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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지주사 분석]동진홀딩스, 차근차근 쌓아올린 지주사 체계①2006년 지분정리 통해 가족경영 본격화…J&J캐미칼 활용, 지주회사 전환

김슬기 기자공개 2020-04-22 07:40:11

[편집자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이다. 또 근간에 수많은 장비업체 및 소재업체들의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던 소재·장비업체들이 지주사 체제를 갖추며 진화하고 있다. 더벨은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중견 장비업체의 성장사와 현황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0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인 동진쎄미켐은 소재 외길을 걸으면서 성장해왔다. 창업자인 이부섭 회장은 국내 화학업계를 선도하는 인물이자 매출 8000억원대의 중견기업을 만든 인물이다. 그는 2000년대 들어 지분 정리를 하며 가족경영을 본격화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후계구도가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동진쎄미켐을 지배하는 곳은 동진홀딩스이다. 단순히 사업회사를 분할해 지주회사를 만든 것이 아니라 관계회사였던 제이앤드제이캐미칼(J&J캐미칼)을 활용했다. J&J캐미칼은 두 아들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였다. J&J캐미칼의 매출 역시 동진쎄미켐을 통해 이뤄졌다.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동진쎄미켐의 지분을 J&J캐미칼에 현물출자하면서 지주사 체계를 만들었다. 이후 사명을 동진홀딩스로 변경했고, 현재의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상장기업을 분할하면서 겪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했고, 향후 안정적인 승계가 이뤄지도록 만들었다는 평이다. 아직까지는 차남인 이준혁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 2006년 대규모 지분정리, 정해지지 않은 후계구도

당초 동진쎄미켐의 최대 주주는 이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1967년 모태가 되는 동진화학공업사를 설립했고 1973년 동진화성공업 주식회사로 법인전환을 했다. 1973년 300만원이었던 자본금은 여러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150억원까지 커졌다. 1999년 12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본금은 188억원까지 확대됐다.

주주명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1999년이다. 이 회장의 지분율은 23.93%였고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포함하면 45.23%였다. 이후 비슷한 지분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6년 주주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다. 그해 2월 이 회장의 매형이었던 안병도 씨가 보유주식 400만여주를 이 회장의 부인과, 아들인 준규·준혁의 가족 등 총 9명에게 전부 증여하기로 하기로 했다.

처음에 400만여주 모두 증여하기로 했으나 얼마 못 가 188만주에 대한 증여를 취소했다. 증여 취소는 증여세 부담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 씨의 지분율은 10.6%였다. 증여일이었던 2월 15일 종가기준(2525원)으로 보면 지분가치는 101억원선이었다. 주식 전량을 증여하게 되면 증여세 납부로 인해 지분율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212만4000주에 대해서만 증여 작업을 거쳤다. 이 회장의 부인인 장명옥 씨는 총 28만3400주의 주식을 증여받았고 준규·준혁 형제는 25만1300주를 받았다. 그들의 배우자에게는 각각 24만5000주, 그들의 자녀들에게는 21만2000주가 갔다. 두 가족 모두에게 공평하게 92만300주가 배분됐고 지분가치로는 23억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각각 적게는 4만1000주에서 많게는 6만주의 주식을 증여세 명목으로 물납했다. 증여세율로 보면 20%대였다. 안 씨가 증여한 5.6%의 지분 중 세금으로만 1.1%가 빠졌다. 만약 주식 전량을 증여했다면 세금으로 2% 이상을 납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 씨는 증여 취소했던 주식 모두를 동진장학연구재단에 무상으로 출연했다. 동진장학연구재단은 2006년 8월에 설립됐고 그 해 9월 안 씨의 주식을 무상으로 받아 동진쎄미켐의 지분 5%를 온전히 소유할 수 있었다. 지배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공익사업을 한다는 대외적인 이미지까지 가져갈 수 있는 묘수였던 것이다.

