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23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선매수청구권(right of first refusal, 우선매수권)은 기업 간 M&A에서 주로 활용된다. 사전적 정의는 이해관계자가 보유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자 할 때 제3자 대신 투자자가 같은 조건으로 해당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국내에 도입된 시기는 2003년이다. 은행연합회가 '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주식 관리 및 매각준칙'에 우선매수권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면서다. IMF 외환위기 이후 다수의 기업이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에 나섰는데 이때 기존 경영자들의 경영권을 보호해 주려는 의도였다.
우선매수권은 부동산 거래에서도 적잖이 활용된다. 차이점이 있다면 경영권이 아닌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된다. 주로 오피스 빌딩 거래에서 적용된다. 오피스 빌딩 매매를 통해 새로운 건물주가 왔을 때 기존 임대차 계약의 갱신 혹은 변경 과정에서 임차인은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불리한 조건의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오피스 빌딩 전체를 사옥으로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해당 기업이 짊어질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우선매수권은 통상 이럴 때 부여된다.
우선매수권은 투자자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는 선택지다. 공개매각을 하거나, 임차인에게 매각하거나 회수하는 금액은 같다. 우선매수권의 존재가 매각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셈이다. 우선매수권이 수반된 임대차계약을 맺는데 거부감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우선매수권은 모두에게 유용한 수단으로 보이지만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권리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오피스 빌딩 거래 과정에서 편법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우선매수권은 직접 사용하지 않고 제3자를 지정할 수도 있다.
여기서 제3자는 '누구나'이다. 이점을 이용하면 경쟁입찰에 참여하지 않고도 인수자가 될 수 있다. 우선매수권자와 별도 협의를 거치기만 하면 된다. 경쟁입찰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한순간 '닭 쫓던 개'가 된다.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실제 작년 7월 마포 태영빌딩에서 이런 거래가 이뤄졌다. 경쟁입찰을 거쳐 JB자산운용이 우선협상자로 내정됐지만 태영빌딩을 품은 곳은 국제자산운용이었다. 우선매수권을 가진 태영건설이 권리 행사 후 제3자로 국제자산운용을 지정했다. 최근 진행 중인 하이트진로 서초사옥도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위법이 아닌 만큼 전략적 접근이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면서도 "제3자 지정을 가능하게 한 것은 권리를 가진 기업이 여건이 안 돼 계열사의 이름을 빌려야 하는 상황 등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것을 감안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선매수권이 변질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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