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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대한항공 부채비율 낮춘다는 정부, KCGI '난처'지분 취득 염두에 둔 지원안 마련…"KCGI 고민 깊어질 것"

유수진 기자공개 2020-04-24 09:15:37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3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에 대해 다각도 지원을 예고하면서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다.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늘고 관여가 많아질수록 KCGI의 역할은 모호해지고 입지가 줄어들게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KCGI는 주요 공격 포인트를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부채비율 개선은 KCGI가 출범 초기부터 꾸준히 지적해오고 있는 핵심 요구사항이다. 정부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문제 해결에 나설 경우 한진그룹의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명분이 흔들릴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5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40조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해 항공과 해운, 조선 등 주요업종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 금융지원대책(100조원) 외에 새로운 지원안을 내놓으며 기간산업들이 무너지는 걸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 지원은 한 발 더 나갔다. 심각성을 감안해 기금 조성 전이라도 산업은행 등을 통해 긴급자금을 수혈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를 두고 항공업계에선 정부가 대한항공 지분 취득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원금의 15~20%를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연계증권과 상환전환우선주 형태로 지원해 추후 주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 대상에 대한항공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기업의 요청에 따라 대출이나 지급보증, 출자 등 지원 방식을 다양화한다면서도 항공사를 지원할 때는 부채비율 낮추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항공사는 대개 항공기 리스를 해 부채비율이 다른 기업에 비해 엄청 높아 이를 낮춰줄 필요가 있다"며 "자금을 지원할 때 단순히 부채만 늘리는 게 아니고 자본형태로 들어가 부채비율을 낮추도록 도와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회계상 부채로 잡히는 대출 대신 주식 전환이 가능한 방식으로 출자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연결기준)은 871%다.

이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며 KCGI의 고민이 한층 깊어졌을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KCGI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및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특히 부채비율은 조 회장의 경영 실패를 주장할 수 있는 주요 공격 포인트였다. KCGI는 한진그룹의 위기가 항공산업을 뛰어넘어 국가경제에까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경영권 분쟁을 벌인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대한항공에 자금을 지원하고 지분 취득을 통한 부채줄이기에 나서면 지금과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주식 전환을 통해 자본확충이 이뤄지면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개선된다. 또한 정부가 주주로 들어선 상황에서는 지금처럼 마음껏 경영권을 뒤흔들기가 부담스러워진다. 기업이 정상화돼 주가가 오르면 그 차액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까지가 정부의 계획이기 때문이다.

앞서 KCGI는 한 차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 2월 한진그룹이 주요 계열사들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유휴자산 및 비주력사업 매각, 이사회 강화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 등을 선제적으로 발표하며 존재감이 사라진 것이다. 이는 대부분 KCGI가 먼저 요구해왔던 내용이다. 하지만 한진그룹이 자체적으로 개선안을 마련해 즉각 행동으로 옮기면 되려 주도권을 빼앗겼다. 결국 KCGI가 추천한 이사 후보들과 정관변경안 등은 차별화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총 문턱을 넘기지 못했다.

이는 기업가치 개선을 요구하며 수익을 내야 하는 KCGI의 태생적인 한계로 풀이된다. KCGI 입장에서는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높고 지배구조도 불투명해야 이를 빌미 삼아 공격 태세를 유지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지적할 내용이 사라지면 존재 자체에 물음표가 따라붙게 된다. 이 경우 정당성을 잃어 추가적인 우군 확보는 물론 일반 주주들도 설득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지금과 상황에서 KCGI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와 한진그룹간 지원방안이 논의되는 동안 상황을 예의주시하다가 결과가 나오면 그때 대응 전략을 짜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KCGI는 주총이 끝난 이후로도 몇 차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는 등 장기전을 공식화하고 지분 확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KCGI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며 "추후 정확한 지원책이 발표돼야 대응 전략을 짤 수 있어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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