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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를 움직이는 사람들]8년만의 부사장급 등기이사 '마케팅 역량' 주목④오종훈 부사장, 글로벌세일즈 마케팅 담당

윤필호 기자공개 2020-03-12 08:18:20

[편집자주]

SK하이닉스는 세계 반도체 시장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산업군을 이끈 쌍두마차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업황이 악화되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인사를 단행하며 다시 비상하기 위한 채비를 갖췄다. 더벨은 다시 전성기를 재연하기 위한 SK하이닉스의 주요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9일 1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는 실력을 갖춘 인재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유연한 인사 시스템을 갖췄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종훈 SK하이닉스 글로벌세일즈마케팅(GSM) 담당 부사장이다.

오 부사장은 지난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사회 의장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을 빼면 오 부사장은 이석희 사장과 함께 두자리 뿐인 사내이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장급 임원들을 제치고 부사장급 인사가 이사회 멤버가 된 셈이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하이닉스 내부에서 부사장급 사내이사는 종종 있었다. 채권단과 재무약정을 받는 과정에서 임원 숫자가 적었고 이사회 관리에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SK그룹으로 피인수된 뒤엔 임원진 규모가 커지고 사장단도 대거 늘었다. 사장단 중심의 이사회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오 부사장은 이런 분위기 속에 파격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했다. 사실상 피인수 8년만에 나온 부사장급 등기 임원이다.

오 부사장은 엔지니어로 입사해 제품 개발 업무를 이끌었고 해외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영업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다양한 반도체 관련 인재들이 모인 SK하이닉스에서도 그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인사로 통한다.

◇변화 이끈 추진력, 경험 다양화
오종훈 SK하이닉스 GSM 부사장
오 부사장은 디테일에 강하면서도 한번 확인한 사안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유명하다. 높은 업무 이해도는 이 같은 열정을 뒷받침했고 기로에 섰을 때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메모리 반도체 회로 설계 연구개발(R&D)이 전문가였음에도 마케팅, 영업 분야로 뻗어나가 총괄 자리에 오른 배경도 이 같은 다양성에서 기인한다.

1964년생인 그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현대전자 반도체 연구소 설계실에서 근무를 시작하며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후 미국 법인으로 이동했다. 미국 현지에 위치한 생산 법인은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고 현대전자가 매입하는 구조로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1997년 IMF 금융위기로 현대전자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이직을 결심했다.

오 부사장은 1998년 글로벌 반도체 회사인 G-Link 테크놀로지로 이직을 결심했다. 이어 2002년 이후 독일로 옮겨 지멘스의 반도체 자회사인 인피니온(Infineon)과 인피니온의 자회사 키몬다(Qimonda)를 거치며 8년 동안 재직했다.

2009년 다시 변화가 찾아왔다. 당시 몸 담았던 키몬다가 D램 시장의 공급과잉에 따른 출혈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다. 키몬다는 한때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이어 글로벌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였지만 치킨게임에서 밀려났다. 모회사인 인피니언도 7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하며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태여서 자회사를 지원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오 부사장은 키몬다를 나와 친정인 하이닉스 반도체 미국법인으로 돌아갔다. 이후 4년간 미국 현지에서 근무를 이어갔다. 그는 해외 반도체 업계에서 다양한 회사를 거치며 활동했고 이때 쌓은 경험으로 49개 미국 특허, 공동 발명 보유자라는 결과물을 남겼다.

그는 하이닉스 반도체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SK그룹 인수 이후인 2013년 당시 상무였던 오 부사장은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 이사회(Board of Directors) 멤버로 합류했다. JEDEC은 반도체 각 분야의 표준을 정의하는 범 세계적 기구다. 그는 SK하이닉스 구성원 가운데 처음으로 JEDEC 이사회에 참여했다.

◇엔지니어, 마케팅 담당 사내이사로

오 부사장의 본업은 반도체 엔지니어다. 특히 설계 분야에서 다양한 공헌을 했다. 현대전자 시절 최초로 자사 설계 기반인 4M D램을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4M D램은 1989년 정부 주도하에 현대전자와 삼성반도체, 금성반도체 등이 공동으로 개발한 메모리 반도체의 시초다. 그는 또 1990년대 중반 회사가 개발에 성공한 차세대 256kb SD램의 첫 설계를 완성하는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설계 기술력을 토대로 상품 기획과 마케팅·영업 영역까지 특기를 넓혔다. 오 부사장은 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사업과 연계하는데 탁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SK그룹 산하로 들어간 이후 D램 개발부문 상품기획실장으로 재직하며 신규 제품 구상에 몰두했다. 2년 뒤 실적 성장에 공로를 인정받아 전무로 승진했다. 2016년에는 D램 개발사업부문 설계본부장으로 부임했고 이듬해 사업총괄 D램 개발사업 담당으로 올라갔다.

오 부사장이 D램 사업을 진두지휘하던 2017년 1월 SK하이닉스는 세계 최대 용량인 8GB LPDDR4X(Low Power DDR4X) 모바일 D램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두 개의 8Gb 단품을 연결한 듀얼채널 16Gb 칩을 4단으로 쌓아 구현했다. 기존 LPDDR4 대비 전력효율을 20% 가량 개선한 최저전력 규격이며, 8GB는 LPDDR4X 규격 기준 세계 최대 용량이다. 아울러 같은해 4월에는 당시 기준으로 가장 처리 속도가 빠른 그래픽 D램인 20나노급 8Gb GDDR6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사내 최고 D램 전문가로 자리잡은 그는 2018년 마케팅·영업 담당으로 부임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사실상 경영의 핵심인 마케팅과 영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높아진 지위 만큼 책임도 무거워졌다. 오 부사장은 다년간 해외에서 쌓은 경험을 활용해 고객 네트워크 확장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D램 반도체 수요 부진 등에 따른 불황을 겪으면서 마케팅·영업 부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오 부사장이 몸 담은 마케팅·영업 부서도 명칭을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글로벌세일즈마케팅으로 바뀌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본격화에 따라 서버 D램과 5G(5세대) 이동통신, 자율주행차 등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한 대응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오 부사장은 SK하이닉스 이사회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SK하이이닉스 이사회는 기타비상무이사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의장을 맡고 있고 사내이사는 이석희 사장 그리고 오 부사장 두 명, 여기에 사외이사 여섯 명으로 채워졌다.

하이닉스 반도체 시절에는 임원이 지금처럼 많지 않아 부사장이 이사회에 들어간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SK그룹에 인수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규모는 더욱 확장했고 사장급 임원도 2018년말 기준으로 3명이 있다.

오 부사장이 직급을 떠나 이사회에 선임된 것은 그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방증하고 있다. 그는 이사회 산하 지속경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미국 법인인 메모리 솔루션 아메리카(memory solutions America Inc.) 이사를 겸직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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