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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조원태, 자본확충 겸 우호지분 확보…'일석이조' 카드 쓸까?한진칼 제3자배정 증자 가능성 제기…주식총수 30% 증자, 이사회 의결만으로 가능

박상희 기자공개 2020-04-20 19:51:1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0일 19: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최대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노림수에 관심이 쏠린다. 대한항공의 자본확충을 빌미로 대주주인 한진칼의 유상증자까지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조 회장이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카드로 우호세력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지난달 정기주총에서 경영권 위협 1차 고비는 넘겼지만 KCGI 등 외부세력은 주식 매입에 집중하며 고삐를 더욱 죄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말 기준 주주명부 폐쇄 때와 비교하면 KCGI 등이 세를 불린 결과 최근 지분율은 조 회장에게 불리한 상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5000억~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주요 증권사들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촉발된 대한항공의 경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이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임을 감안하면 대주주인 한진칼이 유상증자 등의 지원에 나설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현재 한진칼의 재무구조와 경영권 위협 등 요소를 두루 감안하면 단순히 경영 위기에 봉착한 자회사에 대한 수혈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유상증자를 카드를 활용해 한진칼 우호세력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증자에 나선다고 가정하면 한진칼이 감당해야 할 자금 지출은 약 3000억원 가량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06%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칼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까지 포함할 경우 1300억원 남짓이다. 1분기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를 감안하면 최근 현금성자산은 더욱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칼이 지금 당장 대한항공에 수천억원 규모의 수혈을 해줄 여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진칼 역시 대규모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배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진칼 정관 제8조 신주발행 및 신주인수권에 관한 사항에 따르면 발행주식총수의 30% 한도 내에선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배정 유증'이 가능하다. △긴급한 자금조달을 위하여 국내외 금융기관 또는 기관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사업상 중요한 기술도입, 연구개발, 생산·판매·자본제휴를 위하여 그 상대방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외국인투자촉진법에 의한 외국인 투자를 위하여 그 상대방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등이다.

*한진칼 정관

조 회장은 이 조항을 우호세력을 확보하는데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제3자 배정 증자에 나설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감소한다.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일가 지분율 감소도 불가피하지만 KCGI와 반도건설 등 경영권 위협 세력의 지분율도 같은 비율로 감소한다.

다만 제3자배정 대상이 조 회장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내지는 기관이라면 한진칼의 자본확충과 우호세력 확보를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는 일석이조 카드가 될 수 있다.

20일 종가 기준 한진칼의 시가총액은 4조8000억원 가량이다. 발행주식 총수의 30% 가량을 신규로 증자할 경우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1조4400억원 가량이다.

조 회장은 지난 주총 표 대결에서 40%가 넘는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제외한 오너일가와 특별관계자(22.45%), 델타항공(10%), 카카오(1%)를 포함한 지분은 33.45%다. 여기에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3.8%)와 한일시멘트(0.39%), GS칼텍스(0.25%), 경동제약(0.02%) 등이 잠재적 우군으로 파악된다.

3자연합은 지난 주총에서 KCGI 17.29%, 조 전 부사장 6.49%, 반도건설 5% 총 28.78%로 대결에 나섰다. 이후 KCGI는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며 현재 지분율을 46% 가까이 늘린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지분율로 다시 한번 표 싸움에 나서면 조 회장이 패배할 수도 있다.

조 회장 입장에선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경영 위기에서 구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진칼의 경영 위협을 막아내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다. 한진칼 제3자배정 증자 카드 활용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마침 정기 주총에서 조 회장을 위시한 현 경영진이 완승을 거두면서 이사회에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의결하기도 용이해졌다. 주총에서 조 회장 측은 이사회 진입율 100%를 달성한 반면, 3자연합 측 후보는 단 한 명도 주주 과반의 찬성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현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8명을 비롯한 이사진은 모두 현 경영진에 우호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기 주총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완승했지만 KCGI 측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향후 임시주총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면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와 함께 한진칼에 대한 제3자배정 증자를 통해 자본확충과 우호세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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