여보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는 'KT&G-렌졸룩-트리삭티'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닌 '제3의 인물-원소유주-트리삭티'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KT&G가 렌졸룩을 통해 트리삭티 지분을 추가로 원소유주로부터 인수하는 과정에서 고가에 매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 역시 KT&G보다 원소유주의 입김이나 그 이상 상위의 지배력이 존재한다는 의구심으로 이어졌다.

2015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KT&G는 렌졸록 기업가치 전액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해 장부가액은 '제로(0)'가 됐다. 경영부실 및 적자로 인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2년 뒤 트리삭티에 대한 잔여지분 49%와 그의 자회사 PT Sentosa Ababi Purwosari(이하 센토사), PT Mandiri Mulia(이하 만드리) 등의 지분을 총 600억원에 매입했다. 곧바로 렌졸록에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972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원소유주라는 인물이 잔여지분 매입을 종용한 데 따른 결과였다. 해당인물은 KT&G에 '법적권리'를 주장하는 공문을 보낸 것은 물론 담배공장 가동중단 위협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KT&G는 감사보고서상 장부가액 '0원' 가치의 기업을 고가에 매입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더욱이 당시 당기순손실이 이어지고 있던 때였다. 이미 경영권을 획득한 상황에서 추가 잔여지분을 비싼 값에 살 이유가 없었다는 게 회계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의혹의 진위 여부는 과거 검찰수사에서 '혐의없음'으로 종결된 사안이지만 금감원은 '실질 지배력'을 내세우며 분식회계로 판단한 셈이다.

사실 실질 지배력이란 말은 법조계와 회계업계서도 꽤 난해하고도 어려운 말이라는 입장이다. 지분율이나 이사회 이사수 등 정량적 평가가 아닌 정성적 평가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만큼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이유다. 따라서 트리삭티에 대한 지배력을 둘러싼 논쟁은 첨예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실질 지배력'이 없었다는 확실한 물증이 있다는 입장인 반면 KT&G는 지분율과 이사회 참여 등 회계의 기본원칙에 충실했다고 맞서고 있다. 더욱이 KT&G는 '분식회계'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굳이 트리삭티를 이용해 해외자산을 늘릴 이유가 없었다는 주장도 강조한다. 렌졸룩의 총 순자산규모가 약 600억원 안팎에 불과했던 만큼 자산확대의 효과도 없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KT&G측의 소명 등을 확인하는 절차 등이 남은 만큼 아직까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실질 지배력 관점에서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는 부분들이 나름대로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KT&G 관계자는 "분식회계를 활용해 해외자산을 늘릴 이유도 유인도 없었고 지분율과 이사회 참여 증빙 등이 남아있기 때문에 다소 억울한 측면이 많다"며 "회계법인의 감사 하에 진행한 건들인 만큼 하나하나 금감원 감리절차 진행 중에 성실히 소명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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