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파장]채안펀드, 여전채 시장 존재감 '미미'…금리 줄다리기열흘 만에 '2호' FB 매입…역할론 놓고 금융당국, 업계 시각 차
이지혜 기자공개 2020-04-29 13:26:5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8일 06: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캐피탈이 채권시장 안정펀드 여전채부문 ‘2호’ 지원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1호였던 메리츠캐피탈에 이어 열흘만이다. 회사채부문 채안펀드가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에 비하면 존재감이 미미하다.여전사를 대상으로 매주 채안펀드 지원 신청을 받고 있긴 하지만 금리 문제를 놓고 업계와 온도차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한 해에도 수차례 조달에 나서야 하는 여전사로서 자칫하면 조달금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채안펀드를 선뜻 활용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열흘만에 채안펀드 활용 기업 등장…공백 길어
현대캐피탈이 24일 900억원 규모의 여전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2년이며 표면이율은 1.763%다. 발행 2영업일 전 KIS채권평가, 한국자산평가, NICEP&I, 에프앤자산평가가 제시한 2년만기 개별민평 수익률의 산술평균에서 5bp를 가산한 수준이다.
채안펀드가 메리츠캐피탈 여전채를 매입한 지 열흘 만이다. 채안펀드가 매주 발행사으로부터 매입 신청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공백이 길다는 평가다. 회사채부문 채안펀드가 수요예측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14일 메리츠캐피탈이 채안펀드를 활용해 2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할 때도 말이 많았다. 당초 메리츠캐피탈은 4월 만기가 도래한 채권 물량이 2000억원에 이르렀지만 실제 채안펀드의 지원을 받아 발행한 것은 200억원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채안펀드 매입을 신청할 때와 발행할 때 매입기준이 달라지면서 발행규모가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채안펀드 참여가능 금액이 차환 물량의 50%인 만큼 메리츠캐피탈은 여기에 살짝 못 미치는 900억원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돌연 채안펀드가 이미 만기가 지난 물량은 지원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최종발행금액은 200억원으로 확정됐다.
당초 채안펀드는 여전채 매입 대상으로 AA-이상의 우량채만 열어뒀다. 메리츠캐피탈은 메리츠금융지주의 보증을 받아 당초 A+였던 신용등급을 AA0로 올린 데 힘입어 채안펀드 지원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메리츠캐피탈은 민평금리 대비 +6bp에 채안펀드의 지원을 받았다.
◇금리 줄다리기 여전…채안펀드 역할론 ‘분분’
금리를 놓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줄다리기가 지속되면서 채안펀드의 공백이 길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채안펀드 참여 금리대를 놓고 업계와 온도 차가 여전하다”며 “채안펀드의 지원을 받으면 발행금리가 민평금리에 반영돼 향후 조달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기에 여전사들이 일단 버티는 데까지 버텨보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채안펀드의 역할을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운 기업들의 일시적 유동성 리스크를 낮춰주는 것’으로 바라본다. 이에 따라 민평금리 이하로 발행금리를 낮춰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발행사는 채안펀드가 확대된 크레딧 스프레드를 좁혀주기를 바란다. 이런 시각 차 때문에 여전채부문 채안펀드는 출범시기가 지연되기도 했다.
비록 메리츠캐피탈에 투자할 때보다 현대캐피탈 가산금리가 다소 내리긴 했지만 채안펀드가 기준을 완화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다른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캐피탈은 지주사의 신용보증에 힘입어 신용등급 기준을 맞췄다”며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과 사업적 연관성이 있어 안정성이 좋은 데다 자체 신용등급이 AA0라서 메리츠캐피탈보다 가산금리가 낮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안펀드 비중, ‘더 작아진다’
여전채시장에서 채안펀드의 존재감이 더 희미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캐피탈과 현대캐피탈은 둘다 시장에서 우려를 받고 있는 기업이었기에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서라도 채안펀드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반면 AA급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대부분 은행계열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데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투자심리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캐피탈은 메리츠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메리츠증권을 향한 시장의 우려로 덩달아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캐피탈도 현대자동차와 자동차산업의 불확실성으로 시장의 우려가 크다.
카드채를 중심으로 일부 여전채 시장의 투자심리도 점차 녹고 있다. 특히 만기 1년 미만의 카드채는 강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5월 만기가 돌아오는 여전채 규모도 4월보다 적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5월 만기 도래 여전채는 모두 3조4145억원 규모다. 4월보다 18% 적다. 이 가운데 카드채는 4월보다 21.9% 적은 1조1400억원, 캐피탈채는 15.9% 적은 2조2745억원 규모의 만기가 돌아온다. AA급 캐피탈채 만기 도래 규모는 1조7700억원으로 4월보다 4.8% 적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우리금융 "롯데손보 M&A, 과도한 가격 부담 안한다"
- 신한캐피탈, 지속성장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체계 강화
- 하나금융, ELS 악재에도 실적 선방…확고한 수익 기반
- 하나금융, 자본비율 하락에도 주주환원 강화 의지
- 국민연금, '역대 최대 1.5조' 출자사업 닻 올렸다
- [도전 직면한 하이브 멀티레이블]하이브, 강한 자율성 보장 '양날의 검' 됐나
- [퍼포먼스&스톡]꺾여버린 기세에…포스코홀딩스, '자사주 소각' 카드 재소환
- [퍼포먼스&스톡]LG엔솔 예견된 실적·주가 하락, 비용 절감 '집중'
- [퍼포먼스&스톡]포스코인터, 컨센서스 웃돌았지만 주가는 '주춤'
- 신한금융, ‘리딩금융’ 재탈환에 주주환원 강화 자신감
이지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도전 직면한 하이브 멀티레이블]하이브, 강한 자율성 보장 '양날의 검' 됐나
- 골프존, 주가 하락에 발목잡혔나…GDR 분할 '무산'
- 하이브, '민희진 없는' 어도어 경쟁력 입증할까
- [뮤지컬 제작사 열전]EMK컴퍼니, 고속성장 비결은 '대기업과 10년 동맹'
- [뮤지컬 제작사 열전]EMK컴퍼니, 매출 1위에도 영업이익 급감 이유는
- 장윤중 카카오엔터 대표, 빌보드와 글로벌 공략 '속도'
- [뮤지컬 제작사 열전]제작사 빅5, 시장 확대에 '함박웃음'…외형 '껑충'
- SM, 카카오 '콘텐츠 비욘드 콘텐츠' 동참…청사진은
- [Inside the Musical]쇼노트의 실험 <그레이트 코멧>, 무대와 객석 허물다
- 하이브, UMG와 10년 독점계약...경제적 효과는