당시 후계구도는 정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장남과 차남에게 모두 동일한 주식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 때 장남인 이준규 씨는 해외현지 법인을 담당했고 차남인 이준혁 씨는 신규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준규씨는 연세대를 나와 인디아나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준혁씨는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MIT공대 박사학위를 받았다. 차남인 준혁씨가 2009년 아버지와 함께 각자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기울기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이준혁 대표는 현재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두 아들 지분 보유한 J&J케미칼 활용…지주회사 체제 완성

지배구조의 큰 변곡점이 있었던 시기는 2013년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이 회장은 정리할 지분이 남아있었다. 바로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실명전환하는 일이었다. 2012년 박춘화 개인 보유주식(185만여주)와 이진호 보유주식(320만주) 등 총 505만여주의 주식이 실명전환되면서 이 회장의 지분은 937만여주에서 1442만여주까지 확대됐다. 지분율로는 22.28%에서 34.29%로 뛰었다. 이진호 씨는 당시까지 동진쎄미켐의 공동보유자로 기록되었으며 1999년까지 회사의 감사로 있었다.

2013년에는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대주주가 이 회장에서 J&J캐미칼로 변경된 것이다. J&J캐미칼은 1992년 6월 설립된 곳으로 염소 및 가성소다 등의 제조 및 판매업을 하고 있는 곳이었다. 2012년 당시 Scarlet Kim &Co.Inc이라는 법인이 49.77%의 지분을 보유해 1대 주주로 있었으며 준규·준혁 형제가 각각 22.83%, 25.57%, 이 부회장의 아내인 안상희씨가 1.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J&J캐미칼은 그 전까지만 해도 눈에 띄지 않았던 곳이었다. 2002년 감사보고서가 나온 뒤 외부감사대상에서 제외됐고, 2012년이 되어서야 감사보고서를 냈다. J&J캐미칼은 동진쎄미켐의 지분 4.41%를 보유하고 있었고 매출 대부분을 동진쎄미켐에 의존하고 있었다. 2011년 매출은 60억원 정도였고 2012년 206억원이었다. 2011년 3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봤지만 2012년엔 5억원 정도 이익을 냈다.

하지만 상징성이 컸다. 동진쎄미켐의 지분을 가진 관계기업이면서 두 형제가 직접 주식을 보유한 곳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이 회장은 해당 회사를 활용해 지배구조를 재편했다. 2013년 12월 이 회장과 그의 부인이 보유하고 있는 동진쎄미켐의 주식 1044만여주를 J&J캐미칼에 현물출자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J&J캐미칼 주식 186만7857주를 교환하기로 했다. J&J캐미칼의 주당 가치는 2만2950원으로 책정했고, 지분가치로 따지면 430억원 가량이었다. 주식교환을 통해 지주사 체계를 완성한 것이다.

J&J캐미칼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4.4%의 동진쎄미켐의 지분과 출자받은 지분을 합해 29.94%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 회장의 지분은 420만주, 9.99%가 남게 됐다. J&J캐미칼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으로 79.25%까지 올라갔다. 이준혁 대표와 이준규 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4.86%, 4.34%로 축소됐다. 이 회장→J&J캐미칼→동진쎄미켐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2014년 사명을 동진홀딩스로 변경하면서 지주사 체제를 만들었다.

이 지배구조는 2017년에 되면서 또 한 번 변곡점을 맞이한다. 동진홀딩스가 추가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이 때 이준혁 부회장의 지분율이 17.77%까지 올라간다. 이 회장의 지분율은 55.72%로, 이준규 사장의 지분율은 3.22%로 축소됐다. 여기에 미세테크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11.59%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향후 이 회장의 지분의 향방에 따라 후계구도가 달라지겠지만 이 부회장 쪽이 아직까지는 우세해보인다. 미세테크는 2015년 2월 설립됐고 2019년말 현재 이 부회장이 52%, 그의 두 아들이 각각 2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미세테크 역시 지배구조 변화의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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