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리포트]경창산업, '구전십기' 정신으로 위기 이겨낼까작년 영업이익 적자전환, 순손실 확대…코로나19 습격에 사업보고서 제출 지연
김경태 기자공개 2020-03-13 08:34:10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2일 08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창산업은 손기창 명예회장이 창업한 대구를 대표하는 자동차부품사 중 하나다. 손 명예회장의 인생은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밀양에서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제강점기에 맨손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손재주가 뛰어났던 덕분에 각종 기술을 쉽게 익히며 인정을 받았고, 귀국해 사업을 펼치는 기반이 됐다.1961년 경창산업의 전신인 경창공업사를 세우고 자전거 체인 케이스를 첫 제품으로 만든 뒤 점차 사세를 키웠다. 현대자동차가 1972년 포니를 개발하면서 협력할 부품사를 찾던 중 경창산업의 손을 잡게 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그 후 현대차그룹과의 거래를 바탕으로 꾸준한 성과를 거뒀다. 손 명예회장은 올해 초 자신의 성공에 대해 '팔전구기'가 아니라 '구전십기(九顚十起)'의 정신 덕분이라고 했다.
오너 2세로 손 명예회장의 아들인 손일호 회장 체제가 되서도 경창산업은 대체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2016년에는 최대 매출을 거두며 정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흔들리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2017년부터 조금씩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이듬해에 당기순손실이 이어지고 감사인에 지적을 받기도 했다. 최근 발표한 작년 실적은 더 악화했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영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장세 '주춤'…작년 영업손실, 유형자산 손상 탓 순손실 확대
경창산업은 현대차그룹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 자동변속기 부품류, 컨트롤 케이블, 페달류, 오토 레버류, 리저브 탱크 등 자동차부품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뿐 아니라 쌍용차, 미국 크라이슬러 등과도 관계를 맺으면서 성장을 이어왔다.
IMF외환위기이던 1998년에도 경창산업은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실적을 자랑했다. 그 후 단 한 번도 적자를 거두지 않고 매년 이익을 남기다가 글로벌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에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거뒀다. 하지만 경창산업은 이듬해 흑자전환하면서 곧바로 회복했다. 또 2016년까지 8년 연속 매출 증대를 이루면서 실적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경창산업의 실적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2017년이다. 연결 매출은 5633억원으로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영업손실 146억원, 당기순손실 321억원을 거두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2008년 손실을 기록한 후 9년만의 적자였다. 당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이 급감했는데 경창산업도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지분법회사의 적자로 인해 손실이 생겼다.

2018년에 연결 매출은 5964억원으로 전년보다 5.9% 증가했고 영업이익 165억원을 거두며 반전했다. 당시 경창산업은 "전년 사드의 영향에서 벗어나 매출이 소폭 증가했고 원가절감과 일반비용 절감의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기순손실이 지속됐다. 당시 기타비용에 235억원의 유형자산손상차손을 반영한 탓이 컸다.
경창산업의 회복세는 작년에 다시 꺾였다. 연결 매출은 5318억원으로 전년보다 10.8%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32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경창산업은 자동차 경기 하락에 따라 매출이 부진했고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당기순손실은 713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는데, 재작년처럼 유형자산과 관련이 있다.
경창산업 관계자는 "국내와 해외법인이 보유한 기계와 건물, 토지, 공기구 등 각종 유형자산에 대한 손상 검토가 이뤄졌고, 이를 반영했다"며 "자산가치에 비해 이익이 제대로 나지 않는 부분에 관해 반영한 것으로 평가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현금이 유출되는 적자는 아니다"고 말했다.
작년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거둔 탓에 재무안정성이 급격히 흔들렸다. 작년 말 자본총계는 1016억원이다. 이는 전년 말보다 37.8% 감소한 수치이고, 2012년(869억원)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작년 말 부채비율은 462.6%로 전년 말보다 172%포인트 급등했다. 부채비율이 400%를 넘은 것은 2011년(430.7%)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여파에 고심 깊어져, 2년연속 사업보고서 제출 지연
경창산업은 올해 들어서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측하지 못했던 코로나19 확산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초기에는 현대차그룹의 공장가동 중단 등이 있었는데, 그 후 경창산업이 둥지를 틀고 있는 대구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직접적인 사정권에 들어갔다.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도 이달 9일 잠정실적을 발표하고 이사회를 열고 정기주주총회와 관련된 내용을 정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창산업은 이날 공시를 통해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 지연 제출에 대한 제재 면제 심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창산업은 "당사는 감염병특별관리지역인 대구광역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주요 종속법인이 중국 지역에서 중요한 영업을 수행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19 회계연도 외부감사 및 재무제표 작성 등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재 면제 대상으로 승인될 경우 당사는 2019회계연도 사업보고서 등을 2020년 1분기 분기보고서 제출기한인 5월15일까지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작년에도 사업보고서 제출이 지연된 적이 있는데, 2년 연속 제때 제출하지 못하게 됐다. 작년에는 △회사가 적용하고 있는 감가상각방법의 적정성 및 자산손상 등과 관련한 합리적인 자료에 대한 감사인(삼정회계법인)과의 의견 차이 △국내 및 해외종속기업의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의견표명을 위한 자료 제출 지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감사인이 2년 연속 '계속기업 가정 불확실성'을 지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삼정회계법인은 2018년회계연도 감사인을 맡았는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당기순손실이 266억원 발생했다는 점과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189억원 초과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작년 순손실이 재작년보다 2배이상 증가했고, 재무안정성이 흔들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사인이 또 다시 지적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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